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네덜란드 이야기 1: 땅과 물, 도시 이야기의 시작점

기본카테고리 | 2016-06-16 오전 10:28:20 | 조회수 : 2925 |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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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네덜란드 이야기 1: 땅과 물, 도시 이야기의 시작점

  • 땅과 물: 도시 이야기의 시작점

네덜란드는 참 흥미로운 땅이다. 해수면 보다도 낮은 곳에 위치해 있고 그 흔한 언덕 조차 보기 힘든 평평한 간척지가 대부분이다. 네덜란드(Nederland)라는 지명도 ‘낮은 땅’이라는 뜻을 가졌을 정도로 특색있는 땅이다. 영국의 유명한 작가인 올더스 헉슬리는(Aldous Huxley)는 그의 에세이인 ‘Views of Holland’에서 네덜란드의 땅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평평한 간척지(polder)에서 뚝방길과 환하게 빛나는 수로들이 서로 직각으로 교차한다, 완벽하게 평행한 것들의 교차.’  헉슬리가 묘사했듯이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끝없이 펼쳐지는 평평한 간척지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이 가장 전형적인 네덜란드 풍경이다.  하지만, 한가로이 펼쳐있는 풍경과 달리 그 이면에는 자연환경과 싸워온 네덜란드만의 극단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도시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물과 싸워온 땅, 즉 랜스케입(landscape)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간척지(polder)#1 간척지(polder) 항공사진

지리학적 관점에서 랜스케입(Landscape)은 인간의 정주지, 경작지, 도시 등이 위치하고 생물적, 비생물적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는 가장 근본적인 곳을 말한다. 언뜻 들으면 도시와 랜스케입이 반대말 같은 어감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도시와 땅의 관계는 반대가 아니고 땅은 인간의 활동의 기초가 되고 서로 상호 작용을 이루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는 네덜란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여러 지역 및 도시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이야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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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도시와 땅의 관계: Barcelona, Brasilia, Amsterdam 및  남부 지역,
 (STEENBERGEN C, REH W., 2011., Metropolitan Landscape Architecture., Thoth. STEENBERGEN C., 2008., Composing landscapes., Birkhäuser Architecture)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땅은 도시나 인프라스트럭쳐에 비해 영구적이고 이 두가지 요소가 놓여있는 틀이다. 토양, 지반, 물 등의 요소등으로 이뤄지는 이 기초적인 틀은 도시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경제활동을 하며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을 제공해준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해수면 보다 낮은 땅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땅과 물’의 이야기를 도시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잡으려 한다.

Screen Shot 2013-02-05 at 11.54.34 PM#3 Layer approach (MEYER H., Bobbink I., Nijhuis S., 2010, Delta urbanism; the Netherlands, APA)
  •  물과 낮은 땅:  Sweat & Salt

네덜란드를 설명하기위해 굳이 ‘땅과 물’을 시작점으로 잡지 않았어도 언제가 한번은 다루어 질수 밖에 없는 주제이다. 특히, 물은 네덜란드의 도시와 건축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에 큰 영향을 준 요소이다. 아마도 네덜란드는 일상 생활에서 물을 실제적으로 경험하고 느낄 수 있기 쉬운 나라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방에서 창밖을 봐도 수로가 있고 문을 열고 2~3분만 걸어나가면 큰 강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물은 이나라에서 굉장히 흔하면서도 친근하게 접할수 있는 것이다.

Zoet-en-Zout-Water-en-de-Nederlanders-Delva-Landscape-Architects-Amsterdam-Zonnebeke3#3 Sweet & Salt : Water and the Dutch 전시 포스터

