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논문 요약문이 가져오는 효과

최신 국제학술트렌드 | 2018-01-24 오후 4:27:10 | 조회수 : 1892 | 공개



"모든 연구 논문을 모두에게 개방하는 것이 끝이 되어서는  됩니다. 연구는 다른 방식으로 열려 있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연구 공동체 바깥의 독자들과 소통해야만합니다. 외부의 독자란 학생, 교사, 의료 종사자나 환자, 보호자  과학과 연구에 관심을 가질   모두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들의 언어,  뉴스 매체나 위키피디아에서 쓰이는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지금은 많은 연구가 격식 있고 정형화된 산문 형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명사보다는 동사를 사용해야하고, ‘characterization(정의)’ 이나 ‘facilitation(촉진)’ 처럼 글과 문장의맥을 끊어 버리는 단어들을 버려야 합니다."

Peter Rodgers – 쉬운 연구 요약: 다양한 독자를 대상으로 글쓰기

Rodgers의 글 중에 단연 눈에 띄었던 강렬한 문장은 “우리는 연구 공동체 깥의 독자들과 소통해야만 합니다” 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학술 출판이 당면한 과제가 아닐까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연구·개발 지원금 중 상당 부분은 납세자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개발 예산 편성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연구 개발이 실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아직 너무 기초적이거나 형편없는 단계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술 논문은 연구자가 준비, 발표하여 다른 연구자가 이를 이용하게 되는데, 학술 공동체 (연구자로부터 연구기금 제공기관)와 유료 구독이라는 높은 벽을 넘을 수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난해하고 복잡한 과학을 최소한의 전문 용어를 사용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이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과학 연구를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제하는 작업, 즉 쉬운 용어로 씌여진 요약문이 장벽 없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목적을 이루는데 어떻게 이바지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학술 출판 업계에서는 과학 연구가 학문의 상아탑을 넘어 실생활에서 가지는 파급력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결집하는 집단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바탕에는 수년간의 힘든 과정을 거쳐 과학적 발견을 이루어 냈음에도 오직 학술 공동체 안에서만 공개되고, 심지어 학술 공동체 내에서도 유료 구독과 기술 용어라는 벽에 가로막혀 더 널리 알려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좌절과 자각이 있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오픈 액세스 출판, 데이터 공유, 연구 홍보, 또 다른 대안적 공표 방법들이 생겨났고, 느리지만 꾸준히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중 오픈 액세스 출판과 데이터 공유에 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고, 복잡한 면이 있긴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급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여러 곳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예시 1예시 2, 예시 3). 이 방법들은 모두 학술 출판의 투명성을 높이고 연구 결과의 파급력을 대중에 널리 알리자는 목적으로 고안되었습니다.

이념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투명성과 포용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진보적인 방향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코앞까지 닥쳐왔습니다. 이것으로 충분한가? 이렇게만 하면 연구 결과를 학술 공동체뿐 아니라 비 학술 공동체에까지 도달하게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Rodgers의 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모든 연구 논문을 모두에게 개방하는 것이 끝이 되어서는  됩니다. 연구는  다른 방식으로 열려 있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연구 공동체 바깥의 독자들과 소통해야만 합니다.

그는 오픈 액세스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연구 공동체 바깥의 사람들이 과학 연구에 접근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유료 구독을 없애고 연구 자료를 무료로 개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당수의 연구 결과물이, 아니 거의 모든 연구 결과물이 연구자에 의해, 연구자를 위해 쓰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비 학술 공동체의 평범한 독자 중에는 어떤 질병의 치료법에 대한 획기적인 발견에 대해 알고 싶어 하거나 우리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최신 기술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대상으로 쓰이는 연구 논문은 없습니다. 평범한 독자들도 연구자 못지않게 과학의 발전에 관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학술 공동체도 노력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쉬운 용어로 씌여진 요약문입니다. 이러한 쉬운 요약은 비 학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복잡한 연구 결과를 풀어 설명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 점점 더 많은 연구자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2010년 알기 쉬운 문서 작성에 관한 법률 (Plain Writing Act of 2010)에 따르면, ‘”알기 쉬운 글” 이란 명확하고 간결하며 잘 짜인 구조로 쓰여 있으며, 주제와 분야, 독자에게 적합한 모범적인 관행을 따르고 있는 글’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문 요약, 즉 쉬운 요약이라는 것은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와 같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독자를 위해 쓰이는 것입니다. 쉽게 쓰여진 요약문의 독자는 납세자, 기자, 의료인, 환자, 관련 분야의 교수, 정책 담당자, 또는 연구 지원 기관이나 재단의 의사결정권자일 수도 있습니다. 쉬운 요약문이 가장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는 의학, 의료, 공중위생, 심리학, 재해 과학, 환경 과학, 기후 변화, 금융,  법률 등 많은 분야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연구를 보급하고 그 파급력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서 쉬운 요약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구와 출판의 다양한 단계에서 평문 요약을 요구하는 기관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제안서를 제출할 때 예상되는 파급력과 함께 쉬운 요약문을 요구하는 재단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Edward Mallinckrodt, Jr. Foundation Award Program에서는 장학금 지원서 제출 시 쉬운 요약문을 제출해야만 한다고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Wellcome Trust의 장학금 지원 양식 샘플에는 지원자가 채워 넣어야 하는 항목 중 쉬운 요약문 항목이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 쉬운 요약문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도 많습니다. Campbell Collaboration에서는 사람들이 “연구 근거를 잘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모든 체계적 문헌 고찰의 쉬운 요약문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웹사이트도 쉬운 언어로 쓰여진 자료에 한 섹션을 할당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기관이 이런 요약문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그런데 연구비 지원 지관에서 이렇게 쉬운 요약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것이 어떻게 그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일까요?
쉬운 요약을 통해 연구자나 독자가 얻는 이득은 명백해 보입니다. 하지만 지원 기관 또한 얻을 것이 많습니다.

