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저자권(authorship): 어느 저널 에디터의 다이어리 기록

최신 국제학술트렌드 | 2018-02-08 오전 12:10:04 | 조회수 : 994 | 공개



글은 Education & Self Development 저널에 게재된 글이며 저널의 허가를 받아 이곳에 재수록합니다.

각 학술 논문의 시작 부분에는 제목 아래 저자 목록이 있습니다. 우리는 공저자 이름과 함께 우리 이름을 쓰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져서 그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자 합니다.

출판 논문의 저자나 저자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연구자로서의 신임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연구자는 자신이 게재한 논문의 수와 질에 따라 판단됩니다. 이러한 이력은 직업적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하고, 연구 기금을 확보할 수 있게 하며, 초청을 받아 학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기본 원칙은 "저자 목록은 이 연구를 누가 했는지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Graf, Wager, Bowman et al, 2007)는 것입니다. 국제의학학술지 편집인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는 다음 네 가지 기준이 저자권(authorship)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a. "연구 구상이나 설계 또는 연구를 위한 자료의 입수, 분석, 해석에 실질적으로 기여; 그리고
b. 중요 지적 콘텐츠를 위해 원고를 작성하거나 비판적으로 수정; 그리고
c. 출판될 버전의 최종 승인; 그리고
d. 연구의 모든 부분의 정확성이나 무결성과 관련된 의문이 적절히 조사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연구의 모든 측면에 대한 책임에 동의" (ICMJE, 2017)

따라서 저자 명단에 오르기 위해 연구자는 위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역으로 이 네 가지 기준을 충족한 연구자는 반드시 논문의 저자로 등록되어야 합니다. 이어서 등록된 저자는 자신이 연구에 공헌한 바와 또한 모든 공저자가 공헌한 바를 반드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료 수집이나 분석을 돕거나 초안에 의견을 제시하는 등으로 연구에 공헌한 사람이 있다면 이들은 사사(acknowledgements) 부분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기준들이 비록 의학 분야에서 나오긴 했지만, 교육과 심리학은 물론 다른 모든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많은 의학 저널이 출판 윤리 측면에서 선두에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지침을 따르면 투고 논문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유형의 부정행위를 피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 네 가지 기준을 충족한 사람이 저자 목록에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만일 누군가 연구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면(기준 a) 이 사람에게는 논문 작성이나 수정 그리고 출판 전 논문의 승인에 공헌할 모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저는 몇 해 전 세 사람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출판한 한 흥미로운 사례를 경험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기관을 떠나 이사했고 결혼한 뒤 이전 동료들과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몇 년 후 이 동료들은 연구를 확장하여 또 다른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문제는 이 '연락이 끊긴' 연구자를 저자 목록에 포함해야 하느냐였습니다. '연락이 끊긴' 그 연구자는 다른 대학에서 학계 생활을 다시 시작했고 새 논문을 읽게 됐으며 저자 목록에 왜 자기 이름이 빠졌는지 물었습니다. 이 문제는 출판된 논문을 정정하여 원만히 해결되었지만, 연구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사람이 저자 목록에 모두 포함되었는지 주의를 기울여 확인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둘째로 목록에 있는 모든 저자가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지도 교수나 연구 관리자를 저자 목록에 올리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하지만 좋은 관행은 아닙니다.) 지도 교수나 연구 관리자가 연구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논문 작성에 참여하고, 논문을 승인하여 출판에 동의했다면 이는 허용될 수 있습니다. 한두 개가 아닌 반드시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지도 교수나 연구 관리자의 역할은 저자로 지명될 수 있는 자격을 자동으로 얻는 것이 아닙니다!

저널 에디터는 리뷰 요청을 보내기 전 모든 투고 논문을 읽습니다. 이는 리뷰어의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투고 논문이 저널 범위 내에 있으며, 길이 등의 요구 사항을 맞추었으며, 합당한 질을 갖추었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에디터로서 저는 가끔 수준이 매우 낮은 투고 논문에 제가 아는 노련한 연구자가 저자로 포함된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 연구자는 이렇게 질이 낮은 논문을 투고한 것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이럴 때 저는 해당 연구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논문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런 낮은 수준의 논문을 쓴 것에 실망했다는 메일을 보냅니다. 그러면 대개 자신의 이름이 연구 관리자라 포함되었으나 자신은 이 연구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사과 메일이 옵니다.
한번은 연구 실험실 책임자가 저자가 자신의 설비를 사용했으니 자기 이름을 저자로 넣어달라고 요청한 투고 논문을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또 언젠가는 저자가 101명인 투고 논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논문은 고등 교육에 관한 국제 연구를 보고한 것으로 101명의 연구자에게 자기 국가와 자기 분야의 상황을 간단히 기술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이 이 긴 저자 명단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주저자(lead author)는 이들이 모두 연구에 공헌했으므로 모두 저자로 등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문 자체만큼이나 긴 저자와 이들의 기관 목록을 넣는 어려움과는 별개로 저는 101명의 저자가 협력하여 4,000 단어(각 저자에 대한 참조 40 단어 포함)로 된 논문을 쓰고, 출판을 승인하고, 공동으로 논문 전체에 대한 책임을 수용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이 논문은 거절되었으나 이후 다른 곳에 게재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잘 알려진 연구자 이름이 출판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희망에 이들을 소위 "게스트" 저자로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이 "게스트"는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심각한 출판 윤리 위반이며 동시에 명예 훼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논문 게재가 거절되면 "게스트의" 명성도 타격을 입을 것이고 이들은 문제의 저자에게 공식적인 불만을 제기할 권리가 있습니다.

네 번째 기준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자 목록에 자기 이름을 넣는 것에 동의함으로써 연구자는 단지 자신이 작성한 섹션이 아닌 논문 전체에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 말은 곧 연구에 결함이 있을 때, 동료 중 한 사람이 분석이나 결과에서 실수를 저질렀을 때, 또는 더 안 좋게는 논문 일부가 표절로 밝혀졌을 때 그 책임을 공유하게 되며 자신의 평판도 훼손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저자 목록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논문 상단에 나열된 각 저자의 공헌을 명확히 정리한 진술을 투고 논문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에디터가 이러한 정보를 요청했을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며 심각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을 구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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