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문화유산의 현재적 효용성 ( 제일일보 서창원 칼럼 )

울산문화 칼럼 | 2015-12-08 오후 8:04:20 | 조회수 : 1177 | 공개


                        건축문화유산의 현재적 효용성

 

 

 

   여느 고장이나 다름없이 우리 울산에도 건축문화유산이 많다. 가지산 석남사와 같은 전통사찰은 물론이고 학성이씨 근재공 고택과 이휴정을 비롯하여 새로 복원될 태화루도 이에 속하며 최근 새로 단장을 마친 최현배 선생과 박상진의사 생가도 건축문화유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사찰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축문화유산의 관리방안은 활용보다 보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보존을 위한 수리 복원 등 주로 건축물의 구조 상태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모든 건축물은 본래의 ‘거주와 활용’이라는 건립 목적이 있는데 보존에 치중한 나머지 점점 생기를 잃은 공간이 되어 가고 마는 것이다.


   우리의 건축문화유산 가운데 특히 목조건축물은 사람이 주거하면서 오랜세월이 켜켜이 쌓이면서 필요에 의하여 보수가 이루어지는 자연스런 상태가 본래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사람의 손길과 입김이 서려 있지 않아 문풍지가 헤어지거나 흙먼지가 쌓이고 마루바닥이 내려 앉아 유지 보수 비용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여러 건축문화유산의 실태를 살펴 본다면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건축물의 폐단이 심각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건축문화유산의 활용이 보존을 어렵게 한다는 생각은 건축구조물의 물리적 보존만을 염두에 둔 소극적 발상이며, 건축물의 본래 용도에 맞게 사람의 거주를 포함한 총체적 보존이라는 보다 넓은 개념을 이해한다면 주거를 포함한 적극적 활용방안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필자는 지난 설날 연휴를 맞아 우리 울산의 전통 건축문화유산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울산 학성이씨 시조 이예선생과 관련있는 건축물 가운데 대표적인 남구 신정동의 이휴정과 웅촌면 석천리 학성이씨고택을 다녀왔는데 모두 대문이 굳게 잠겨 있어 아쉬웠다. 설날과 추석 등 명절은 공휴일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전통과 민속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와 관련된 전통가옥들이 시민들로 부터 되레 외면받고 있다는건 우리 울산의 건축문화유산의 활용방안에도 적지않은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조선시대 관공서인 중구 울산동헌과 달리 이들 건물들은 울산의 대표적 문중인 학성이씨와 관련한 건축문화유산이라 문중 관계자 중심으로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지 보수 복원에 공공예산이 투입된 공공 시설물로서 성격을 동시에 지녔기 때문에 시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평소 유지 관리는 관련 문중에서 하되 민속과 전통에 관한 의미있는 기간만이라도 시민에게 일정한 프로그램을 담아 개방하여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여러 활용방안 가운데 한가지를 제안한다면, 이런 기간 만큼은 이씨고가의 여러 방마다 군불을 지펴 훈기를 돋우고 오랜기간 고향을 떠나 있던 출향인사들이나 울산을 찾은 명예시민이 다과를 들며 덕담을 나누게 한다든지, 한편으로 너른 마당에서는 윷판과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가 펼쳐지는 정경은 상상만해도 정겹지 않는가.


   그 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보다 적극적이고도 지속가능한 활용방안도 연구해 볼 수 있다. 평소 우리의 전통을 아끼는 전통예술인이나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에게 문화유산해설사 교육을 이수하게 한 다음 일정한 공간을 배정하여 작업공간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들을 통해 자연스레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을 아끼고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전통 가옥의 품격를 한층 높이는 결과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문화관광의 시대에는 고유한 주민의 삶 자체가 관광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울산시는 이미 주어진 이러한 건축문화유산을 활용한 문화관광자원 개발 정책을 구상하고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당장이라도 이씨고가 대문 앞 나대지를 확보하여 주차공간을 조성하는 등 약간의 편의 시설만 보완한다면 울산고유의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방문객을 위한 전통생활 홈스테이 공간으로도 충분히 기능할 것이다. 이러한 장소에 우리 울산이 자랑할 수 있는 옹기와 기와, 온돌 등 전통생활 문화를 집대성하여 보자.

 
  이렇게 우리 울산이 보다 차별화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어, 실질적인 전통문화 체험장과 같은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므로서, 옛 선조들이 남긴 소중한 건축유산이 오늘에도 우리 생활 속에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서창원 지역홍보연구소장

 

( 울산 제일일보 2010. 2.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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