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준비한 울산시립미술관 입니다 ( 울산저널 서창원 칼럼)

울산문화 칼럼 | 2015-12-10 오후 3:11:50 | 조회수 : 1450 | 공개

한삼건교수께 보내는공개 서한

 

 
                    7년을 준비한 울산시립 미술관 입니다

 

 

   저는 울산암각화조형을 탐구하는 서창원입니다. 지난달 28일 울산시에서 주최한 울산시립미술관 심포지엄을 방청했습니다.


    한삼건 교수께서 발제하신 구도심 원형 찾기에 관한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시립미술관 건립에 주변여건을 살펴가며 기초를 다지느라 노고가 많습니다.


   교수님을 처음 뵌 때는 지난 2월 문화도시울산포럼에서 개최한 '도시재생과 시립미술관 건립' 세미나였던가요. 포럼 고문으로 계시는 김종수 선생님의 강연을 교수님과 함께 청취한 셈이 되었습니다. 해외사례를 들어 도시재생과 시립미술관건립을 폭넓게 아우르는 감명 깊은 말씀이었지 않습니까. 오랜 기간에 걸쳐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내어놓은 실제적 제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께서는 울산시가 발주한 시립미술관건립계획 용역을 주도적으로 참여하셨더군요. 모처럼 그 책자를 살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술관건립 추진경과 항목에 민간의 자발적 추진 노력들이 빠져있었습니다.


   문화도시울산포럼은 꼬박 7년째 자랑스런 시립미술관건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울산에서 우리처럼 오래도록 미술관에 천착해서 연구하는 단체나 개인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국의 시립미술관들이 개점휴업상태라고 미술인 스스로 인정하는 현실을 보고 울산의 미술관도 그런 결과가 될까 염려됩니다. 저희가 지금껏 모은 자료와 사례를 비교 검토해서 얻은 연구결과는 ‘사람(관람객)이 많아야 미술관이 산다’ 입니다.


    옛 울산초등학교 부지는 동헌, 도서관, 문화센터, 기상대, 3.1회관, 해남사까지 아우르는 역사와 문화시설이 한 지구를 형성한 곳으로서 이곳에 미술관까지 보태졌을 때는 울산도심관광의 핵이 될 것이므로 거기서 얻어지는 인적 시너지 효과는 자연히 미술관 활성화에 연결 될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전국 어디에도 그 지역 역사와 문화시설들이 여기처럼 한 곳에 집약된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심포지엄은 전 시민의 관심사였고 미술관 조성에 주안을 둔 발제를 기대했습니다만 교수님은 객사복원에 무게를 두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더군요. 여건만 된다면 나쁠 건 없습니다. '현재'를 허물고 과거를 복원한다고 역사가 되살아나는 것도 아닌데 교수님의 역사 인식은 어떤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역사는 어느 시대부터 어느 때 까지라고 못 박을 것이 아니라면 과객이 묵었던 객사의 가치가 100년이 넘도록 울산의 인재를 육성한 교육기관에 비할 바 되겠습니까.


    그런 논리라면 100년 후 쯤이면 다시 역사 찾기를 후손들이 벌려야 할 판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담는 그릇으로 '현재의 계승'이 더욱 소중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나간 일은 일단 접어 두고 우선 급한 미술관 준비상태를 한번 살펴봅시다. 미술관 건립 로드맵을 생각하면 시일이 얼마나 촉박합니까. 지금은 객사의 역사를 들추며 얘기해야 할 시점이 아닙니다. 귀동냥으로도 다 아는 사실을 심포지엄 주제로 삼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미술관 설계공모 이 전에 할 일입니다. 미술관이 들어 설 부지 일대의 종합적인 디자인입니다.


    이곳은 울산의 역사 문화공원입니다. 공원 속에 있는 현재의 건물을 참작해서 앞으로 들어 설 객사와 미술관의 위치를 협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저희는 객사 복원을 처음부터 찬성한 입장입니다. 그런데 그 객사를 옛날의 건물원형을 만들어 그 자리에 그냥 두고 보자는 보존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객사를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이렇게 울산시립미술관 프로젝트는 미술관 건물에만 국한 할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기념할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울산의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계획을 한 두 사람의 머리로 결정될 수는 없습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아이디어를 구하고 부지 디자인부터 우선 생각하고 확정할 때입니다. 그런 다음 미술관 위치를 정하고, 건축 설계공모 하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그런 다음 미술관 공간계획에서 전시공간은 미술인들의 구상을 존중하되 건축구조는 복합공간으로 하고 미술관의 특색이 청소년교육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포럼의 제안입니다.
    그러기 위해 복합공간 속에는 미술관구성의 기본요소 외에 원스톱 쇼핑센터(문화예술용품 관광상품 구매)와 대강당(디지털 영상으로 미술사 청강)이 필요합니다. 이런 구상이 수용되면 미술관의 넓이와 공간구성과 층수가 도출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하주차장 계획입니다. 미술관 관람객은 물론 이 역사공원을 이용할 인원까지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미술관 성패뿐만 아니라 낙후된 구도심 재생의 사활이 걸린 문제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런 종합적 계획이 세워지면 미술관 명칭이야 센터, 뮤지엄, 갤러리, 기념관, 등 무슨 이름이면 어떻습니까. 이것은 우리포럼이 지금까지 살펴본 세계 여러 도시들의 성공한 미술관 사례들을 울산에 맞게 적용시킨 결론입니다.


   덧붙여 할 일은 도시재생사업의 연계입니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던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시의 공공사업은 도시재생과 서민경제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전제 속에서 추진된 문화사업은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은 문화사업을 통한 ‘도심재생’을 바라는 시민의 열망이기도 합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뜻 밖에 반가운 분을 만났습니다. 승효상 이로재 대표입니다. '오래된 것은 모두가 아름답다'고 하신 분입니다.


    울산초등학교 건물을 헐어버리고 교정의 아름다운 정원수를 모조리 베어 버리고 난 후 그 분을 모셨습니다. 심포지엄 내내 표정이 무겁던 이유를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이나 승효상 선생의 건축철학이나 다를 바가 없잖습니까. 앞뒤가 한참 바뀌고 난 뒤에야 그 분을 모신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앞으로도 교수님은 시립미술관 건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리라 짐작됩니다.  울산시의 원활한 추진을 도우신다면 행정 편의에 기댄 요식적 절차에 순응하기보다 조금은 더디고 힘이 들더라도 시민단체가 보여준 창의성을 살펴 진정으로 시민과 함께 미술관을 만들어 간다는 소신을 견지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서창원 (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                   울산저널 (2014.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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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울산저널은 한삼건 교수님의 칼럼을 격주로 지면에 싣고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선 한 교수님께 반론을 제기하는 서창원 이사의 글이 울산 문화발전에 소중한 토론지점이 됐으면 합니다. 어떤 의견에도 문을 열어 발전적 토론의 장이 된다는 <울산저널> 창간 정신에 따라 서 이사의 기고를 싣습니다. 서 이사의 글이 신문지면에 싣기에 너무 길어 10월 8일자 지면에는 일부 줄였습니다. 이 글이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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