작년 로테르담(Rotterdam)의 쿤스트할 전시관에서 ‘Zoet & Zout: Water en de Nederlanders(Sweet & Salt: Water and the Dutch)’을 관람한 적이 있다. 전시회 제목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담수와 해수: 물과 네덜란드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제목은 바닷물이 내륙으로 밀려들어 오고 나가며 물과 싸워온 낮은 땅에서의 삶의 궤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단순히 홍수의 위험 속에서 물과 맞서 싸워가면서 살아가는 네덜란드인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이들의 삶과 문화 속에서 물의 의미를 주제로 다루었다. “Conflict(충돌), Profit(이득), Concord(화합), Pleasure(기쁨), 그리고  Myth(신화)” 이 전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오래된 회화 작품, 현대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미술은 물론 역사 기록물, 그리고 공학 도면 등 까지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전시회에서는 다루었던 이 다섯 가지  주제들에서 볼 수 있듯이 물은 네덜란드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이다. 바다보다 낮은 극단적인 자연환경에서 살아온 고단한 삶, 이런 환경에서도 적응하고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했던 터전이 바로 물이기도 하였다. 긴 역사 동안 물과 반복적으로 바뀌는 극단적인 관계를 맺으며 물은 네덜란드인들의 삶의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냈다.

( 출판물: Metz T, Heuvel M., 2012., Sweet & Salt: Water and the Dutch., Nai publishers)
  • 변화하는 땅과 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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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Rhien-Muese Delta (map by Steffen Nijhuis)

Rhein-Muese 강의 하구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강과 바다에 의한 퇴적, 침식, 정체 등의 자연 현상과 서로 다른 토양 및 지반의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특성의 땅을 만들어 냈다. 물론 인간의 활동도 네덜란드를 계속 변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먼저 네덜란드 땅의 자연적인 변화와 특성을 다루고 다음 글에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땅의 역사에 대해 말하도록 하겠다.

img048 copy# 5 네덜란드 땅의 역사 (a) 빙하기때의 표고 (b) 2750 BCE (c) 50 CE (d) 800 CE, (maps by P.Vos, TNO-NITG)

네덜란드 국토는 빙하시대(홍적세, Pleistocene) 동안 100m정도 현재보다 낮았다.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영국은 유럽의 대륙의 일부였고 스칸디나비아와 캐나다 지역에 대규모의 빙하가 있던 시기였다. 13,000년 전에 빙하(Weichselian ice)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현재 도버(Dover) 해협으로 물이 유입되어 북해 분지 지역에도 물이 채워졌다. 이로 인해 북해 지역은 현재와 비슷한 해안선을 가지게 된다. 후빙기 (Holocene)동안에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이 대규모 빙하들로 인해 토양이 눌러지면서 네덜란드를 포함한 주변 땅들이 융기하게 된다. 하지만 빙하기가 끝나면서 스칸디나비아 지역은 다시 융기하고 주변땅은 침강하였다. 지난 몇 세기동안 이러한 과정은 빙하가 녹는 현상과 맞물려 네덜란드의 해수면은 올라가고 땅은 해수면보다 낮아지는 현재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모든 곳에서 똑같이 일어난 것이 아니고 지역적 특성에 따라 조금씩 틀리게 나타나 다양한 랜스케입을 형성하였다.

048 copy#6 네덜란드의 지질 단면도  (HOOIMEIJER F., MEYER H., NIENHUIS A., 2005, Atlas Of Dutch Water Cities, Sun Architecture)

 

  • 다양한 랜스케입 특성

간략하게 네덜란드의 토양을 설명하자면, 서쪽과 북쪽의 토탄(peat) 지역, 북쪽,서쪽 및 남서쪽의 해양성 점토(sea clay) 지역, 모래로 이루어진 사구(dune) 지역, 해안 랜스케입(coastal landscape) 지역, 강 랜스케입(river landscape)지역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분은 네덜란드의 낮은 땅이 가지는 특수성과 땅을 변화시키는 물의 힘 등에 의한 가장 기본적인 분류를 말해준다.

 

img046#7 네덜란드의 다양한 랜스케입 (STEENBERGEN C., Reh W., NIJHUIS S., POLDEROUIJEN M., 2009, The polder atlas of the Netherands, Thoth)

 

해안 랜스케입(coastal landscape)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빙하기를 거치면서 해수면 및 지반의 침강과 융기을 통해 현재의 지형을 형성하였다. 이후 해수면 상승의 속도의 변화, 해안선의 변화에 따른 퇴적 패턴의 변화, 사구의 발달, 조수간만차, 파도, 해류 등의 영향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랜스케입을 형성하였다.  긴 역사속에서 바다는 네덜란드의 땅을 변화시킨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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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hein – Daube강 (map by Steffen Nijhuis, 2012)