· 납세자에게 제시할  있는 근거: 대부분의 정부 기관은 대중의 세금으로 기금을 충당하므로, 기관의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사람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납세자와 정책 담당자들도 공공 기금의 사용처를 알 권리가 있습니다. 연구 프로젝트의 쉬운 요약문을 배포함으로써 이를 알릴 수 있습니다.

· 지원자 증가: 지원 기관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연구에 대중을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쉬운 요약문을 공개함으로써 기관은 안정된 명성을 얻고, 대중과 정부로부터 꾸준한 기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양질의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됩니다.

· 정책 담당자와의 효과적 접촉 수단: 지원 기관은 연구비를 정당화할 근거를 찾고 있는 정책 담당자와 쉬운 요약문을 통해 접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의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연구에 대해 지원을 지속하거나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기관이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쉬운 언어로 알리고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데 주력하는 것을 알게 되면 기관의 노력에 정책적인 지원이 더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 지원금 신청서 평가에 유용: 쉬운 요약문은 기관이나 재단 담당자가 연구 프로젝트의 본질과 잠재적 파급력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지원금 신청서를 평가하는 담당자가 모두 연구자인 것은 아닙니다. 의사결정자는 쉬운 요약문으로 신청자가 하고자 하는 연구, 그리고 그 연구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신청자의 역량을 측정하는 수단: 설득력 있게 잘 쓰여진 쉬운 요약문은 연구자가 학자와 비 학자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줍니다. 이는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기관이 연구 홍보를 계획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역량입니다.

· 대중매체에  정확한 정보 제공: 쉬운 요약문은 기자나 매체와 협력할 때 더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가 쉬운 언어로 설명되어 있으면서도 사실을 왜곡하지 않은 상태로 전달되기 때문에 과학적 발견의 정확한 보도를 도와줍니다. 또, 선정적인 제목에 혈안이 된 대중 신문이 부정확한 사실을 유포하거나,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를 줄여주기도 합니다.

· 세계적인 호소력: 쉬운 연구 요약문이 잘 읽히고 이해가 쉽다는 점은 해외의 독자에게도 매력이 되므로, 기관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또 국제적 지원금 신청자를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 검색 노출 가능성 향상: 쉬운 요약문은 어떤 주제에서 정보를 검색할 때 대부분의 사람이 쓸 법한 언어로 쓰여있기 때문에, 검색 시 노출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연구의 노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신뢰도와 신임이 높아짐을 의미하며, 기금의 꾸준한 보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쉬운 요약문을 통해 지원 기관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열거해 보았습니다. 한 가지 특히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 기사의 시작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고, Rodgers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부분인데, 바로 쉬운 요약문이 저널 논문이라는 형태를 넘어 연구에 관해 간단하고 효과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글이며, 따라서 과학을 진정한 개방으로 이끄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입니다. Nancy Santesso 외 공동 연구자들이 진행한 평문 요약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무작위 통제 시험이 있습니다. 참가자(일반 대중과 환자 대상이며 연구자는 제외) 에게 질병과 그에 맞는 치료, 치료 결과가 설명된 전문적인 문서와 쉬운 요약문을 읽게 했는데, 쉬운 요약문을 이해한 참가자가 더 많았습니다. 따라서 쉬운 요약문이 “과학적 근거를 종합적인 연구로 번역”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이 간단함에서 나오는 힘을 상상해 보길 바랍니다. 쉬운 요약문은 기관들이 독자에게 연구를 개방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들은 자신이 낸 돈으로 이루어진 연구를 열람하고, 그 영향을 이해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쉬운 요약문을 무료로 개방함으로써 오픈 액세스 출판과 데이터 공유를 보완할 수 있으며, Rodgers가 적절히 표현했듯이  개방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Kuehne, L. M., & Olden, J. D. (2015). Opinion: Lay summaries needed to enhance science communica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112(12), 3585–3586. http://doi.org/10.1073/pnas.1500882112  
Rodgers, P. (2017). Plain-language Summaries of Research: Writing for different readers. eLife 2017;6:e25408 DOI: 10.7554/eLife.25408  
Santesso, N. et al. (2015). A summary to communicate evidence from systematic reviews to the public improved understanding and accessibility of informatio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ournal of Clinical Epidemiology68(2), 82-190. https://doi.org/10.1016/j.jclinepi.2014.0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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