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물처럼
업무상 ‘물’과 관련된 일들을 늘 가까이 대하다 보면 물은 신비롭게도 사람의 ‘마음’과
흡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수질환경개선 부분을 업무로 접하다 보면 이 발견은 정말 소중한
것인데 물을 늘 마음 가까이 두다 보니 이들의 닮은 점이 내 눈에 더욱 두드러졌는지도
모른다.
우선 물이 살아있는 생명들의 육체의 근원인 것처럼 마음도 모든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의
혼의 근원이다. 물이 사람 몸의 70%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원소이듯이 마음도 인간의 선과
악, 감정과 지혜의 원천이며 사람의 행-불행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진리대로 영혼의
진원지 이다.
물은 화학적으로 수소(H)둘과 산소(O)하나의 결합인데 우리의 마음도 영혼과 육의
결합체이고 연결고리이다. 물리적으로도 물은 끓이면 기체가 되고 얼리면 얼음이 되듯이
사람의 마음도 기쁘면 새털처럼 가볍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얼음장같이 차지거나 돌등이
처럼 굳어진다.
놀랍게도 물에도 성질이 있어서 수소이온농도(PH)에 따라 산성과 알카리 성으로 나뉜다.
사람의 성질도 마음에서 나오는데 산성처럼 시큼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양잿물처럼
미끈미끈한 사람도 있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아 생수처럼 깨끗하고 시원한 사람도
있다. 물이 또한 소리나 전기를 잘 통하는 전도체인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욕심이나
미움으로 막히지만 않으면 이심전심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잘 통한다.
물은 또한 담는 그릇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바뀌는 융통성이 있다. 넓은 냄비에 담으면
넓은 꼴이고 좁은 컵에 담으면 컵 모양인데 마음도 담는 그릇에 따라 큰마음, 좁은
마음으로 나뉜다. 밑 빠진 독에 붓는 물은 부어도 끝이 없듯이 밑 빠진 마음은 부어도
부어도 만족을 모른다. 그런가 하면 물은 이 세상 액체 가운데 다른 물질을 가장 잘 녹이는
용액이듯이 우리의 마음도 세상의 어떠한 사랑이나 미움도 녹일 수 있는 신비한
용매체이다.
그러나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물의 특성은 “흐른다”는 사실이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면
썩는다. 물은 흐르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순리대로 흐른다. 사람의 마음도 순리대로
흐를 때 가장 건강해 보인다. 우리보다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향하여 조건 없이 흐르는
마음을 ‘내리사랑’이라 부르고 그것이 베푸는 자의 마음을 맑게 함으로 더욱 귀하게
여긴다.
내가 꼭 남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비록 내 처지가 힘들더라도 이 세상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사정을 알고 내가 나 된 것, 내가 받은 축복을 감사하게 여기면 사랑은
자연스레 나에게서부터 이웃으로 흘러간다.
반면에 우리의 마음이 잠시라도 흐르지 않고 닫혀 있으면 금새 불안과 걱정이 병균처럼
엄습하고 남 가진 것이 내 것보다 커 보인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영육간의
균형이 깨어지고 평안을 잃는다.
「마음을 비우다」는 말은 우리의 마음을 썩게 하는 이런 탐심들을 감시하는 마음으로
씻어내고 사랑하는 마음을 끊임없이 흐르게 하여 영을 높고 밝게 일깨우라는 뜻일 것이다.
물과 마음의 많은 닮은꼴들 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은 둘 다 절제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성난 파도나 홍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절제되지 않았으므로 우리에게 큰 피해만
줄 뿐이다. 그러나 잘 절제되어 흐르는 물은 세상을 밝히는 전기에너지를 일으키고
우리에게 푸근한 안식을 준다. 우리의 마음도 내 욕심과 아집을 솎아내고 이기심을
절제하면 남을 편안하게 하고 성숙된 마음의 에너지로 주위를 녹인다.
물이 보통 땐 색깔이 없지만 깊어질수록 푸른빛을 띤다. 그러하듯이 욕심과 이기심을
솎아낸 우리들의 마음도 높은 하늘과 깊은 물을 닮아 푸르디푸른 담청색을 띠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