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네덜란드 이야기 2: 변화하는 땅, 그리고 도시

기본카테고리 | 2016-06-16 오전 10:31:08 | 조회수 : 4033 |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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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네덜란드 이야기 2: 변화하는 땅, 그리고 도시

네덜란드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였다. 대략  800여년의 물관리 역사가 있다고 말할정도로 오랜 동안의 인간의 노력이 있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네덜란드는 지난 세기동안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을 관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그 위에 도시를 세우고 살 수 있었다. 첫번째 이야기였던  ’땅과 물, 도시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다루었던 역동적인 네덜란드의 자연환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랜스케입,  그 위에 세워진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 창조 가능한 땅

네덜란드는 물과의 싸움에서 성공적인  역사를 만들어 온 나라 중 하나이다.  그 한 예로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IJmeer 프로젝트에서 들수 있다. 북해의 한줄기였던 Zuiderzee를 약 30km 길이의 Afsluitdijk댐으로 막아 IJmeer호수로 만들면서, 대규모 간척지가  조성되고 도시와 취락들이 그 위에 세워졌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대규모의 비옥한 땅을 조성하기 위해서 진행된 것이 아니었고 1916년에 일어난 참담한 홍수에 대응해 계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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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fsluitdijk댐  건설 및 간척지 조성 계획: IJmeer 프로젝트(COR WAGENAAR., 2011., Town planning in the Netherlands since1800., 010 publishers)

이후 1953년 대홍수때에는 Zeeland, North Brabant, South Holland주 지역의 뚝방이 무너져 도시가 침수되었고, 1800명이상의 사상자와 10만명의 정도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네덜란드는 이 대참사를 경험한 후 국토 남쪽 지역의 강 하구를 둑으로 막는 Delta works를 실행하였다. 바다를 막고 새로운 땅을 조성하는 일련의 프로젝트들로 인해 20세기 동안 네덜란드의 국토는 대대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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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860년과 2010년 사이의 국토 변화 (maps by Daniel Raymond, TU Delft)

하지만  새로운 땅을 창조하고 물과 맞서 싸운 역사는 20세기 동안에만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는 12세기 부터 18세기까지 이르는 약 6세기 동안  네덜란드의 물 관리 기술은 뚝방(dike), 댐(dam), 배수로(ditch), 저수 공간, 풍차 등의 수공학적 시스템을 급속히 발전시켰다. 이러한 전통적인 치수 기술의 발전은 네덜란드의 낮은 땅을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발전시켰고, 현재 국토의 물 시스템의 근간을 만들었다. 이러한 창조가능한 땅의 역사는 수세기에 걸쳐 발전해 왔고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네덜란드는 뚝방(dike)을 쌓고 물을 밖으로 퍼내어 간척지(polder)를 만들어 왔다. 현재까지도 약 4,000개의 간척지(polder)가 있는데 이는 네덜란드의 랜스케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세기를 지나면서 간척지는 바다에 의해 잠식되어 있던 작은 나라를 크게 확장시키고, 네덜란드 만의 특징적인 랜스케입을 만들어 냈다. 네덜란드의 많은 부분의 랜스케입은 발전된 기술을 통해 자연환경을 도시 또는 농경 랜스케입으로 변화시킨 결과물이다. 이들의 형태적 및 시각적 요소의 구성 방식은 단순히 자연 경관의 형태를 넘어서서 아름다움과 문화적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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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하학 적인 형태를 가지는 간척지(HOOIMEIJER F., MEYER H., NIENHUIS A., 2005, Atlas Of Dutch Water Cities, Sun Architecture)
  • 도시, 랜스케입, 그리고 물관리

역동적이고 변화가능한 땅에서 사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안전한 정주 공간을 찾고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 하였다. 땅과 물의 자연적인 변화는 때로는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자연 현상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 제방(natural levees), 강과 해안가의 모래 사구(dune) 등 안전하고 습하지 않은 땅은 인간을 위한 삶의 터전을 제공하였다. 또한, 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서는 치수를 통해 자연 환경을 도시를 세울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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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구(dune)위의 도시: Hague (HOOIMEIJER F., MEYER H., NIENHUIS A., 2005, Atlas Of Dutch Water Cities, Sun Architecture)

