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전라감영복원 방향

기본카테고리 | 2016-08-18 오후 6:49:48 | 조회수 : 1556 | 공개

잘못된 전라감영복원방향
  문화재를 보호함에 있어 우리나라에는 문화재보호법이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제1조(목적)에서 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조(문화재보호의 기본원칙)에서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은 원형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주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글이 있다. “全州四不如”다. 벼슬아치가 아전만 못하고(官不如吏), 아전이 기생만 못하고(吏不女妓), 기생이 소리만 못하고, (妓不女聲) 소리가 음식만 못하다(聲不如食)는 말이다. 예향이라는 특질과 함께 어울려져 풍류도시라는 것을 잘 보여 주는 글이다.
  전주를 일컬어 예향이요,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전통의 도시요, 풍패지향의 도시라고 말한다. 풍부한 물산만큼 禮와 藝를 중시하는 고장이라고 자타가 말하는 것은 이런 데서 연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주가 전주답게 발전하려면 우선은 전주정신이 바로서야 한다. 그러나 전주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전주라는 전주역사문화를 창출한 진정한 전주정신이 무엇인가를 모른다는 점이다. 전주가 전주다움을 가지고 발전해 나가려면 전주정신이 축이 되어야 한다고 말들은 하고 있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전주를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전라감영의 복원은 과거와 현재의 역사가 아니다. 미래의 우리 후손들이 누려야 할 유산이다. 전라감영복원을 두고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또는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소아적인 사고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전주 한옥마을에 600만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것은 겉으로는 한옥이라는 보이는 것이 있지만 속으로는 전주가 1천여년 동안 빚어 놓은 전통도시라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전주를 넉넉한 심성과 포용의 정신, 자유분방함과 새로운 사회를 이루어 나가려는 열정, 그리고 문화예술을 애호하는 성향이 전주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 근대사회로 나가는 거대한 운동을 이곳 전주에서 꽃피웠던 정신은 곧 미래 전주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로 전주가 발전시켜야 할 가장 큰 주제라고 생각한다.
  전라감영복원이 이를 뒷받침 할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유적의 복원과 보존은 “원형”과 관계되는 “진정성(Autenticity)”에 있으므로 전라감영복원을 통해 전주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라감영의 복원은 전주의 역사, 문화, 경관 등 자연환경을 복원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라감영의 복원을 전라감영으로만 국한한다면 전라감영이 지니고 있던 정치, 행정, 경제, 사회, 문화, 군사적인 거점도시로서 가치를 찾을 수 없고 진정한 복원을 통해 전주정신을 복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의 감영은 복원을 완료하거나 추진했다. 복원을 한 감영에 대한 성공여부는 차치하고 진정한 감영의 복원이 이루어 졌는지 우리 찬찬히 들여 다 봐야 할 것이다. 주민들에게 무엇을 주고, 받고, 심어주는 진정성을 가지고 복원을 했는지 돌아보고 전라감영복원은 이러한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전라감영복원에 있어 첫째, 국가가 추구하고 있는 위상과 지역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확립했는지가 중요하다. 둘째, 감영복원이 주변에 산재해 있는 관광자원(경기전, 전동성당, 향교, 객사, 풍남문 등)과의 연계성으로 시너지효과를 올려 도시의 활성화를 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셋째로는 복원을 통해 교육 및 연구를 통해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며 넷째, 길이길이 보존할 수 있는 방안(지속적인 방안) 마련과 다섯째, 운영에 대한 기획자를 양성하여 운영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국가사적지로 지정하여 복원하기 위해서는 국가위상에 걸 맞는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ㆍ학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전주시와 전라북도가 스스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시안적인 사고보다는 멀리보고 주민들과 함께 복원의 당위성을 만드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타 지역의 감영복원실태를 면밀히 분석하여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① 고증과 자료 정리의 고정 미흡 ② 조경, 건축 외형중심의 유적 복원 ③ 연계가능 자원의 동원과 활용 저조 ④ 지속적 활용 가능한 계획, 프로그램의 창출 부족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면밀히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왜 전라감영을 복원, 정비해야 하는가 ? (당위성)
- 누구를 위해 전라감영을 복원하는 가 ? (복원혜택 대상)
- 무슨 효과와 의미가 있는 가 ? (사회, 경제적 효과)
- 전라감영복원의 방향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지속가능한 복원)에 대해 주민들과 기초자치단체, 광역, 문화재청이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묻고 답을 해야 한다
  역사의 해석은 19세기 초에 등장한 舊史學과 20세기 전개된 新史學이 있다. 구사학은 실증주의 사학으로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다는 것을 신앙처럼 믿는 실증사학주의로 랑케가 주장하여 20세기 초까지 지속된 舊史學으로 철저한 문헌고증학의 입장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으나 과거 사실 이상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가져왔다. 과거를 현재와 연결된 종합적 개념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속에 흐르는 속을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1.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그대로 서술하는 구사학에 대한 회의가 일면서 역사가의 적극적인 해석을 중시하는 新史學의 등장하면서 역사의 실증주의와 객관주의를 부정하고, 역사의 해석이 역사가의 숫자만큼 다양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제3의 역사학 시대다. 