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도시 그리고 사람, 상생을 도모하다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건축 이야기 | 2012-01-17 오후 9:09:25 | 조회수 : 7255 | 공개

건축과 도시 그리고 사람, 상생을 도모하다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 일본건축 기행을 다녀와서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 설렘을 안고 떠난다.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어떤 도시가 날 반겨줄지, 그 안에 어떤 감동이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특히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어떤 건축인지가 매우 중요하지 않을수 없다. 더군다나 필자는 그러한 긴장이 엄청났다. 왜냐하면 부끄럽게도 건축, 그 막연하고 어려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학문을 연구한지 7년동안 늘 이미지로서 대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일본건축 기행은 매우 특별했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2011년 12월 3일 길어질 대로 길어진 어두운 계절 덕에 태양이 떠오르기도 한참전인 시간에 잠을 설치고 일어났다. 전날 역시 진행중인 일과들로 인해 여행 준비를 떠나기 몇 시간 전에야 겨우 마치고 쪽잠을 청했던터라 약간 멍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이른시각 홍대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종착역에서부터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며 아침 7시 인천공항 내 약속장소에서 수상자들과 첫 대면을 하며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대부분 팀별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었지만 필자와 함께 팀을 꾸렸던 친구는 애석하게도 논문 심사날과 일정이 겹치며 탐방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곧 한명 한명 인의식 소장님이 인원체크를 하시고 인솔을 담당하신 최락청 대한건축사협회 팀장님과 여행가이드 분께서 기행에 관한 짧은 소개를 해주신 뒤 우리 13명은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 후 우리는 이미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적시고 있는 빗줄기를 제일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출발 전 날씨정보를 확인했던터라 우산을 챙겨오긴 했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기행을 하는데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았다. 우리는 신속히 공항을 빠져나와 미리 준비된 아담하고 작은 흰색 버스에 탑승했다. 곧 차내에서 현지에 관한 소개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가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비로인해 평소보다 깨끗해진 규슈(Kyushu) 풍경을 눈 한가득 담으며 3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출발한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우리는 휴게소에서 현지 첫 식사로 시장했던 배를 달래고 부지런히 달려 목적지로 향했다. 달리는 도중 국내와는 반대인 차선도 신기했지만 작은 마을로 가까워질수록 아슬아슬 폭이 좁아지는 도로와 작은 휴지조각 하나 발견하기 어려운 깨끗한 도시의 모습 그리고 매우 낮은 안장에 앉아 내지르듯 발을 굴리며 큰 바퀴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한명 한명이 흥미로웠다. 그렇게 도착한 첫 탐방지는 구마모토 일대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모두 전시되고 있는 안도타다오의 현립장식고분관. 장식고분이란 일본어로 조각, 미술 등의 고분유물을 말하는데 고분 내부에 쌓아올려진 석실이나 석관, 무덤 벽면 등에 그려진 회화나 문양 등을 총칭해 장식고분이라고 한다. 주차장 쪽으로 연결되어있는 입구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서 우리는 노출콘크리트의 긴 램프와 과감한 공간 구성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는 안도타다오의 건축에서 자주 특징적으로 접할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 언어들을 직접 체험할수 있는 기쁨이었다. 기하학적 질서에 따른 조형성과 명상의 공간, 그리고 주변 고분과 출토지역 전체를 조망할수 있도록 조성된 의식적인 형태 디자인은 구마모토 아트폴리스(Kumamoto Artpolis)가 지향하는 환경과의 조화, 주변 환경과의 맥락을 중시하는 계획으로서 이용자에게 충분히 만족할만한 공공성이라 생각했다. 특히 자연스럽게 동선을 이끈 슬로프와 램프 끝에서 내려다보는 건물과 랜드스케이프의 자연스러운 볼륨은 압권이었다.


