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건축의 상상력_서평

기본카테고리 | 2015-04-13 오후 11:37:24 | 조회수 : 1110 | 공개

현재를 사랑하는 이의 (도시건축)역사를 이해하는 법

나는 이 책을 ‘현재를 사랑하는 이의 (도시건축)역사를 이해하는 법’이라 말하고 싶다. 
 

차병직은 ‘상식의 힘’에서 앙리 피렌과 블로크의 대화를 인용하며,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은 필요에 따라 역사를 해석하여 기록한다. 해석과 평가의 시점은 언제나 현재다. 역사는 유물로 보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유용하다고 판단되어 쓰는 것이다. 벨기에의 역사가 앙리 피렌이 블로크에게 들려준 말을 엿들어 보자.

“만일 내가 골동품상이었다면, 내 눈에는 옛 물건들만 보였을 것이네. 하지만 난 역사가가 아닌가. 내가 현재의 삶을 사랑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

그리고 훗날 블로크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현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절대로 과거를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은 도시건축의 역사?이론?비평의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도시건축을 보고자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대안(상상력)을 제시한다. 

다음의 문장 속에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기본전제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은 빛바랜 공포나 고서적에 박제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전승된 물질문화, 사고와 행위 양식, 상징군의 가치를 현실에 투영하는 것이다. 현재라는 시간에 모인 역사의 다양한 층위에서 추출한 ‘구조적 동질성’과 같은 것이다. 즉 ‘다름’과 ‘같음’을 동시에 찾아내고 현실에 투영하는 것이 전통이다” 30쪽

이 문장은 ‘전통(역사)를 ‘물질적 가치+비물질적 가치’ 또는 ‘상부구조+하부구조’로 이해하는 것’, ‘현실에서 ‘다름’과 ‘같음’을 동시에 찾아내는 것 또는 모던과 포스트모던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현실에 투영하는 것 또는 (르페브르의 ‘변증법적 공간 구도’를 중심으로)대안을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저자는 현재의 도시건축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시대의 작품과 상품의 차이는 문화 권력과 상업 권력 중 어느 쪽을 향하느냐의 문제다.” 41쪽

“공간은 우리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관조하는 자만이 누리는 기호품이 된 것이다” 48쪽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간은 돈이다” 48쪽

저자는 자본주의에 침잠된 현재의 도시건축을 다양한 역사?이론?비평을 바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비트리비우스’, ‘알베르티’에서 ‘콜린로우’, ‘렘 쿨하스’까지, 그리고 ‘서양’에서 ‘동양’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역사?이론?비평을 바탕으로 현재 서울을 그리고 도시건축을 조명한다. 이 책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과거 또는 추상’과 ‘현실 또는 실재’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을 타며(또는 양쪽을 넘나들며) 구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대안(상상력)을 찾는다.

그 대안(상상력)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좋은 건축은 도시에 작은 파장을 형성해 나가는 진앙이다. 이들이 연결망을 형성할 때 도시 문화는 더욱 풍성해진다. 건축은 도시 문화를 잇는 전략적 하부 마딧점이 되고 이 점들의 연결망이 조밀할수록 살기 좋은 도시가 된다. 도시 전체를 공공장소로 잇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근거지를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다. 근거지의 건축은 도시를 향해 닫힌 겉껍질과 울타리를 열 수 있다. 거대 도시에서 건축의 공공성이란 바로 이런 점의 연결망이다”

저자는 ‘좋은 건축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 연결망의 거점’이라고 말한다. 다만 대안(상상력)에서 아쉬운 점은 첫째, 서두에서 말하는 르페브르의 ‘변증법적 공간구도’에서의 ‘실천’에 대한 이해와 대안에서의 적용의 미흡함이다. 저자도 르페브르의 이론이 ‘공간’보다는 ‘실천(삶)’을 중요시함을 밝히고 있듯이, 르페브르는 ‘실천적 공간Spatial Practice’를 통한 ‘사회적 저항’을 중요시 한다. 특히 그의 책 「현대세계의 일상성」에서 말하고 있듯이 현대세계(조직사회 또는 소비조작사회)에 대한 저항이다. 둘째, 대안으로 말하는 ‘좋은 건축의 연결망’이다. 이는 마뉴엘 카스텔의 네트워크 구조와 유사해 보인다. 카스텔은 자신의 책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에서 ‘네트워크는 커뮤니케이션이며, 상호관계에 의해 만들어 지는 혁신을 꾀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체계이다’라고 말한다. 즉 네트워크는 커뮤니케이션 허브로서의 장소적 의미를 가지기는 하나 중요한 요건은 ‘상호작용’이라는 주체적 활동이다. 그러나 이런 비물리적 가치로서 네트워크의 거점이 건축이라는 물리적 가치로 치환됨으로서 다소 경직된 구조로서 네트워크를 형성될 수 있는 요소를 지니게 됨이다. 즉, 르페브르의 ‘실천’과 카스텔의 ‘적응성(혁신)’이라는 변화(혁)의 가치(또는 주체)가 소홀하게 다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건축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독자로 하여금 도시건축에 대한 ‘고민’을 가지게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도시건축의 ‘새로운 상상력’을 생산한다. 왜냐하면 ‘고민’은 주체로 하여금 새로운 가치를 만들게 하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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