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지우기, 도시 미래가 없다 ( 울산저널 서창원 칼럼)

울산문화 칼럼 | 2015-12-07 오후 8:50:42 | 조회수 : 1683 | 공개

 

11_톱_시립미술관 사본.gif

시립미술관이 들어설 울산초등학교 주변

 

 

산시립미술관 건립에 바란다

 

      역사 지우기, 도시 미래가 없다

 

 
새로 건립될 울산시립미술관이 옛 울산초등학교 부지로 결정되면서 학교의 본관 건물을 보존 활용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런데 울산시와 중구청은 울산초등학교 건물을 20여억원을 들여 철거하려 한다. ‘역사 지우기를 반복하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 파괴와 건설을 반복하는게 도시발전이라면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 걸음뿐인 '러닝머신'과 무엇이 다를까?


울산시의 학교 철거방침에 재고를 간곡하게 요청한다.
첫째, 일찍이 울산초등학교 자리는 울산의 중심에 해당하는 옛 관아가 있던 자리다. 일제가 한반도를 병탄하면서 전국 각 고을마다 있던 관아를 허물고 자기네 가치관을 이식할 교육기관(보통학교)을 세웠다. 식민지배의 요체는
1차 무력에 의존하지만 길게는 민족혼 말살이라는 건 상식이다. “상대를 죽이려면 그들의 기억을 지워버리면 된다”는 밀란 쿤데라의 말이 예외없이 적용된 곳이 바로 울산초등학교 터다. 일본에 의한 '역사 지우기'가 더 이상 우리 손으로 반복돼선 안된다. 적어도 현재 건물을 보존해 장소가 지닌 역사성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둘째, 울산초등학교는 100년이 넘었다. 본관 건물이 보존되면 학교가 배출한 수많은 울산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감동과 애향심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된다. 역사성과 장소성에 얽힌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으면 조선시대 동헌과 내아, 민족정기가 서린 3.1회관 등 옛도심의 문화관광자원과 연결해 상당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셋째, 중앙정부가 권하고 중구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상권 활성화와 원도심 재생과 잘 부합한다. 얼마 뒤면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 대접 받을 때가 반드시 온다. 무조건 낡은 것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오늘날 지역개발은 관광개발과 동의어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스러워 하는 지역민의 모습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모여든다. 관광 인프라가 무슨 거창한게 아니다. 먼저 방문객이 많아야 지역도 살고 미술관도 살아난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를 들자면 한 둘이 아니다. 서울 한가운데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국군기무사령부로 사용되던 본관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그 옆에 미술관을 세웠다. 지역친화적이라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옛 법원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건축문화재로 등록했다.

 

인근 울산시 북구는 공청회를 갖고 주민의견을 수렴한 끝에 옛 염포동 주민센터 건물을 철거 않고 4억원의 예산으로 멋진 레지던스 공간으로 바꾸었다.


울산시립미술관 입지를 중심으로 울산의 원도심 활성화와 연결해 이른바 ‘울산종가문화지구’ 주변을 살펴보자.
바로 뒤 북부순환도로 건너에는 '울산혁신도시'가 있다. 이 곳에 입주한 공공기관의 수많은 외지 사람들이 울산 땅에서 새로운 꿈을 펼치려 한다. 아래로는 태화강 울산교에서 중앙시장, 시계탑을 지나 문화의 거리까지, 이른바 전통거리인 주작대로가 뻗어있다.


그 정점에 들어설 울산시립미술관은 여느 문화공간과 차원이 달라야 한다. 가까운 혁신도시의 공공건물들은 한결같이 첨단 건축기법을 총동원했다. 이와 비교될 울산시립미술관은 요즘 건축방식으로는 어떤 설계를 내놔도 크게 이목을 끌 수 없다. 현대건축의 경향성을 좀 아는 작가라면 적어도 장소성과 역사성에 창작의 무게를 둔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건축물이 세계 건축계를 휩쓰는 현실에서 하물며 가장 창의적이여야 할 미술관 건축은 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면 울산은 지난 반세기 공업발전의 이면에는 극심한 환경 파괴와 문화전통 쇠퇴를 경험했다. 울산이 겪은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변화도 울산시민의 뜻이라기보다 중앙정부와 기업의 구미에 맞게 도시개발의 용도를 좌우해온 결과다. 오늘날 자치와 분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이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땅이 지닌 역사성과 장소성을 표백하고 관성에 맡긴 채 도시발전을 꾀하면 울산시민의 자긍심은 커녕 외지 유입인의 정주의식마저 잠식할 뿐이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에 즈음하여 울산초등학교 본관 건물 보존문제가 더욱 긴급하다. 향후 울산도시발전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중대한 시험대다. 많은 시민들의 희망대로 교육과 창작의 산실인 레지던스 공간으로 거듭나든지,의욕을 보태자면 국제건축공모전을 통해 보다 창의적 발상으로 경이로운 반전을 안겨줄 결과물로 재탄생할 것을 주문한다.

 

서창원 울산암각화 조형연구가 ( 울산저널 2014. 4. 9 )    http://www.usjournal.kr/


 * 울산광역시는 시민들의 여망을 저버리고 결국 울산초등학교 교사를 철거 해 버렸습니다.
아울러 문화재 조사에서 객사유구가 나오므로서 미술관 부지를 이전해야 한다는 논란을 불러 들였습니다.




태그 : 미술관
댓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