 
공간들을 헤집고 다니며 감상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 다음 목적지로 향해야 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버스에 올라야 했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본역시 겨울철엔 해가 일찍 떨어지기에 여유있게 체험을 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너나 할것없이 점점 멀어지는 차 창문에서도 건물을 바라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현장에서 눈과 귀와 가슴에 담을수 있었던 감동의 여운을 추후 이미지를 통해서라도 다시 기억해보려 했던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아득해질 무렵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하늘은 이미 맑아져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애초에 가즈요 세지마의 90년도 작품이었던 사이슌칸 레이디스 레지덴스였다. 이 건물은 아트폴리스의 민간프로젝트 1호로서 사이슌칸 제약소의 여자 기숙사로 쓰이는 용도였지만 내부체험에 제한이 있어 현지 여건상 그보다 더 최근에 지어진 현립 농업대학교 학생기숙사로 발길을 돌렸다. 고분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던 기숙사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특별했다. 건축공간을 구성할 때 고의적으로 시선을 조절하여 ‘무엇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것처럼, 더욱 각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 배치된 하트모양의 조경은 인상적이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간간이 기숙사를 1/50 정도로 축소시킨 우체통들이 늘어서 반겼으며, 이윽고 마주한 목조건물은 이 안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자연과 상생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려는 듯 포근하고 따뜻하게 안착해 있었다.


  
특히 내외부에 사용된 모든 재료는 구마모토 현 내의 나무들만 사용한다라는 원칙아래 풀(잔디), 나무(감귤류), 돌(흰모래), 꽃(야생화)라는 4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재료구성으로서 자연소재가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눈에 띄도록 드러내며 갑자기 방문했던 우리들에게 낯설지 않은 오묘함을 풍겼다. 이 오묘함을 배경삼아 단체사진을 촬영 후 바로 다음 목적지인 니시고시시 보건복지센터로 향했다. 농업대 기숙사의 감동이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 사전조사당시 접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너무나 때가 타고 관리가 잘 되어있지 않았던 외관과 건축가가 고안했던 내부공간에 비해 혼잡하게 엉켜있는 실내는 실망스러웠다. 다만 동선을 따라 나오던 길에 만났던 주차장 구성과 한쪽으로 그늘져 우선권을 제공했던 공용주차장은 인상적이었다.
 
첫 날 어두워지기 전 마지막 코스로 우리는 시영 신치단지를 방문했다. 구마모토 신치단지는 저소득 영세민을 대상으로 재개발된 공동주거로, 지역민들이 아트폴리스 프로젝트로 신청하여 선정된 경우이다. 저렴한 임대 아파트를 목적으로 개발되었던 공동주거는 건설비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다양한 주호들을 품어 단층형과 복층형, 각종 평면형이나 입면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다른 프로토타입형으로 공간을 나눠 소유하고 있는 모습이다. 거주민들이 사는 공간내부를 직접 볼수는 없었지만 발코니의 서로 다른 모습을 바라보며 짐작할수 있었고, 단지가 가진 거대한 스케일과 내외부 공간의 공동소유격인 공공공간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걸 보며 커뮤니티의 숨결을 느낄수 있었다. 또 공공공간이 안전한 가장 큰 이유는 완벽한 보차분리가 되는 마스터플랜의 긴밀한 짜임새 덕분이 아닌가 싶었다. 이는 경사도가 있는 지형에 그대로 순응하며 버스로 올라갔던 주도로를 경계삼아 건물이 울타리가 되어주는 거대한 놀이터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특히 E단지를 설계하였던 ‘우에다 겐지로’는 자신이 어린시절 뛰어놀던 마을의 풍경과 심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다고 했으니 필자가 보고 느낀 시각이 어느정도는 일치했던 것 아닌가?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올 무렵 어둑해진 거리를 따라 우리는 첫 날 오후 일정을 마치고 시내 호텔로 향했다.


