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여수에서 만난 빛의 마술, 빅오쇼!

건축도시 풍경 | 2012-06-19 오후 3:37:45 | 조회수 : 4049 | 공개

2012년 우리나라 최대의 과학 행사는 바다를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다. 아쿠아리움에선 국내 최대 6,030톤 수조에 러시아 흰고래(벨루가)와 바이칼 물범, 해룡처럼 세계적으로 희귀한 생물을 비롯해 3만 4,000마리의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다. 또 해양로봇관에서는 6.5m로 국내에서 가장 큰 로봇인 ‘네비’와 물속을 헤엄치는 일곱 빛깔 로봇 물고기 ‘피로’, 슈퍼주니어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로봇 ‘메로’도 만날 수 있다.

이들 관람관은 보통 몇 시간씩 줄을 서야 볼 수 있다. 하지만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서 이들보다 더 인기를 끄는 게 있다. 바로 해가 지면 수면 위에서 펼쳐지는 ‘빅오(Big-O)쇼’다.

빅오쇼는 47m 높이로 설치된 디오(The-O)라는 원형 조형물과 옆으로 120m, 앞뒤로 10m 간격으로 3열로 설치된 해상분수, 빔프로젝터 14대와 레이저 4대가 하나로 결합돼 선보이는 최첨단 특수 효과 쇼다.


 


[그림 1] 디오의 영상은 6개의 빔프로젝터에서 각각 따로 쏜 여섯 개의 영상이 하나로 보이는 것이다. 영상에 따라 빔을 달리해 고화질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2012 여수세계박람회

먼저 분수쇼를 중심으로 약 8분 동안의 프리쇼가 진행된다. 그 다음 디오의 원 안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스크린 삼아 펼치는 환상적인 멀티미디어쇼가 16분 정도 이어진다. 물과 불, 빛과 레이저, 영상과 음악, 디오와 해상분수를 활용한 바다 이야기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보노라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환의 세계에 빠져들고 만다.

빅오쇼에 등장하는 바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여수 소녀 ‘하나’가 우연히 바다의 영혼들이 사는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오염되고 파괴된 바다를 보고 슬퍼하다가 인간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조화롭고 아름다운 바다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그림 2] 디오 주변의 안개를 활용해 영상의 입체효과를 높인 디오(왼쪽)에 여수 소녀 ‘하나’가 등장해 바다 영혼들이 사는 바다 세상으로 들어가려고 한다(오른쪽). 사진 제공 : 2012 여수세계박람회


디오의 바깥 원은 Ocean(해양)의 첫 글자를 따서 완전한 원의 형태를 갖춘 데 반해 안쪽 원은 0(제로)를 의미해 세로 지름 31m, 가로 지름 27m의 타원이다. 디오는 안쪽 원에 물을 흘러내리면서 이를 스크린으로 활용한다. 이 스크린의 크기를 면적으로 계산하면 약 660㎡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으로 기록된 CGV영등포 스타리움 스크린 가로 31.38m, 세로 13.0m 면적 407.9㎡의 1.5배가 넘는다.

안쪽 원이 타원형인 이유는 따로 있다. 디오가 설치된 바닷가는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이 불면 수막이 흔들려 여기에 뿌려지는 영상도 흔들리는데, 세로로 긴 타원이면 원에 비해 가로로 흔들림이 적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공중에 거대한 스크린을 만들어 3차원 입체 영상을 실감나게 구현했을까? 빛은 물을 만나면 산란(반사)하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우리가 여러 방향에서 빛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산란은 영국의 물리학자 틴들이 처음 연구해 ‘틴들 현상’이라고도 하는데, 빛이 먼지나 물 같은 미세 입자와 충돌해 흩어지는 현상이다. 레이저 쇼를 할 때 보통 연기나 안개를 일으키는 것도 같은 이유다. 레이저 빛이 연기나 안개 입자와 부딪혀 산란되도록 해야 우리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을 활용한 스크린을 보통 ‘워터스크린’이라고 한다. 해상분수로도 워터스크린을 만드는데, 강한 물의 분사압력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지는 수막에 영상을 투영한다. 그런데 해상분수 수막은 물이 균일하지 않아 고화질 영상을 보여주기 어렵다.

빅오쇼는 처음부터 한번에 2만 명 이상이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어디에서든 쇼를 잘 관람하기 위해서는 영상이 선명해야 한다. 구겨진 종이보다는 평평한 종이에 영상을 쏘았을 때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스크린이 되는 물을 극장 스크린처럼 고르고 평평하게 만들면 영상이 선명해진다.

하지만 물을 평평하게 만드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빅오쇼 연구팀은 중력을 이용해 공중에서 물을 떨어뜨리는 ‘캐스캐이드 워터커튼’ 기법을 도입해 기존보다 훨씬 두꺼운 물 입자를 고르게 뿌리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디오의 안쪽 타원 위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수많은 노즐을 설치하고 이곳에서 물 입자를 고르게 뿌려 반투과성의 수막을 만든 것이다.

선명한 영상을 보여주려면 필요한 장치가 더 있다. 바로 영상을 쏘는 빔프로젝터다. 물에 산란되는 빛은 극장 스크린에 반사되는 빛보다 약하다. 하지만 멀리서 많은 사람이 보려면 극장스크린보다 더 밝아야 한다. 빅오쇼 관람석 맞은편인 주제관에 설치된 6대의 빔프로젝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밝은 35만 안시(ANSI)급이다. 일반 가정이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3,000 안시급 빔프로젝터에 비해 116배나 밝다. 또 투사되는 거리도 110m나 돼, 바다 위에 떠 있는 디오처럼 먼 곳까지도 영상을 쏠 수 있다. 주제관에서 디오까지의 거리는 108m다.



[그림 3] 디오에 설치된 초고압·초고속 물 분사장치인 워터제트가 회오리 모양을 연출하고 있다. 주황빛 조명을 받은 물이 마치 불을 내뿜는 듯하다. 사진 제공 : 2012 여수세계박람회

빅오쇼에는 총 14대의 빔프로젝터와 4대의 레이저가 사용된다. 이들은 각각 디오와 해상분수, 안개 등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영상을 쏜다. 덕분에 우리는 실감나는 3차원 입체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일례로 디오에 상영되는 영상 하나는 6개의 프로젝터가 6부분으로 나눠진 영상을 투사한 것을 우리가 하나의 입체 영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디오에는 58개의 조명장치와 24개의 초고압·초고속 물 분사장치인 워터제트, 안개 발생기, 24개의 화염방사장치가 설치돼 있다. 워터제트는 360도로 회전하면서 수시로 물을 쏘는데,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해 수시로 방향을 똑같이 맞추며 작동한다. 이처럼 빅오쇼가 환상적인 데는 수많은 특수 효과 장치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는 오는 8월 12일까지 진행된다. 많은 사람들이 2012 여수세계박람회의 하이라이트인 빅오쇼를 맘껏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 박응서 과학칼럼니스트(도움 : 조병휘 빅오사업단 콘텐츠 과장)

출처 : http://scent.ndsl.kr/sctColDetail.do?seq=4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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