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쟁점으로 떠오를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심완구 초대 광역시장 부터 박맹우 시장에 이르기까지 근 15년 동안 막대한 보존연구 용역비만 허비한 채 암각화보존은 차기시장의 몫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그런데 한가지 새삼스런 의문이 생겼다.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만 놓고 볼 때 정부기관과 울산광역시, 어느 쪽 책임이 더 클까?

 

   정부기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봐야 옳다. 반구대암각화가 국가관리의 국보 문화재라서가 아니다. 암각화의 관할 국가기관은 문화재청이며 암각화를 품고 있는 사연댐의 소유·관리기관은 국가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케이워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울산광역시는 적어도 사연댐의 현재 담수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암각화를 보존할 방법을 두 기관에서 찾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여태껏 울산광역시는 암각화 보존의 주체인양 나서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90여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가변형 투명 물막이 시설(카이네틱댐)이 그것이다. 이 임시댐은 사연댐 현담수량 유지가 목적이다. 사연댐의 소유·관리주체가 케이워터인데 울산광역시가 어떤 근거로 댐 속의 댐을 건설하려는지 절차상 하자는 없는지 묻고싶다.
   문화재청은 몇 차례 댐건설 타당성 심의를 가졌지만 몇가지 보완사항을 이유로 승인을 보류했다. 청도 운문댐인지 대체수원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은 카이네틱댐 건설을 철회하더라도 보존방안이 없는게 아니다. 울산광역시가 지난 해 10여억원을 들여 실시한 연구용역결과를 보면 40여년 동안 사연댐에 퇴적된 막대한 토사를 준설하면 수위를 낮추고도 담수량 유지가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보태면 사연댐 담수역 저지대를 중심으로 채굴작업을 병행하게 되면 청정도 유지와 오히려 담수량도 늘이는 이중효과도 거둘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연댐 건설 이전의 옛 지형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어 최근 발견된 공룡발자국 화석도 그대로 노출시켜 보존할 수 있다. 부수적으로 준설작업으로 생긴 막대한 토사는 인근 신설예정도로(선바위교-언양) 구간에 투입하면 암각화 보존과 도로건설 두가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관련 전문가들이 구체적으로 검토할 일이지만, 드물게나마 우려된다는 홍수 발생도 사연댐 건설이전 토사가 퇴적되기 전의 지형을 회복하면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보다 근원적으로 홍수예방 차원에서 대곡천 지류인 반곡천 상류지점에서 수문을 설치해 곧바로 언양시가지 근처를 지나는 태화강 상류로 우회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울산광역시가 추진하는 카이네틱댐이 진정으로 사연댐 수량 유지가 목적이라면 케이워터가 시행할 사연댐 토사준설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그래야 물고문 암각화를 볼모로 울산광역시의 식수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든다는 의구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암각화 보존문제가 대두된건 지난 2000년 부터다. 그런데 훼손이 되었다면 어떻게 훼손된건지 구체적으로 밝힌 연구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발견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지도 않고 너도나도 무조건 보존문제로 다급하게 몰아갔다. 암각화보존을 구실로 연대도 불분명한 사진을 들고나와 유명세를 타려는 학자도 끼어 들었다. 진단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바위가 물 속에서 녹는다 혹은 허물어지기 직전이라느니 하며 호들갑 부터 떨었다. 보존에 대한 감성만 앞섰지 암각화 훼손을 증명하기 위해선 발견당시와 현재를 정밀하게 비교해야 한다는 이성적 논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암각화 훼손 및 보존에 관한 논의가 기본적인 연구의 방향이나 개념을 근본부터 무시했다. 검증없이 추측만 일삼은 '암각화 중병설'을 전제로 '보존 방법론'으로 건너 뛴 결과다. 연구지침을 제시하거나 감독해야 할 문화재청도 책임이 크다. 예산지원만 했지 문제해결에 직접 나선 적이 없는데도 보존의 책임은 아무런 권한도 갖지 않은 울산광역시에 전가하지 않았는가.


   울산광역시는 반구대암각화를 위탁관리하는 입장에서 보존문제를 두고 문화재청과 갈등을 빚을 이유는 없다. 앞서 지적한대로 정부기관 끼리 원칙을 바로 세워주기를 주문하면 문제의 실마리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울산광역시에 대해 굳이 지적해 둘게 있다면 세계에 자랑할 엄청난 브랜드가 물문제에 발목잡혀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다.

 

   울산은 수도물값이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득보다 실이 큰, 논란거리 카이네틱댐을 접고 수위조절을 통한 암각화 보존 원칙에 동의해야 옳다. 그 댓가로 원수구입예산 일부를 지원받아 물값 인하의 혜택을 시민에게 돌아가게 할 수는 없을까? 그 알뜰하고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선택의 카드는 사연댐을 품고 있는 울산광역시가 쥐고 있다.


 서 창 원 울산암각화 조형연구소 소장                    ( 울산저널 2014. 4. 16 )

http://www.usjournal.kr/

 

 

( 사진설명 ) 바탕의 흑백사진은 반구대 암각화 발견 당시 1974년 문명대교수 조사보고서 시진이며

그로부터 26년 후인 2000년 당시 촬영된 컬러로된 3장의 부분 사진이다. 암각화가 훼손되기는 커녕

암면 이물질 제거,자연채광 조건과 촬영기술에 따라 암각 형상이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막연히 훼손으로 생각되었던 세세한 절개부도 실은 발견 당시에도 엄연히 존재했던 것들이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