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건립 명분,절차 분명히 하라 (경상일보 서창원 칼럼)
울산문화 칼럼
| 2015-12-15 오후 7: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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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 건립 명분,절차 분명히 하라
범시민적 합의가 녹아든 미술관돼야
600억원대 예산 투입 역사적 사업
지난 9월 26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심포지움에 갔다가 실망이 컸다. 절차와 명분이 분명치 않아 혼란스러웠다. 기본이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먼저 울산시는 이 심포지엄을 가급적 시민에게 알리지 않으려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심포지엄의 행사안내는 하루 전 신문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 가급적 많은 의견을 들어야 하는 울산시가 사전에 충분히 공지하지 않은 것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막상 심포지엄이 열리는 시청 복도에 심포지움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이었다. 이 포스터는 몇 장을 찍어 어디에 붙였길래 눈에 띄지 않았을까? 정작 미술관이 들어설 중구 문화의 거리에서도 이 포스터를 찾아보지 못했다.
다음으로 심포지움의 주최자와 명칭이 모호했다.
행사장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주최자가 적혀있지 않았다. 시 문화예술부서가 주최하는 것이 바른 이치겠지만, 그것마저 분명치 않았던 것이다. 이 부서 국장과 과장 등은 행사가 시작되자 하나 둘 자리를 떴고, 사회는 외부 학자가 봤다. 그러니 행정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묻고 답해야 할지 혼란스런 상황조차 생겨났다.
거기다 행사 명칭은 ‘시립미술관 기초성격형성을 위한 심포지움’이었다. ‘기초성격형성’이란 무엇일까 아리송했다. 정체성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정체성을 지금 논의한다는게 말이 안되므로 얼버무린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로라하는 학자들을 불러 미술관 기초성격형성을 논하게 했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청중의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울산시는 이미 수십명의 전문가에 용역을 맡겨 시립미술관건립타당성 조사를 했고, 또 미술관건립기본계획도 수립됐다. 자문위원회의 의견수렴도 있었을 것이다. 그 안에 미술관의 기초성격에 관한 사항은 망라됐다고 봐야한다.
애써 시간을 할애해 심포지엄에 나온 청중이라면 그런 정도는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시점 ‘기초성격’을 논의할 것이 아닌 것이다. 청중 가운데 ‘요식행위를 갖추기 위해’라거나 ‘세미나를 위한 세미나’란 비판이 나왔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미술관 건립을 위해 앞으로 두어차례 심포지움을 더 개최할 것으로 예고됐다. 행정은 가급적 편하고 빨리 절차를 마치려고 할 우려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급적 작게 알리고, 적은 시민이 참여해, 적은 의견을 내주기를 바랄 수 있다.
그럴 수는 없다. 일 품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시민의 의견이 집약돼야 한다. 거금 6백억원 이상 드는 사업이라서 뿐 만 아니다. 이 사업은 6천년전 태화강 상류 선사인 암각화를 새겨 ‘선사미술관’을 전수해준 이래 가장 큰 역사적 사업이다. 소수의 관료들이 일반 행정업무의 한 부분으로 보고 해치울 일이 아니다. 몇 년이 더 걸리더라도 범시민적 합의가 녹아든 미술관이 돼야 한다. 미술관 건립에 관한 자료는 시 홈페이지에 올려져야 하고 수시로 의견을 받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조만간 예고된 두번째 심포지움은 달라져야 한다. 주제도 명확하고, 행사 안내도 반듯하게 해야 한다.
궁금한 것이 한 두 가지 아니다. 추진실무단 구성을 비롯 관장의 사전 선정여부, 민관협치(거버넌스)기구 구성여부도 궁금하다. 또 객사를 미술관과 함께 복원할지 여부와 설계를 국제공모전으로 할지 여부도 궁금사다.
이런 일들을 반듯하게 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임기를 보장한 책임담당관을 지명해 역사적 과업을 총괄하도록 조치하기 바란다.
끝으로 이날 심포지움에서 질의응답 가운데 나온 승효상 건축가의 말을 되새기고 싶다. 심포지움 내내 표정이 무겁던 그는 “미술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문화적 풍경을 만드는 것이며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서창원 (울산암각화조형연구가)
경상일보 (2014. 10.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