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DATA시대의 접속권과 정보보안권 -<한병철, 김태환 역, ??심리정치,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문학과지성사, 2014>를 읽고-

기본카테고리 | 2015-12-17 오후 8:52:33 | 조회수 : 1136 | 공개

 
DATA시대의 접속권과 정보보안권
-<한병철, 김태환 역, 󰡔심리정치,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문학과지성사, 2014>를 읽고-
 
 
세상은 너의 것: 우울증
  ‘세상은 너의 것(The world is yours)’이라는 구호는 우리를 유혹한다. “우리는 오늘날 우리 자신이 예속된 존재로서의 서브젝트가 아니라 계속해서 스스로를 기획하고 창조해가는 자유로운 프로젝트라고 믿고 있다.”(한병철,『심리정치』, 9쪽)고 말하는 한병철은 우리에게 일침을 가한다. 탈빈곤화, 탈영토화, 탈종교화, 탈언어화…는 우리에게 프로젝트로서의 자유를 가져다 준 것 같지만 무수한 탈○○화속에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 자본화되어가고 있다.
 
  대학생인 나에게 방학이라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시간 많을 때 해외로 나가보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어 이번에 유럽에 가볼 생각이다.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고, 영어회화학원에 등록을 했다. 숙박업소를 예약했으며, 유명한 식당도 하나 알아두었다. 현지 트렌드에 맞는 옷을 한 벌 살 예정이며 이 자유로운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카메라도 한 대 살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내겐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돈이 없고 방학기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여행은 현실로 다가온다.
 
  자유는 자본을 담보로 하고 자본은 시간을 담보로 한다. 그런데 시간은 곧 삶이다. “자본에서 생성되는 자본의 고유한 욕구를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구라고 착각한다. 자본은 새로운 초월성, 새로운 예속의 형식이다. 우리는 삶이 어떤 외적 목적에 종속되지 않고 오직 삶 자체에 머물러 있는 차원, 즉 삶의 내재성에서 다시 추방당한다.”(한병철,『심리정치』, 17쪽) 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자유라는 허울 속의 자본에 의한 착취이다.
 
  그래도 좋다. 능력이 있으면 된다고 했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도 하고, 곧 과외자리도 구해볼 생각이다. 상금 두둑한 공모전도 준비 중이며 이번에 A+ 하나만 더 받으면 장학금도 노려볼만 하다. 어학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을 위한 체력을 다지기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이번에 기숙사는 꼭 붙었으면 좋겠다. 월세걱정에 정말이지 우울증에 빠질 것만 같다.
 
  “신자유주의적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의 경영자’로서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열정적으로 착취한다.”(한병철,『심리정치』, 45쪽) “이제는 심리가 착취의 대상이 된다. 그리하여 새로운 시대는 우울증이나 소진증후군 같은 심리적 질병을 함께 가져온다.”(한병철,『심리정치』, 47쪽)는 한병철의 말은 바로 나를 향한 것 같다.
 
긍정적 마인드: 싫어요!
  자기착취자인 우리는 긍정적 마인드를 강요받는다. 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내 능력이 부족해서일 뿐이며 내가 더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이것은 무수한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주문(order 이자 spell)'이며 우울증 환자를 양산하는 원인이다. 나는 조금만 더 노력하고 실력을 쌓으면 언제든 성공할 수 있다.
 
  재수생인 나는 솔직히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안했다. 반에서 3등 안에 들었고 전교에서도 20등 안에 들었지만 솔직히 나는 공부를 열심히 안했다. 친구들과 축구도 많이 했고 쉬는 시간에 잠도 많이 잤다. 등하교시간에 영어단어장도 보지 않았고 밥 먹는 시간엔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종종 PC방도 갔다. 올해에는 기필코 철저히 준비해서 승리하리라. 3월엔 3등급, 6월엔 2등급, 9월엔 1등급, 수능 때는 기필코 만점을 받아낼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긍정성은 개인들 사이에서 자신이 더 긍정적이며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과시함으로써 강화된다. “감성 자본주의는 삶의 세계와 노동의 세계를 게임화한다. 기분이 들떠 있는 게임 플레이어는 합리적으로 기능하는 노동자보다 훨씬 열성적으로 작업에 임한다.”(한병철,『심리정치』, 71쪽) 온라인상의 ‘친구’, ‘팔로워’로 확장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좋아요’는 (자본이 제시하는 삶의 척도를 통해)누가 더 잘났는지를 겨루는 일종의 게임과 같다.
 
  이번에 재수학원 현관에 걸려있는 BillBoard에 내 이름이 올랐다. 학원에서 모의고사 100등 안에 들어야 오를 수 있는 명단이다. 뿌듯하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명문대에 간 친구들의 파티장면은 나를 더 자극시킨다. 이번에 국어영역에서 문법문제를 틀렸는데 학원선생님 말씀대로 특강을 들으면 다음부턴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기필코 더 열심히 해서 나는 지금 파티를 하고 있는 저 친구들보다 더 즐거운 삶을 살 것이다. 요즘 잠들기 전마다 페이스북에 들어가 내가 원하는 자동차와 여행지, 파티장을 스크랩해놓는 중이다.
 

  이 게임 속에서 우리에게 ‘싫어요’할 권리는 없고 긍정의 주문 속에 마구잡이로 눌렀던 우리의 ‘좋아요’는 빅데이터가 되어 하나의 심리지도가 된다. “디지털 심리정치는 디지털 무의식에 접근함으로써 의식에 잡히지 않는 차원에서 대중의 행동을 장악하고 조종할 수 있게 될 것이다.”(한병철,『심리정치』, 92쪽)라고 한병철은 경고한다.
 
디지털연료: 피가 되는 공기, 금이 되는 공기, 그런데 공기가 금값!
  하지만 놀라울 것은 없다. 자본은 언제나 대중을 대중보다 먼저 읽어왔으며 또한 조종해왔다. 현재 가전제품은 맞벌이 주부에게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이 되었으며 자동차의 크기는 남자의 존재자체로까지 치환되었다. 이렇듯 심리를 파고드는 자본의 날카로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빅데이터가 더 면밀한 조작을 할 수 있는 지평을 자본에게 선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자본의 새로운 속성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데이터를 동력으로 하는 현실의 양화 과정이 정신을 지식에서 몰아내고 있다.”(한병철,『심리정치』, 97쪽)는 ‘빅데이터 신화화’에 대한 경고이다. 또한 디지털 공간속에서의 자발적 투명화 혹은 타의에 의한 투명화(해킹)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농노가 된 우리들은 디지털 영주(통신사, 정보기관 등)의 노예 될 가능성이 다분하며 앞으로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에, 또한 이미 개인의 신체가 디지털로 확장된 이 시점에 DATA공기(정보가 쓰이기 전)’ 혹은 (정보가 쓰인 후)’와 같은 것이며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목숨을 담보로 잡혀있는 것과 다름없다. DATA요금제는 폐지되어야하고 개인은 각자의 서버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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