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원안대로 시행하라 ( 경상일보 서창원 칼럼 )

울산문화 칼럼 | 2015-12-02 오후 8:15:49 | 조회수 : 1468 | 공개

                              
                               울산시립미술관, 원안대로 시행하라


                                                                       
                                                                                                                                     서창원 (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입지 참고
                천년문화 이어온 원도심이 최적지



   울산시가 시립미술관 건립 장소를 바꾸려는 구상은 문화재청이 "미술관 부지를 객사 유구가 확인되지 않은 현 조사구역 서쪽으로 이전하여 보존하라"며 지난 7월, 울산시에 보낸 '조건부 가결' 내용이 발단이다.
문화재청의 주문은 울산초등학교 부지에 미술관을 짓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울산초등학교 부지를 철거할 때 충분히 예상됐다. 이 학교가 객사 터 위에 지어진 것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이 주문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사항을 행정적으로 내려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재위원회가 이런 결정을 굳히기 까지 울산시는 무슨 조치를 했는지 의문이다. 유구가 얼마나 보존가치가 있는지, 또는 이 유구를 부분적으로 보존하면서 미술관 용지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절충했어야 했다.

   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로 문화재청과 날선대립각을 세운 적 있다. 그런 기세로 좀 더 유효한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했는지 아쉽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설립 당시는 울산 객사와 비교할 때, 중요성이 훨씬 큰 역사문화재가 산재했지만 미술관 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화재위원회의 양보를 받아냈다.

   인근 경주의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은 지난 1월, 국회에서 ‘경주 문화재 발굴정책 현주소와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나선화 문화재청장과 문화재위원이 참석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그간 경주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해온 경주 문화재 발굴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담판을 벌인적 있다. 정 의원은 지난 해 12월, 경주 주민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기도 했다.

   울산시립미술관이 소재할 중구가 국회부의장의 지역구이며, 중앙정부와 좋은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김기현 울산시장의 능력을 생각할 때, 문화재청과 협의해 이 문제를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지난 2008년 10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국립미술관 지금 어디에 있나' 라는 학술세미나에서 이런 지론을 폈다. 나 청장은 당시 문화재위원으로 재직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입지선정이 전두환 정부 시절 권위주의적인 과시성에 있다"고 과오를 지적하면서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이 도시마케팅의 자원이 되기도 하고 도시의 문화와 경제를 재생하는 역할까지도 가능하다고 보는 서구사회의 도시계획안에서 미술관 기능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과천 서울대공원이다. 풍치는 좋으나 시민 접근성이 나빠, 당초 입지 선정 심사에서 22개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 입지 선정의 기준 항목인 생활문화 중심지, 문화중심 가능지, 관람객 접근성 등의 항목에서 긍정 평가가 50% 미만이었고, 특히 문화 중심적 관람객 접근 용이성에서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는데, 예상대로 관람객 부족 문제는 1986년 개관 이래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건축설계에서도 자연 경사를 활용한 건물 분산형 설계를 낸 김수근 안 보다는, 과시적이고 웅대한 중앙 집중적 위용의 김태수 안이 채택되어, 도시의 문화수준을 이끌어 가기도 하는 미술관 건축의 또 다른 기능은 제시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의 논지는 이인범의 글 '현대미술과 뮤지엄건축'인용에서도 이어진다.
"자기과시적 성과를 추구하기 마련인 정치인, 행정가, 공공기관 건축가 등 구체적 행위 담당자들의 공조 속에 진행되는 뮤지엄 건축의 열악한 현실을 언제까지 인내할 것인가? 큐레이터, 비평가 등 전문가의 암묵적 방조와 무관심과 무지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2013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이에 대한 반성이며 보완이다.
울산시가 미술관 부지를 기관 건물이 몰려 있는 혁신도시에 세우겠다고 하는건 과천 국립미술관을 짓던 80년대 권위주의 방식으로 되돌리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해당 공직자가 동학성지가 있는 유곡동이다 혁신도시다 하며 여기저기 미술관 대체 후보지를 흘려서 어쩌자는건가. 가당치도 않는 소문을 내어 땅값만 널뛰게 하는 부작용은 없는지.

   문화는 켜켜이 이어온 땅의 기운을 먹고 자란다. 여태 미술관 후보지로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는 이런 부지에서, 울산시가 굳이 '백년대계'의 문화를 말해야 하는가? 백년대계가 아니라 이미 천년문화를 이어온 울산 원도심에서 또 한번의 천년을 이어갈 꿈은 왜 꾸려 하지 않는가?