 
많이 돌아다녔던 탓일까? 호텔 프론트 우측으로 있던 뷔페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꿀 맛같았다. 아마 3일간 일본에서 즐겼던 음식 중에 가장 무난하면서 호화스럽게 즐겼던 만찬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유는 둘째 날 숙소에서 접했던 단 맛 가득한 기무치(일본김치)와 빈약한 식사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돌아오는 길 가이드가 권했던 대형마트를 다녀와 조촐한 모임을 갖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 날과 기행 첫 날 얼마 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튿날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이른 시각 호텔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최근 주거 관련 논문을 작성하면서 아파트에서 도시형생활주택에 이르기까지 점차 소형화 되가고 있는 최근 국내 평면추세를 반영하기에 우리가 묵었던 매우 작은 크기의 원(One)배드와 투(Two)배드룸의 구성과 컴팩트(Compact)한 화장실은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메모와 사진촬영을 마치고 함께 방을 썼던 동생을 깨워 어제의 만찬 장소로 향했다. 식사를 하며 만난 일행들의 모습은 새로운 기대감 때문이었는지 모두 좋아보였고 조식을 마친 후 우리는 서둘러 아주 특별한 자연이 있는 아소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구마모토는 칼데라 아소산으로 ‘불의 나라’와 ‘물의 나라’로 불리며, 일본의 대문호 나츠메 소세키는 구마모토를 ‘숲의 나라’라고도 표현하며 아름다운 자연만으로도 구마모토의 절반이상이 설명될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소는 해발 1,000m가 넘는 다섯 개의 봉우리중 지금도 하얀 연기를 쉴새 없이 내뿜는 활화산도 포함하고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시간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장관을 경험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퀴퀴한 연기가 연신 화산의 분화구에서 올라오며 기침을 유발시켰는데 분화구가 있던 자리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맞바람을 직접 맞을 경우는 위험도가 높아 내부를 보기위해서는 바람이 바뀔 때 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15~20분이 지났을까 신호가 바뀐 후 분화구 가까이 접근할수 있었고 세월의 힘과 자연의 힘이 어우러진 경이롭고 거대한 풍경을 만나는 순간 잠시 말을 잃게 만들었다.

   
그렇게 고요하기도 한편으로 무섭기까지 했던 거대자연 아소산을 둘러 내려오는 길에 우리는 분화구를 향한 케이블카 탑승장 주차장 내 만들어진 공중화장실인 TOTO AQUAPIT 에 들렀다. ‘물과 평온함이 있는 휴게소’라는 이름에 알맞게 7동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아소(阿蘇)의 기후를 고려하여 화산재나 겨울의 동결에 대응하도록 고안이 되어있었고, 계절에 따라 건물수의 증감도 가능하다고 하니 그 운영 및 관리방법의 유동성은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그런데 그 보다 더 시선을 고정시킨 것은 파노라마 같은 광활한 들판과 푸른 호수, 선명한 녹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숭고하기 까지했던 주변경관의 웅장함이었다. 음악의 멜로디 마냥 굴곡이 다양한 산세와 그 속에 늘 있었다는듯 자리한 쿠사센리 공중화장실은 앞서 본 7동이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냈다면 후자는 자연에 가장 밀접한 재료인 목재를 사용해 자연공원내 이질감을 최소화 시켰고, 쿠사센리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있게끔 처리한 경사면의 잔디지붕은 부지와 소통하는 정서를 담아내고 있었다.
 