수세기에 걸쳐 네덜란드에서는 물관리와 간척지의 확장, 도시의 발전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발전해왔다. 도시는 물 관리 기술과 랜스케입의 특성에 기반을 두고 발전하였는데, 초기의 네덜란드 도시 구조에서 수로와 제방은 주요 교통 인프라스트럭쳐가 되었고, 댐은 주요 공공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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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댐위에 세워진 도시: Amsterdam (HOOIMEIJER F., MEYER H., NIENHUIS A., 2005, Atlas Of Dutch Water Cities, Sun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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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Amsterdam의 기반 시설: 높이가 다른 개별 간척지(polder)들과 배수 시스템 (HOOIMEIJER F., MEYER H., NIENHUIS A., 2005, Atlas Of Dutch Water Cities, Sun Architecture)

네덜란드의 도시, 랜스케입 그리고 물관리의 관계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을 엿보기 위해 Simon Stevin(1548~1620)가 제시된 이상 도시(Ideal city) 안을 살펴 보도록 하자. 그는 이 도시 모델에서 기존 르네상스 이상 도시의 방어 체계와 기술에 대한 생각을 네덜란드 땅에 맞게 변화시켰다. 이 도시 모델은 상업, 행정 관리 및 간척지 시스템(polder system)과 조화를 이룬 형태라 할 수 있다. 그 이유 때문에 이 이상 도시는 별모양이 아닌 직사각형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기능적인 격자 구조의 도시 및 수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간척지(polder)의 필지 시스템에 효율적으로 적용되는 이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상 도시의 구조는 주변 간척지(polder)의 패턴에서 부터 주 도시 축을 설정하였고, 도시 블록의 필지의 형태와 크기는 간척지의 구획 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고 수로 시스템을 통해 간척지(polder)의 지형과 수공학적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도시의 가장자리를 순환하는 수로는 주변 환경과 도시를 구분을 지어주는 동시에 인접 간척지(polder)와  수로 시스템이 연결되어 도시와 주변 환경이 관계를 맺고 있다. 다시말해 Simon Stevin의 이상 도시 모델은 르네상스의 이상 도시 모델의 구성 방식을 계승하면서도, 네덜란드의 간척지 특성을 도시의 형태를 만드는데 끌어드린 것이다.  Simon Stevin의 이상 도시안은 개념적으로는 도시의 평면 계획과 랜스케입 패턴간의 조화, 도시와 간척지(polder)의 기하학적 통합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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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Simon Stevin의 이상도시 (STEENBERGEN C, REH W., 2011., Metropolitan Landscape Architecture., Thoth)

Simon Stevin의 이상도시안은 실제로 네덜란드에서 세워진 적이 없는 개념적인 모델이지만, 도시를 만드는 기본적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이 모델에서도 볼수 있듯이, 네덜란드의 도시들은 경작(Cultivation)에 기초한 배수시설과 간척지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또한 경작지의 배수로의 패턴과 함께 도시의 형태와 입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중에 하나가 바로 가장 기본적인 생명선인 둑(dike) 건설이다. 경작에 기초한 배수 패턴은 지반의 특성에 의해 결정되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도시의 블록 및 필지 구획이 형성되었다.

  • Urbanized landscape: 로테르담의 예

네덜란드 랜스케입과 도시간 관계를 실제로 볼수 있는 한 예가 Rotterdam 지역의 확장 역사이다. Rotterdam은 2차 세계 대전때 도심의 많은 부분이 폭격을 받아 역사의 흔적이 많이 사라졌지만, 역사 속에서 땅과 도시의 확장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래 그림은 1850년의 Rotterdam이 땅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데, Mass강에 의해 구분 되는 북쪽은 토탄 토양의 간척지(peat polder)이고 남쪽은 점토질의 간척지(clay polder)로 확연히 다른 패턴의 배수 시스템을 볼 수 있다. 북쪽은 스폰지와 같은 토탄(peat) 토양을 바탕 평행하고 큰 규모의 패턴을 가지고 있고, 남쪽은 분절된 단위의  독립된 간척지 집합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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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otterdam 지역 의 서로 다른 북쪽(peat polder)과 남쪽(clay polder)의 간척지 패턴 (map by Frits Pamboom)