강 랜스케입(river landscape)은 Rhein강과 Meuse강 시스템에 의해 빗물 및 눈이 녹은 물 등이 흘러내려와 퇴적 및 침식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빙하기를 거치면서 Rhein및 Meuse강의 시스템이 강 하구에서 구불거리는 하천 지역을 형성하였고, 현재 우리가 아는 Rhein-Meuse 삼각주(delta) 지역을 형성하혔다. 때로는 이 강들 주위는 상류에서 내오려는 퇴적물들을 강둑을 범람하여 자연적인 둑(natural levees)를 형성 시키기도 하였다. 네덜란드의 강 랜스케입(river landscape)는 계속 변화하는 물길의 패턴에 의해 위에서 언급한 자연적인 침식과 퇴적의 과정을 통해  그 특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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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토탄(Peat)  토양질의 쿠션같은 성질 (map by S. Nijhuis and B. Kwarst, TU Delft)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토탄 랜스케입(peat landscape) 지역이다.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들릴수 있는 토탄(peat)은 식물류가 땅에 퇴적되어 생화학적 변화를 받은 토양을 말하는데  석탄화 초기 과정의 것이다. 네덜란드의 중부와 북부 지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점토(clay)토양과 함께 간척지(polder)를 만드는 일반적인 토양층이다, 이 토양의 식물 퇴적물은 스폰지와 같이 물을 담고 팽창했다가 상황에 따라 줄어들기도 한다. 이 늪지같은 토양은 그 성분덕분에 주로 농업용지로 많이 쓰이고 있고 때로는 과거 일부 지역에는 연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 토탄 이끼 늪지(peat bog)는 물의 함유량에 따라 자연적으로 확장하고 부풀어 오르는데, 이는 배수를 지연시키고 물을 함유하고 있어 이곳에 일찍부터 취락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바닷물에 의해 침수가 되는 등의 특별한 상황에서 줄어들어 완전히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 맺는 글:  네덜란드 땅과 물에 대한 지리학적 이해의 필요성

네덜란드의 국토는  바다, 강, 토양 등 다양한 자연 특성은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변화해왔다. 때로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태풍과 파도에 의해 홍수가 나고 강에 의해 범람이 되기도 하였다. 세계의 다른 지역들도 자연의 변화를 경험을 하지만 네덜란드는 좀 더 극단적인 환경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땅과 물에서 살아온 인간들의 삶과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지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굳이 토양이나 땅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나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델프트 공대의 도시과 스튜디오 첫시간에 설계 대상지를 설명할 때 나도 궁금증을 가졌었다. 대상지 소개에서 토양의 특성, 역사 등을 중점을 두어 설명했는데 당시 굉장히 의아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 지리학적 정보와 도시설계가 얼마나 큰 관계가 있는데 저렇게 강조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도시에 대해 이해가 높아질수록 나 역시 땅과 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는 네덜란드가 다른 지역보다 민감한 극단적인 땅을 가졌기에 이를 좀더 섬세하게 다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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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도시와 땅 (STEENBERGEN. C., 2008., Composing landscapes., Birkhäuser Architecture)

물론 여기서 언급된 지리학적 용어와 내용들을 보고 있을라면 매우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땅 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이것이 도시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꽤나 의미있는 일이다. 땅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이해하고 그 위에서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일차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도시를 만드는 방법이다. 낮은 땅이라는 극한 환경때문에 네덜란드에서 이러한 접근 방식이 부각되어 보인다. 요즘 도시에 대해 논의를 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지속가능성인데,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첫 단계가 랜스케입과 관계를 잘 맺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 출처

  • Main photography: Han Singels, 2005, Forelands at Graaf

참고 문헌

  • STEENBERGEN C., 2008., Composing landscapes., Birkhäuser Architecture
  • STEENBERGEN C., Reh W., NIJHUIS S., POLDEROUIJEN M., 2009, The polder atlas of the Netherands, Thoth
  • STEENBERGEN C,  REH W., 2011., Metropolitan Landscape Architecture., Thoth
  • METZ T, HEUVEL M., 2012., Sweet & Salt: Water and the Dutch., Nai publishers
  •  MEYER H., Bobbink I., Nijhuis S., 2010, Delta urbanism; the Netherlands, 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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