전주시와 전라북도는 전라감영의 역사를 해석하는 혜안을 가지고 그 다음에 복원방안에 대해 논의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전라감영복원의 범위를 전주읍(부)성과 전라감영과 관련된 성 밖의 시설을 포함하여 풍패와 풍류, 禮와 藝의 고장으로서 전주정신과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립해야 한다. 저항도시가 아니라 최초의 민중운동이 발발한 고장, 왜곡 축소된 동학농민혁명의 의의, 정여립과 기축옥사, 훈요십조에 의한 패배주의 등을 전라감영 복원과 함께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전주가 禮와 전통을 강조하는 고장이라고 하면서 전주시가 요즈음 영화흥행과 소리에 대한 대중화와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에서 스스로가 우리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주향교는 유교를 밑바탕으로 한 강학교육기관이며 제향공간이다. 특히 전주향교는 서울의 성균관과 정읍, 나주, 영광, 경주, 의성, 경산, 함평 등 전국향교 중 8개 밖에 없는 “前廟後學” 배치 구성으로 제향을 더 우선시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서울 성균관에서 성균관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들어 “성균관스캔들” 촬영을 거부했으나 “전주향교”에서는 촬영을 허락하여 영화는 개봉되었다. 또한 요즘 방영되고 있는 국악프로그램이 대성전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성현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대성전에는 국악인들의 걸개그림과 함께 음악회를 하고 있다. 모 방송국의 토요일 아침 프로그램이다. 전주에 프로그램을 할만한 문화공간이 없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이것이 진정 전주는 禮와 藝의 전통도시라고 주장하고 있는 주민들로서 문화의 정체성과 전주정신에 맞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전라감영복원도 마찬가지다. 국가사적지로 지정하여 복원하자고 주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먼저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바탕으로 전라감영만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과 가치를 전주시와 전라북도가 주체가 되어 머리를 맞대고 발굴해 내는 것이 급선무다. 남에게 의존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만이 전라감영복원이 국가적 위상을 지니게 되고, 역사적 가치를 통해 전라북도의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는 도시공간으로서 위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전라감영은 전남과 제주, 충남일부까지 관할하던 전라도 首府였다는 상징성 등 도민들의 자긍심차원에서 볼 때 충청, 경상, 강원감영 등 타 지역의 감영보다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청이 감영지에 일부분이라도 위치한 곳은 유일하게 전라감영 뿐 이므로 더욱더 원상복원의 가치가 있다 할 것이다.
첫째,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기 위한 체계적인 자료수집이 필요하고 지자체장의 진정성 있는 추진의지가 중요하다. 과거 역사 사실을 고증하는데 실패하여 시대의 흐름에 혼선을 빚지 않도록 처음부터 문화재 위원을 비롯한 참신하고 유능한 고건축 전문가와 고고학자들을 참여시켜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종합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전라감영의 역사성을 제대로 입증하는 것만이 전라감영을 원상 복원하는 최선의 지름길임을 관계자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둘째, 종전 발굴한 시굴 및 문화재발굴에 연연하지 말고 최대한 이른 시간 내 전체부지에 대한 문화재 발굴 및 조사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며, 관련문헌기록을 연구하고 찾아내는데 주력해야 한다. 셋째, 전라감영복원은 전라북도와 전주시 장기도시계획에 반영과 아울러 문화관광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하여, 전라감영 주변의 문화재 등과 연계한 미래 지향적인 컨텐츠 개발과 관리, 운영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여 경제의 활성화를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잘못된 것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전문가들과 대다수 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계획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객관적인 역사적 가치 고증과 학술적 가치를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것이라면 10년이 걸릴지 아니면 100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큰 변화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전주시내 대형문화공간인 소리문화의 전당, 전주전통문화원 등은 활용도가 극히 낮은 수준에 있고, 시내에는 중소 문화공간이 자리를 잡고 나름대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라감영터에 콘크리트구조물로 문화공간을 복원한다는 것은 복원도 아니고 재현도 아닌것이다. 그렇다면 구 도청사를 철거하지 말고 광주문회원과 같이 리모델링하여 활용하는 계획이 더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전라감영은 600년을 우리와 함께 있었다. 부끄럽게도 1905년 이후 일제에 의해 철거되고 만다. 우리는 부끄럽다고 일제의 잔재를 모두 철거했다. 그렇다면 일제에 의해 철거된 전라감영은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우리가 부끄럽다고 한 그 부분을 잘 헤아려야 한다. 조상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후손에게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향후 600년을 물려줄 수 있도록 미래를 보고 전라감영은 복원되어야 한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의 광주문화원 관련 결단과 리더십이 전라감영복원에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을 것을 보는 것은 옛 것을 감별하는데 적합하며, 옛 것치고 오늘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없다(觀今宣鑑古,無古不成今)』, 사물에는 발생과 발전, 소멸하는 바가 있으며 이와 동시에 소멸한 사물역시 훗날 생산된 사물 속에서 부분적으로 남아있다는 선현들의 말씀을 깨달아 『옛 것을 감별(鑑古)』하는 역사상의 규율과 경험의 교훈을 흡수하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순리적으로 이어지고 재생산을 잘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溫故而知新해야 한다. 사실도 확인되지 않고 규명의 노력도 없이 현재와 같은 복원은 복원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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