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아니라 사람의 눈높이로 도시를 보자 ( 제일일보 서창원 칼럼)

울산문화 칼럼 | 2015-12-08 오후 7:42:15 | 조회수 : 1319 | 공개

                 
               새가 아니라 사람의 눈높이로 도시를 보자

 

 

  우리나라 도시경관법의 첫 머리에 이 법의 개념과 목표가 총괄적으로 서술돼 있음을 살필 수 있다.

  “도시 경관계획은 기존의 인공시설 중심의 도시계획을 자연적 요소와의 균형을 추구하는 생태적 계획으로, 평면적인 도시계획을 입체적인 계획으로, 기능과 효율 중심적인 도시계획을 심미적인 계획으로, 몰개성적인 도시 계획을 지구별 특성을 살리는 다양성 계획으로, 과거와 단절된 계획으로부터 역사적 맥락을 이어 줄 수 있는 역사성 계획으로, 그리고 양적인 도시계획을 질적인 계획으로 전환함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거시적이고도 이상적인 도시경관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지금껏 도시계획에 그대로 적용했다면 우리가 거리를 지나다닐 때 도시미관 때문에 이마를 찡그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개발의 속성상 이 법의 적용은 항상 최소한의 희망사항쯤으로 치부돼 한 쪽에 밀려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이 도시경관법은 골재채취 등 자원개발로 인해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는 경관 관련법 정도로 좁게 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수준 높은 도시경관을 도심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것은 도시경관법 조항이 애매할 뿐더러 그 법의 적용대상이 강제성을 가질 수 없는 공공의 영역이고 또 이 법을 위반해도 실정법상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 삶의 질이 향상되고 도시의 쾌적성이 요구되자 이를 실현할 시각적 요건인 ‘도시미관’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고 그것은 급기야 도시 디자인이라는 신생 용어를 낳았다. 따라서 도시경관계획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선진 도시들은 도시계획을 입안하고 추진할 때 책임 있는 도시 관리주체들이 도시경관법의 정신을 체화, 습득하고 이를 도시경관 대상에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울산은 구태여 도시경관법의 입법 취지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울산시민 누구나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는 경관 적용사례가 적지 않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대표적 도심 랜드마크인 울산공업기념탑 주변을 둘러싼 키 큰 조경수가 그에 해당된다. 공업탑 로터리를 도는 운전자나 보행자가 봤을 때 이 공업기념탑이 도대체 무얼 보여주고자 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게 만들어 놨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공업탑 주변 조경계획을 입안하고 추진한 도시미관 행정이 탁상에서 머물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전체적인 경관보다 도시계획 도면이나 도시미관 적용 대상물의 조감도 따위에 의존했다는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조감도(鳥瞰圖)는 문자 그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의 눈으로 본 그림이다. 날아다닐 수 없는 사람의 눈으로 도시경관을 구성해야 함에도 그럴듯한 예상 도면에 눈이 팔려 현실을 직시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매년 철마다 돌아가며 바꾸는 주변 화초류 식재계획도 그와 마찬가지다.

   그 뿐만 아니다. 세계인에게 선보여야 할 울산의 전통마을인 고산리 옹기마을의 경관조성도 이 어처구니 없는 ‘새의 눈높이’ 에 맞춰 도면을 그렸음이 확실하다. 마을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오밀조밀한 지형을 유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지형 평탄작업을 한 것이나 산허리를 깍아 만든 도로 조성 따위의 마구잡이 파헤침은 ‘사람의 눈높이’에서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는 부분이다.

   도시개발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일부 훼손하는 것이 불가피 할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대로 남겨 두었을 때 누릴 자연의 생태적 가치와 굳이 비용을 투입해서까지 조성하는 인공적 가치는 도시경관계획을 입안하거나 관광개발을 추진할 때 반드시 서로 비교 검토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관광을 비롯한 각종 도시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이것저것 부풀려 예산서에 쓰여진 항목대로 집행해야한다는 강박증이랄까 뭔가 파 뒤집어 뚜렷한 인공적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개발의 ‘태생적 속성’부터 먼저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 아무리 잘 수립된 도시경관계획도 한갓 구실거리나 겉보기 치장에 불과할 것이다.


   울산도시경관의 이모저모를 살피면 눈에 밟히는 지극히 미시적인 경관이 또 하나 있다. 울산광역시 청사 광장화단에 있는 십 수 년 전에 조성된 광역시 승격 기념조형물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는 누군가 별 생각없이 그 주변에 나무를 둘러 심었을 것이다. 그런데 푸른 나무들이 그 조형물을 가로 막고 있다면 그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무엇을 보고 감상할 수 있겠는가.
   이제 부터  인간의 시각을 위한 도시경관을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의 눈에 맞추는 어리석음은 제발 그만 두자.


  서창원 지역홍보연구소장

 
(울산 제일일보, 2010. 2. 4 )


* 본 칼럼이 나간 이 후, 공업기념탑은 분수대와 키 큰 조경수를 없애고 잔디광장을 조성하였으며 시청 광장의 경관 개선도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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