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미술관이 문화유산과 공존하면 왜 안되나? (울산신문 서창원 칼럼)

울산문화 칼럼 | 2015-12-03 오후 8:18:57 | 조회수 : 1521 | 공개


         울산미술관이 문화유산과 공존하면 왜 안되나?


                       -한삼건 교수와 양원석 건축가 의견을 반박함-

                                                                                                                                      
                                                                                                                                                서창원 (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


한삼건 울산대 건축학 교수와 양원석 건축가 두 전문가는 구도심으로 결정된 시립미술관 부지를 태화강 대공원으로 옮길 것을 최근 주장했다. 이 두 건축 전문가의 핵심주장에 오류가 있어 이를 바로 잡으려 한다.


두 전문가는 태화강변으로 옮겨야 할 이유로 풍경 좋고 부지매입 비용이 안 들어서 좋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태화강 대공원 지대가 하천부지 안이며, 태화강 홍수 때 넘치는걸 억제하는 범람원(汎濫原) 역할을 간과했다. 강 하구의 간,만조 시간에 맞춰 물이 빠지는 시간을 버는 장소가 범람원이다. 셀마나 글래디스 태풍 때와 같은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동강병원 앞 태화강 대공원을 비롯, 고수부지는 물을 저류시키는 물탱크 역할을 한다.


미술관을 짓기 위해 태화강 십리대숲 앞에 제방을 쌓거나, 혹은 넓은 터를 매립할 경우 홍수때 하류쪽 도심 저지대가 위협받는다. 제방을 더 높이거나 돚질산을 제거하지 않으면 강북의 성남동,반구동 일대 도심은 침수를 각오해야 한다. 강남은 삼산과 여천 배수장 일대가 침수될 수 있다. 대형 침수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태화강 범람원 매립에 있다할 것이다. 위험한 발상이다. 설령 국토부를 설득해 하천부지를 해제한다 할지라도 두고두고 화근이 된다.

다음으로 동헌과 객사 유적 사이의 북정공원을 쓰면 역사공간을 쪼개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 동헌과 객사 유적 사이에 있는 도서관과 문화의 집이 4층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건물들도 양분하는 기능을 한다. 부정적으로 볼게 아니다. 긍정적 시각으로 보면 공존한다. 과거와 현재의 건축물이 공존할 방안을 모색하면 훨씬 흥미로운 스토리가 생겨난다는 것을 감안하기 바란다.


가령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집현전의 후신인 홍문관을 비롯, 이씨왕조 종친원이 있던 터에 들어서 있다. 이에 비해 관헌들이 머물던 객사는 전국 도처에 있다. 울산 객사 터 활용은 왜 안되는가. 서울역사박물관은 부지 가운데 유물이 나오자 그 자리를 중앙정원으로 남기고(가로, 세로 36m) 그 곳을 중심으로 'ㄷ'자형으로 지었다.

덕수궁길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대법원 건물에 세워졌다. 1928년 건축해 우국지사를 잡아들여 옥고를 치르게 한 경성재판소가 그 전신이다. 1996년 전면을 남기고 내부를 리모델링했다. 이른바 파사드(Facade)공법으로 활용한 사례다.

조금만 살펴봐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방법이 있었다. 설혹, 앞의 사례가 울산과 다르긴해도, 장소성에 걸맞는 창조적 구상을 할 수 있다. 그럴 역량조차 없다면 아예 미술관을 포기해야 한다.


특히 양원석 건축사는 면적이 좁다고 하는데이 주장은 거의 틀렸다.

북정공원(1,200평)과 도서관(1,300평)을 합쳐야 2,500평으로 당초 북정공원과 울산초등(3,300평)을 합친 5,500평보다 2,000평이 부족하다고 주장했지만계산에 문제가 있다.

여기에서 울산초등 부지 3,300평이 왜 제외되는가? 이 곳에 객사 유구가 있다 하나, 당초 미술관 예정부지가 아닌가. 객사를 짓지 않으면복토한 뒤 주춧돌이 드러난 정원을 만들면 될 것이고 야외조각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중앙정원을 본받으면 된다.

또 북정공원과 도서관을 모두 건축할 대지로 본다면 2층만 지어도 5,000평이다. 이것은 당초 미술관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전체 연면적 3,500평을 웃돈다.

그리고 북정공원과 도서관이 겹쳤을 때 부지 형태가 남북으로 길어 기형적이라고 평가했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면 조영이 잘된 시설은 높은 북쪽에서 채광이 좋고 낮은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통례다. 바로 옆의 객사도 거주하는 본채는 북쪽이고 아래 남쪽엔 부속건물과 대문이 있다. 기형적이기는커녕 반듯한 형태다.


또 북정공원 주변에 버스가 주차할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생각 나름이다. 북정동 언덕 아래에 지하주차장을 못 갖출 이유도 없지만, 이미 울산초등 옆 자락에 주차장 부지가 도시계획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참작하면 해결될 것이다.


이른바 전문가란 창의적 사고를 통해 발전적 문제해결(Progressive problem solving)의 사고틀을 가진 사람들이다. 반드시 하얀 캔버스 위에서만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논리로 시민합의를 쉽게 뒤집으려 드는건 전문성의 남용이다.


울산신문 2015.1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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