로테르담의 지역의 발전과정을 좀 더 넓게 보게 되,면 북쪽의 토탄(peat) 토양을 기반으로 하는 선형적인 둑(dike)에서 Rotterdam, Schiedam 등의 도시가 발전하기 시작한다.  북쪽 제방의 이들 도시들은 작은 하천이 Maas강으로 유입되는 곳에 댐(dam)을 짓고 이를 기반으로 도시를 발전시켰다. 이는 도시들이 둑에 의해 안전을 보장받음과 동시에 강에서 부터 이득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의 남쪽 지역은 점토성 토양을 기반으로 하는 간척지(clay polder)로 수세기 전에는 섬형태의 간척지을 단계적으로 확장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남쪽지역은 북쪽 지역의 선형적인 둑과는 다르게 여러개의 둑을 가진 간척지의 집합체가 되었다. 이러한 땅의 특징은 Rotterdam 항구의 입지와 발전과도 큰 영향을 미쳤다. Rotterdam 항구는 원래 북쪽 제방의 도시의 워터프론트에서 시작하였는데 20세기 초 산업화에 따라 대규모 항구부지가 필요할때 남쪽을 최적지로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대규모 항구부지를 조성할때  북쪽의 제방의 경우에는 하나로 연결된 생명선인 둑(dike) 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선형적으로 연결된 또 다른 뚝방을 건설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여러 간척지의 집합체인 남쪽 제방은 단위별로 둑(dike) 건설되어 있었기 때문에 단위별 개발이 용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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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로테담 지역의 도시와 랜스케입 발전 과정 (a) Endiking 1450 (b) Consolidation 1850 (c) Development of the harbour and industry 1985,  R = Rotterdam (maps by Frits Pamboom)

Rotterdam 지역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둑과 배수로의 패턴은 단순히 경작지의 배수를 책임지고 안전성을 보장해 주는 의미를 넘어서 도시의 입지 및 확장과 큰 연관을 가진다. 또한 이는 둑과 수로의 일차적인 역할을 넘어서서 재산권을 구획하는 필지 분할 선의 역할을 하였고, 육상 및 해상 교통의 연결선 역할을 하였다. 즉, 둑과 수로 패턴은 땅의 특성을 바탕으로 구획되었고 이는 다시 도시의 가로 패턴 및 블럭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쳤다. 네덜란드가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natural landscape), 인공환경(man-made landscape) 그리고 도시는 서로 상호작용을 이루면 발전되어 왔다.

  • 랜스케입과 도시의 관계를 고려한 도시설계 실무

네덜란드의 도시는 현재에도 랜스케입과의 관계를 고려한 도시 건설은  계속 진행중이다.  물론 모든 도시 건축 회사들이 땅과 물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네덜란드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고려해야하는 대상이 된다. 일반화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Palmbout urban landscape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랜스케입 특성은 도시 구성의 기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 한 예로 현재 내가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뉴올리온즈 계획(Greater New Orleans Water Management Strategy)을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지리학적 형태를 바탕으로 물관리 계획과 도시의 미래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4~5월중에 이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학계, 정부 및 도시설계, 물관리 회사들이 모여 뉴올리온즈의 물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네덜란드의 물관리 및 도시 계획의 접근 방식을 미국 도시에 적용하는 작업이다. 관련 사이트 http://dutchdialogu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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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뉴올리온즈의 지리학적 형태 (by H+N+S)

이 밖에도 1990년 중반에 계획된 IJburg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물의 흐름이 도시의 형태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암스테르담 동쪽에 건설된 IJburg는 새로이 간척된 땅과 함께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이 작업은  강과 호수가 만나는 지점에 계획되는 대상지의 특성때문에 수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물론 수중에서의 현상까지도 고려하면서 간척지 및 도시가 건설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수중 계획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수면에 드러나 있는 부분에서 일어나는 물의 움직임 보다도 수중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더 큰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수중 계획은 깊이와 너비, 침식과 퇴적, 생태적 가능성들이 수중 설계에서 고려되고 설계되었는다. 이러한 요소들은 그위에 건설되는 간척지의 해안선 및  제방  등의 성격을 결정하여 도시 구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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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IJburg 계획 (by Palmbout urban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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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IJburg 수중 계획(by H+N+S)

참고 문헌

  • PALMBOOM F., 1990., Learning from Rotterdam 중 Chapter 1. Rotterdam: the Dynamics of an Urban Landscape., AN ALEXANDRINE PRESS BOOK
  • STEENBERGEN C., 2008., Composing landscapes., Birkhäuser Architecture
  • STEENBERGEN C., Reh W., NIJHUIS S., POLDEROUIJEN M., 2009, The polder atlas of the Netherands, Thoth
  • STEENBERGEN C,  REH W., 2011., Metropolitan Landscape Architecture., Thoth
  • MEYER H., Bobbink I., Nijhuis S., 2010, Delta urbanism; the Netherlands, APA
  • Palmbout urban landscape 내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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