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훼손율 24%의 허구 ( 제일일보 서창원 칼럼)

암각화 칼럼 | 2015-12-07 오전 11:28:20 | 조회수 : 1070 | 공개

                                  
                    반구대암각화 훼손율 24%의 허구


                                        절리, 절개, 함몰 부분은 암각화의 태생적 조건 ...
                                                암각화의 훼손 근거로 볼 수 없어

 

 

   울산시 의뢰로 반구대암각화 암면 보존방안 학술연구 용역을 진행해 온 공주대 산학협력단은 지난 2010.9. 9일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는데 필자도 참석하여 연구자의 발표와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참석한 자문위원들에 의하면 본 연구가 지난 2002년 선행연구에 비해 다양한 측면에서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본 연구에서도 암각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개념 인식에는 여전한 차이가 있음을 실감했다.

   그 첫째는 반구대암각화의 공간적 범위가 어디서 어디까지 인가 하는 점이다. 연구발표자료 어디에도 그 범위를 규정해 놓지 않았다. 사실 연속된 자연 암벽에 흩어져 조성된 암각 문화재의 특성상 그 공간적 범위를 구획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국보 문화재로 지정할 당시 문화재 당국에서도 분명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암각화 연구자들은 흔히 암각화 주암면을 공간적 범위로 삼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번 연구에서도 암각화 풍화훼손 지도를 작성하면서 훼손율을 측정하는 범위가 되었다.

   그런데 반구대 암각화 훼손율이 24%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왜냐하면 물리적 훼손부분이라 규정한 절리 절개 부분은 암각화가 발견된 시점은 물론이고 암각화가 새겨질 당시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존재했던 암각화의 ‘태생적 조건’이기 때문이다. 즉, 암각화를 댐의 물 속에 잠기게 한 인위적 훼손 행위 결과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말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진단은 다시 말해 반구대 암각화의 준거가 될 최초 발견 당시 기초사진도 제시하지 않고 암각화의 훼손율을 임의로 측정한 결과로 보존용역 조사의 개념 설정이 매우 잘못 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간단한 비유를 든다면 갈라지고 휘어진 나무에 조각을 한 고목판 문화재가 발견되었다고 하자. 이를 보존처리 하면서 여기서 고목판이 본래 가지고 있는 불특정한 면을 훼손이라고 볼 수 없듯이 암각화 형상을 새긴 선사인들도 반구대 자연암벽의 태생적 조건을 그들만의 독특한 조형의지로 수용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건 본 연구에서는 암각화 표면의 풍화 정도와 공기조차 접촉해본적이 없는 인위 절개한 ‘신선한 면’을 비교하여 풍화 심도를 측정해 놓았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암각화는 경주 남산의 마애불처럼 원래 있던 자연조건을 그대로 적용시켜 조성한 것이다. 즉, 암각화는 다보탑이나 석가탑처럼 원석을 캐어 와 표면을 다듬어 세운 여느 석조문화재와 조건이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암각화 표면의 풍화 심도를 암석의 단면을 절취할 때 보이는 신선한 암석과 비교해 측정하는건 연구목적에 맞지 않다. 적어도 풍화심도의 비교는 물과 접촉하는 암벽 표면부분과 전혀 그렇지 않은 자연노출 암면과 비교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한편 동일한 암벽 면이라도 형상이 새겨진 부분(음각 깊이 2~3mm)과 그렇지 않은 바탕 면을 서로 비교하여 풍화도를 측정한다면 7000년 세월의 풍화율 변이를 발견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종합해서 정리하면 이번 보존용역의 핵심은 바로 수몰에 따른 암각면의 변화 정도이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암각화의 절개부가 마치 수몰의 결과로 인한 인위적 훼손율로 와전되고 언론을 통해 일반에게 알려져 되레 암각화 보존용역의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분명히 말해 ‘암각화 24% 훼손’은 암각화 암석 덩어리가 그만큼 잘려져 나가거나 형상 자체가 알아 볼수 없게 뭉개졌다는 뜻은 더욱 아니며, 대부분의 암벽 표면이 물과 접촉하여 1~2mm의 풍화심도를 보였다는건데, 인체에 비유하자면 눈, 코, 입의 형상은 그대로 살아 있으나 피부가 조금 물러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물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자연 암벽에 새긴 그림이다. 세계의 모든 암각화가 물과 관련을 맺고 있다. 일부학자들은 댐의 수위를 52m로 낮추더라도 암각화가 삼투압 현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암각화가 물을 차단시키기만 하면 저절로 보존된다는건 아니다. 이러한 발상이 암각화 보존방향을 차수벽 설치나 수로 변경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암각화가 지닌 정신성을 오롯히 살려내기 위해서는 암각화를 제대로 연구한 학자가 연구조사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여기서 ‘암각화란 무엇인가’ 하고 기조를 정해 주어야 보존 연구의 방향이 올바로 정립될 것이라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서 창 원 울산암각화조형연구소장    ( 울산 제일일보  2010. 9.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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