버스로 아소산을 내려오는 길에 돔형식의 숙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대형 리조트 단지인 아소 팜랜드를 간단하게 구경한 뒤 허기를 달래고 구마모토현 우츠시에 위치한 우토 초등학교를 찾았다. 멀리서 다가설 땐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초등학교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규모의 건물이었다. 또 우리가 방문했던 아트폴리스 프로젝트중 가장 최근(2011년5월준공)작품으로 일행이 가장 선호했던 여정의 꽃 이었다고 생각된다. 전반적인 느낌은 십자형의 공중가로가 쌓여있는 3층 규모의 아기자기한 공간구성이 특징이었는데 2008년 현지 심포지엄에서 ‘배우면서 만드는, 만들면서 기르는 앞으로의 교육환경’ 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건축가와 교육자, 아동, 시민들이 함께 계획하며 치밀하게 진행했던 견고한 디자인이 건축물을 돋보이게 만들었던게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등 간격으로 배치된 우수집적 시설을 통해 저장된 물이 야외 수영장으로 보내지는 시스템은 교육여건상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았고 화사한 녹지로 조성된 여러 안마당과 시각적으로 열려있는 모든 교실과 복도, 야외 공간은 지역 및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시문화와 건축문화 등에 대한 관심을 촉구시키며 풍부한 삶의 질을 누릴수 있게 하는게 아닐까 짐작해 보았다.
 

 
문화공간이 아닌 교육시설에서 받은 감동은 컸고, 연이어 방문한 시라누히 문화프라자와 현재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의 총괄 커미셔녀로 있는 일본 건축계의 거장 도요이토(Toyo Ito)의 야츠시로 시립박물관(미래숲박물관)으로 연결되었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하이테크 적인 요소들로 위용을 뽐내며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었는데, 시라누히(不知火)라는 말은 바다의 비치는 신비한 화영(火影)을 일컫는 뜻으로 이를 모티브로 건물을 둘러싼 루버 스크린이 부드러운 빛의 공간을 만들어내며 시각적인 이미지의 극대화를 표현했고, 시립박물관 역시 건축가가 생각했던 평범한 도시, 빛바랜 건축물들 사이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구상을 통해 무거운 도시에 날아가는 새를 형상화하며 건물의 위압감을 감소시켰다.


