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출판(predatory publishing)에서 진정한 약탈자는 누구일까?

최신 국제학술트렌드 | 2017-12-14 오전 1:10:48 | 조회수 : 1051 | 공개



학술 출판의 맥락에서 약탈에 대해 생각할 때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돈을 벌려는 의도로 어떤  “과학” 문헌이든 게재하고자 하는 출판사와 저널에 비난의 화살을 돌립니다. 이러한 출판사와 저널은 자신이 받는 원고를 평가할 생각도 없이 게재를 보장하고, 아무 의심도 하지 않는 저자들은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 후에야 그 저널이 가짜임을 깨닫습니다. 저자 대부분은 또한 약탈적 저널로부터 논문을 철회하거나 게재를 취소하는 것이 대개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널이 요청을 거절하거나, 엄청난 돈을 요구하거나, 또는 단순히 응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출판사는 약탈자이며 저자는 이들의 손쉬운 먹이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실질적 약탈자는 일부 저자라고 주장한다면 어떨까요? 최근 자진해서 약탈적 출판에 가담한 몇몇 저자들의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약탈적 출판사가 연루된 대다수의 경우 순진한 피해자는 연구자들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약탈적 출판에는 또 다른 면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는 이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7년 3월 약탈적 저널의 활동을 드러내기 위해 함정 수사 작전을 벌여 보고한 한 학자 그룹은 “약탈적 출판은 조직적인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주시했습니다. 약탈적 출판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약탈적 저널로 의심되는 만여 개의 저널은활발히 과학 문헌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인도, 아프리카, 중국과 같은 국가는 주도적으로 약탈적 출판에 가담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2017년 9월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명문 대학에 있는 연구자들조차 약탈적 저널에 게재한 논문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위에 언급한 연구의 공저자이기도 한 오타와 대학교의 Larissa Shamseer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는 약탈적 출판 문제가 다양한 학술 기관에 있는 전 세계 연구자들이 기여한 세계적 현상임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매년 약 40만 편의 학술 문헌이 약탈적 저널에 게재됩니다. 이 어마어마한 양을 보면 이 모든 저자가 정말 순진해서 약탈적 저널의 먹이가 된 것일까 하는 중요한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톰슨 리버스 대학교 경제학 교수 Derek Pyne 박사의 생각은 “수십만 건의 출판물이 약탈적 저널에 등장한다면 그 대상이 된 모든 저자와 대학이 희생자라고 믿기는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약탈적 저널 목록을 관리했던 Jeffrey Beall은 약탈적 출판 경로를 선택하는 연구자들의 동기를 설명하며 이러한 사고의 맥락을 뒷받침하였습니다. Beall은 신속한 게재를 위해 일부 연구자는 정크 저널을 선택한다고 말합니다. 자금지원 기관과 홍보위원회가 출판량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함으로써 “나이지리아 학자 대부분은 불분명하고 의심스러운 저널에 게재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고 말한 한 나이지리아 연구자의 진술은 연구자에게 가해지는 자주 그리고 빨리 게재하라는 엄청난 압박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연구자이든 교수, 학교 교사, 의사이든 특정 편수로 지정된 게재 논문 요구조건을 맞추기 위해 약탈적 저널을 선택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자가 꼭 신입 연구자는 아니며 개발도상국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자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스코퍼스(Scopus)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약탈적 저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두 명의 체코 연구자는 “최상위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에서조차 수많은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약탈적 저널에 게재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약탈적 저널 망이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가를 고려해본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가짜 저널과 낭비적인 출판물로부터 과학을 구하는 일입니다. 약탈적 저널에 게재하여 따르는 불이익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출판하기 위한 더 나은 선택, 다시 말해 일부 저명한 저널에서 제공하고 있는 “신속한 출판(rapid publishing)” 경로에 대해 연구자들에게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완벽히 뿌리째 근절하기 위해서는 과학 커뮤니티가 집중적이고 통합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 약탈적 저널에 게재하고자 하는 연구자가 있다는 것은 출판물의 질보다는 양을 우선시하는 듯한 학계의 뿌리 깊은 문제를 나타냅니다. 약탈적 출판은 과학의 진실성에 실질적 위협이 되었습니다. 연구 수행에는 시간과 자금, 자원적 측면에서 막대한 투자가 수반됩니다. 따라서 연구자가 가짜 저널에 게재하는 것을 선택하면 좋은 연구조차 빛을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출판물은 과학 문헌의 일부에 속하게 되지만, 저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과학과 인류에게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논문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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