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영국 학계에 미칠 영향은?

연구 소식 | 2016-08-30 오후 1:33:47 | 조회수 : 1792 | 공개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EU를 탈퇴하게 되었고, 이는 유럽을 혼란에 빠트렸습니다. 학계 및 연구자도 이 사태의 영향을 가늠하면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연구자는 EU로부터 상당액의 연구 자금을 지원받고 있으며, 이 지원 자금 향방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영국 혹은 영국과 연관된 연구자에게 브렉시트가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EU의 연구 지원 감소입니다. 영국 학술원에 따르면, 그 동안 영국은 약 54억 유로 연구 자금을 EU에 지원했고, 한편, 약 88억 유로의 지원을 EU로부터 받았습니다. 게다가 영국은 유럽연구이사회(European Research Council)의 최대 수혜자로, 현재까지 동안 약 17억 유로를 지원 받았습니다. 현재 지원 받고 있는 연구만 해도 892개에 달하는 등, EU의 지원은 영국 과학계의 연구에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따라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학계를 여러모로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브렉시트 찬성 연구자는 영국이 이스라엘이나 노르웨이처럼 상호 협약을 통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협약 체결 전까지 연구 지원금이 감소할 것 입니다. 물론 브렉시트 지지자 층은 그동안 영국이 그 동안 EU에 지불한 기금이 다시 영국 연구자에게 돌아올 것이라 하지만, 과거의 수준만큼 지원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한, EU국가끼리 진행해 온 연구 협력이 계속 이어질지도 의문입니다. EU국가 간의 대표적 연구협력 프로그램은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The Large Hadron Collider)와 유럽우주기관입니다. 영국 연구자에게 계속 이러한 협력 프로그램 참여 기회가 계속 주어질지, EU의 연구 기금이 장려하는 커뮤니티와 친목 모임에 동참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널에 따르면, 영국에 거주 중인 연구자에게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충격적이며, 실망과 겁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우려는 국제적 협력 관계의 향방과 영국에서의 지속적 연구 진행 가능 여부입니다. 향후, EU와 영국간의 관계에 따라 영국에 거주하는 비 영국인은 체류 신분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자유롭게 출입국이 가능할 지도 미지수입니다. 아마도 비 영국인은 추후 별도의 취업비자를 신청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기관은 이로 인해 우수한 인재가 영국에서 빠져 나가는가 하면, 새로운 인재의 영국 연입 또한 줄어들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재 유출은 특히 의학계와 과학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임상실험 시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희귀한 암과 같은 질병을 연구할 때, 영국 내에 임상실험을 진행할 충분한 환자가 부족하며, 실험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과거 선례도 영국에 긍정적인 점은 적습니다. 스위스가 2014년 EU국가의 이민을 제한하는 투표결과가 나왔을 때, EU는 스위스의 지위를 “부분적 협력국”으로 격하하고 EU 자금지원을 제한했습니다. 스위스 학생은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서 배제되었고 스위스 연구소에 배정된 지원금도 철회되었습니다. 영국도 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일부 브렉시트 지지자 층은 EU탈퇴로 얻는 이익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 동안 EU규정 때문에 연구분야가 제한된 경우도 있었고, 연구 주제도 EU의 사회적 문제에 맞춰져야 했습니다. 브렉시트를 통해 이러한 제한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또한, EU탈퇴를 통해 비 숙련 노동자의 영국 이민을 제한하고, 대신 호주와 같은 점수제를 운영하여 고숙련 전문가와 과학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언급한 내용 중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습니다. 결론 도출에 선례가 거의 없고 매우 제한된 사실로부터 유추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영국은 아직 EU를 탈퇴하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인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영국이 EU탈퇴 협상을 시작하고 새로운 입지를 모색하기 시작하면 브렉시트가 주는 영향이 분명해 질 것입니다. 현재의 불안감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가정에서 나옵니다. 분명 영국에서의 과학을 통한 연구, 발전, 혁신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지만,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국내 학계 및 연구자에게도 앞서 제시된 사례와 전망으로 인한 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은 EU와의 연구협력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영국과 별도의 국가간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것이고, 영국에 거주하며 EU와의 장기 연구협력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라면, 타 EU국가로 이주하는 등의 변화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영국와 EU의 브렉시트 협상 진행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국가와 기관, 개인 모두의 차원에서 전반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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