일본에서 핀란드까지 건축여행기 4

기본카테고리 | 2015-08-28 오후 12:53:40 | 조회수 : 1798 | 공개

어둡고 작은 건물들이 모여있는 길을 헤맸다. 인기척도 없었다.
론리플래닛에서 찾아낸 저렴한 유스호스텔, 그 거리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건물이 바로 그 곳 이었다.
건물도 무척 낡은 병원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투숙객의 자취도 없는.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상황은 반대가 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분주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세면실과 식당은 만원이었다.
짐을 챙겨 나온 거리도 정리가 잘된  주택가였다. 
깨달았다. 빛의 역할을. 빛에 따라 사물의 형태와 느낌이 다르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다음 목적지는 안도 타다오의 명화의 전당이었다. 신간센을 타고 교토로 이동했다.
교토, 아름다운 도시였다. 경주와 같은, 하지만 경주보다 더욱 고도같은 느낌이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보러 왔지만 료안지를 빼놓을 수 없었다.
신발을 벗고 경내로 들어가 빛으로 가득찬 정원을 맞이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으나, 남녀노소 피부색에 관계없이 고요히 마당을 응시하고 있었다.
공간이 가지는 분위기, atmosphere가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공간이 말을 걸어온다는 표현 이 장소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침묵하는 것은 그 말을 듣기 위해서 일게다.
 
다음 장소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 명화의 전당, 휴일이 아닌 탓으로 이곳은 잠시 동안 나의 사유 공간이 되었다
오브제, 물, 빛이 잘 어우러졌다. 램프와 벽의 역할에 대해 잠시 생각해볼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것은 내부 공간이 아니어서 빛의 역할이 음영을 만들어내는 것에 한정되었다는 것이다.
내 아쉬움은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안도 다다오의 침묵의 벽은 오후 세시의 단색화를 바닥에 조용히 그려내고 있었다.




http://www.arcspace.com/CropUp/-/media/639845/Fine%20Arts%20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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