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보는 공직자의 안목 (조선일보 서창원 칼럼)

울산문화 칼럼 | 2015-12-07 오전 11:18:36 | 조회수 : 879 | 공개

 

                               
문화를 보는 공직자의 안목


 

     최근 울산에서도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과 공연, 전시활동이 부쩍 늘고 있다. 지역의 문화나 역사유산을 체계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문화상품으로 내놓으려는 노력과 시도들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선진도시들에 비하면 아직 그 규모나 내용, 질 등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울산은 다른 어떤 도시들 못지않게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고, 가장 젊고 활기찬 문화소비자가 생활하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울산을 대표할만한 문화상품을 잘 개발하고 활용하면 울산의 새로운 산업으로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울산의 문화유산 가운데 그 역사적 가치나 문화상품으로서의 개발 가능성을 따져볼 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반구대 암각화'다.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대곡천변에 자리잡고 있는 이 유적은 세계 최고(最古)의 선사시대 바위그림 유적으로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을 만큼 독보적인 역사성을 지녔다. 일찌기 국내에서도 그 가치가 인정돼 국보 285호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울산에서는 이렇듯 소중한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을 제대로된 문화상품으로 개발해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정도의 역사성을 가진 소재라면 그에 걸맞은 대서사시나 대하 장편소설, 웅장한 스케일의 뮤지컬이나 오페라, 연극이나 영화 등이 얼마든지 나왔을 법하다. 그러나 여태껏 그 같은 작품을 듣거나 만나보질 못했다. 물론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부단하게 그 같은 작업을 시도했겠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내놓아 주목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듯하다.

   문화상품은 공산품들과는 달리 독창성과 예술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때문에 처음 착안하고 시제품을 내고 본격적인 생산체계를 갖추는 과정이 지난(至難)하다. 특히 대중이 그 존재와 가치를 인식하고, 찾아 즐기거나 감상하는 단계까지 이르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비용투자가 따라야 한다. 그러고도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시키고, 나아가 한단계 발전시켜내려면 다양한 홍보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10년 전 반구대 암각화를 모형으로 만들어 울산의 관광상품으로 내놓는 시도를 했다. 당시는 지금과 달리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인지도가 거의 없을 때였다. 때문에 조형성과 상품성이 있을지 예측하기조차 힘들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나름의 사명감에서 시작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어렵사리 만든 손바닥만한 모형 조각품은 놀랍게도 이듬해 울산시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상품화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겨우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이지만, 미처 가마에서 구워지지도 않은 점토 모형이어서 상품으로 내놓기까지는 요원했다. 마침 그때 울산시의 한 중견간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암각화 모형을 울산시가 수여하는 시상품으로 제작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뜻밖의 첫 수요처가 생겼고, 부랴부랴 암각화 모형을 온전한 수작업으로 만들어 납품했다.

   이를 계기로 암각화 모형은 디자인 등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 그해 전국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되면서 한국관광명품(제6호) 인증까지 받았다. 당시 울산시 모 국장이 "우리 울산에서 반드시 필요한 문화상품"이라고 격려해주던 기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암각화 모형은 그 가치를 이해하고, 관심과 격려를 베풀어준 공직자의 안목과 지원에 힘입어 그나마 울산을 대표하는 몇 안되는 관광상품으로 발전하게 됐다. 문화상품이란 그 같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서창원 지역홍보연구소장            ( 조선일보  2009. 10.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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