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시리다.
어릴 적 나는 엄마를 참 원망했다.
시장바닥에 자리를 펴고,
장사하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고 싫었다.
종종 자릿세를 내라는 시장상인의 타박에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엄마.
비가 오는 날에
물건이 젖을 새라 내리는 비를 쫄딱 맞으며,
집으로 돌아온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누군가의 어버이를
축하해주기 위해 카네이션을 팔고,
졸업식 땐 서울 대학가와
중고등학교를 전전하며 꽃을 팔았다.
봄내음이 풍길 무렵이면
병아리 장사를 하셨던 당신이다.
200마리 남짓한 병아리가 밤새 삐약거리고
온통 꽃 재료로 발 디딜 틈 없는 단칸방이 싫어
짜증만 냈던 나다.
원망만 했던 나다.
졸업식이든 입학식이든
다른 곳에서 장사를 마치고
팔다 남은 꽃다발을 왜 내게 안겨주는 주시는 걸까.
비 오는 날, 마중한 번 나오지 않고
왜 아들놈 비를 쫄딱 맞힐까.
친구 엄마들은 젊게 꾸미고
학교 행사에도 빠지지 않는데..
생일날에는 떡볶이와 먹을거리로 파티도 해주는데..
철부지 나이에 철부지 행동으로
엄마를 원망했던 나다.
30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도
엄마는 한결같이 그 자리,
시장바닥에 자리를 편다.
한 여름의 더위에도,
한 겨울의 추위에도 그 자리를 지키신다.
- 허근철 (대한인턴ㅅ방송 영상편지 스텝) -
이제 와서야 나는,
엄마를 생각해도 가슴이 시리다.
겨우 철든 놈...
- 어머니~ 영원히 지지 않는 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