 
그러나 초기 프로젝트 당시 과감한 디자인은 주민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했는데 서로 다른 두 생각의 차이를 극복하고자 건축가와 지역 주민들 간의 협의과정을 일주일에 서너차례 열면서 무려 일년여의 시간동안 에너지를 투여하며 건축물을 사용하게 되는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프로세스에 끌어들였다고 한다. 이는 건축이 진행되는 동안 건축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았고, 융기된 녹색 언덕 위로 자아내는 메탈릭의 아름다운 광택은 필자의 시선을 고정시키며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둘째 날 마지막 일정으로 신야츠시로 역 앞에 있는 모뉴먼트를 찾았다. 미리 사진으로 보았을 때와는 달리 거대한 스케일의 신간센 역에 비해 매우 작은 크기였다. 멀리서 다가설 땐 민가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가까이 다가서니 아주 얇은 벽두께에 무수히 많은 구멍들로 인해 콘크리트의 무거운 물성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각도로 앵글을 조절해도 멋스럽게 촬영되는 조건 덕에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어느새 첫 날보다 더욱 가까워진 관계를 발견할수 있었고, 늘 바쁜 생활에서 미처 느끼기 힘들었던 늦가을 단풍과 노을길을 친구삼아 이튿날 숙소로 잡혀있던 아시키타 청소년의 집으로 이동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너무 어두워져 건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이 곳 역시 아트폴리스 프로젝트로 해안선 가까이 위치하며 야츠시로해 연안을 바라볼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기에 다음날 이른 아침 건물을 둘러보리라 생각하며 간단한 석식을 마치고 인의식 소장님과 최락청 팀장님과 함께 한방에 모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아쉬운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날 우리는 어제와 비슷한 조식을 마치고 부랴부랴 바다가 보이는 광장으로 나섰다. 부지의 혜택을 활력삼아 아침바다가 주는 쾌적함에 취해 서둘러 공간을 둘러보고 마지막 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3일내내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는 아담한 버스에 올랐다.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Ashikita Community Hall에 도착했고 마침 월요일이 휴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시설 담당자를 잠시 기다려 내부를 둘러볼수 있었다. 이벤트나 체육시설로 이용되는 내부는 돔 모양의 지붕이 삼나무 집성재를 뜨개질 하듯 짜맞춘 독특한 패턴의 구조가 눈에 띄었는데 지역 내 대표적인 재료의 사용과 부드러운 향기가 진동하는 실내 공간을 볼수 있게 배려해 주신 것에 매우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어 길을 나서며 우리는 일본의 유명한 신칸센 고속철도역에 방문했다. 도쿄와 오사카의 주요도시를 관통하고 있는 철도역인 신미나마타역은 안팎으로 공간구성이 다채롭다. 플랫폼을 보여주는 철도역의 지붕과 벽은 뚜렷한 차이 하나없이 반복되는 긴 개체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마치 끊임없이 움직이는 열차가 가지는 속도감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특히 마냥 열려있는 것만 같은 공간디자인은 그 나름대로 개체들의 다른 표면각도로 인해 소음과 빛, 비, 바람을 막아준다고 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시각각 썬(SUN)블록 사이로 쏟아지는 태양의 빛이 고도에 따라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어느새 출출해질 점심 무렵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 일본식 우동과 돈부리를 먹고 후지모토 소우스케(Sosuke Fujimoto)의 작품이 있는 규센도 방갈로를 보기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걸어가는 도중 규센도 삼림관 아래로 설치된 큰 스케일의 보행다리를 건너게 되었는데 국내에선 이정도 높이와 규모의 다리를 체험해본적이 없었던터라 무척 흥분되고 즐거웠다. 필자가 군 현역시절 유격훈련을 받으며 외줄을 건널 때처럼 아찔했다고 하는게 더 좋은 표현일수도 있겠다. 이윽고 다리를 건너 몇 걸음 옮기니 삼나무의 두꺼운 각재가 게임을 하듯 한층씩 쌓여있는 흥미로운 방갈로에 이르렀다. 이 작품 역시 구마모토산 재료를 적극 사용하며 목조주택의 실험정신을 느낄수 있었는데 애초 기대와는 달리 내부 공간에 걸터앉아 보거나 누워보니 사실 많이 불편했다. 공간자체를 만들어낸 프로세스와 작업방식은 훌륭했음에도 숙박시설로서 안락함은 부족한 듯 보였다. 그리고 바로 옆 함께 위치한 방갈로 R2에서 오히려 목재의 쾌적함과 편안함을 느낄수 있었는데 일행모두 나란히 누워 잠시 만끽했던 자연의 내음과 시원함을 돌아가서도 잊지 못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은 각재의 일정한 간격으로 벌어져있는 형상의 집합으로 쪼개진 패턴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 사이사이를 구조체들이 잡아주며 벽면과 지붕을 감싸고 있다. 이는 외부에서 볼 때보다 내부에서 밖을 바라볼 때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길만큼 실내가 근사했다.


 
돌아가는 비행기의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순조롭기만 하던 일정을 끝내야만 했다. 어떻게든 후쿠오카 공항에 다시 돌아가기 전에 하나라도 더 볼수 있게끔 하기위해 남은시간마저 쪼개며 캐널시티(Canal City Hakata)까지 방문했고, 최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짜두었던 알찬 프로그램들을 무탈하게 사고없이 치러내며 대체로 만족스럽게 달성하였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3일이라는 시간이 길면 길고 짧으면 무척 짧은 시간임에도 일정내내 탐방지를 선별하고 현지 시각에 맞춰 가이드와 함께 많은 신경을 써주셨던 인의식 소장님과 이번 건축탐방을 정성껏 마련해 주신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 및 최락청 팀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끝으로 함께 했던 진표형, 원석이, 태선이, 준성이, 용훈이, 두리, 연홍이, 가영이, 은영이, 현주, 함께하진 못했지만 늘 고마운 친구 시몬이에게 특별한 인연의 시작과 앞으로의 행보에 큰 박수를 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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