   울산시립미술관의 모델은 멀리 외국까지 갈 것도 없다. 국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거의 모든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공간적으로는 종로구 소격동 원도심과 더불어 낮은 자세의 소통과 개방성이 종친부 건물을 포용하면서 경복궁 등 주변 문화유산과 잘 어울려 있다.

   울산시립미술관도 동헌, 삼일회관 등 이야기가 있는 주변 문화유산을 함께 아우르는 통합계획 속에서 건립되어야 한다. 더구나 중구 원도심 주민들은 미술관 건립에 도시재생의 온 희망을 걸고 있다. 그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생업의 문제다. 30년간 폐허 속에서 살아 온 주민들을 생각해서라도 함부로 부지 이전을 거론할 수 없다. 울산시는 하루속히 미술관 부지 이전 방침을 철회하고 현재 원안대로 시행하기 바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일부가 된 옛 기무사 벽돌 건물 입구에는 '2014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동판이 붙어 있다. 보존하여 활용하자는 시민여론을 일축하고 철거해 버린 울산초등학교가 그래서 더욱 아쉽다. 그런 무모함을 일깨우는 울산시의 혁신적인 문화행정을 기대하고 싶다

   경상일보  2015. 11. 25 게재,                    * 투고일자 : 2015.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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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일보 2015. 11. 25  1면 톱기사  )


울산시립미술관 부지 도로 원도심 타진

 

울산시, 옛 울산초 부지 포함된 북정공원 일원에 건립 재시도

북정공원과 옛 울산초 활용...새로운 안 재심의 요청

문화재청, 적극 검토키로

 

 

 

 
 

▲ 24일 국회부의장 집무실에서 정갑윤 부의장의 주재 나선화 문화재청장, 박성민 중구청장, 권성근 시 문화체육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울산시립미술관 입지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옛울산초등학교에서 확인된 울산객사 유구와 미술관 건축물이 조화롭게 지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울산시가 울산초등학교를 포함한 북정공원 일원에 시립미술관 건립을 다시 시도한다.

    울산시는 북정공원에만 시립미술관 건물을 짓는 문화재청 심의통과안을 폐기하고 옛 울산초등학교 부지까지 활용하는 새로운 건립안을 만들어 문화재청에 재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혁신도시 등 제3의 부지를 타진하던 울산시가 기존 원도심에 미술관을 그대로 짓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24일 국회부의장 집무실에서 정갑윤 부의장과 나선화 문화재청장, 박성민 중구청장, 권성근 시 문화체육관광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논란이 불거진 울산시립미술관 입지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모임을 주도한 정 부의장은 나 청장에게 ‘울산시립미술관은 원도심과 조화를 이룬 미술관으로 건립돼야 한다’는 중구민의 요구를 전달한 뒤 “울산초등학교 부지에서 객사 유구가 확인된 뒤 지난 7월 부득이 인근 북정공원에 건물을 짓는 방안으로 문화재청이 조건부 가결했다.
    하지만 미술관 건축규모가 축소되는 등 광역단체급 미술관으로서 부족함이 많아 울산시로서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권성근 울산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객사 유구를 피하자니 부지의 활용도가 낮아 백년대계 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세우기 힘들다”며 “북정공원을 포함해 울산초등학교 부지까지 두루 활용하는 새로운 건립안을 만들어 문화재청에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나선화 청장은 이에 대해 “이 자리에서 가능여부를 즉각적으로 답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근본적으로 문화재라는 것은 시민이 많이 찾아올 때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활용도를 높인다면 문화재적 가치도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재도 보호하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울산시에서 건의한다면 문화재위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권국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객사 유구는 옛 울산초등학교 부지의 일부분일 뿐이다. 지난 7월 문화재청에서 통과된 안에는 이 부지의 활용방법이 배제됐으나 새로 만들어질 신청안에는 북정공원과 연계해 울산초등학교를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한다. 문화재위원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건축 및 문화재 전문가들과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울산시는 울산초등학교 부지 활용 방안과 관련, 북정공원과 옛 울산초등학교 사이의 도서관길을 폐도할 경우 각종 지중시설 이전비용이 만만치 않으며 문화재청의 재심의를 받아야 하는 등 난제가 많다며 난색을 드러낸 바 있다.

    이날 논의가 끝난 뒤 박 청장과 권 국장 일행은 문화재 구역에서의 현대적 미술관 건립 성공사례로 부각된 서울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둘러봤고, 이와 연계된 북촌 일원의 도심 문화재생 현장도 답사했다.

    한편 울산시는 2012년 옛 울산초등학교 부지로 확정된 시립미술관 부지가 너무 좁다며 최근 부지 이전을 검토, 원도심 상가상인회와 문화도시울산포럼 등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상일보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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