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의 국장이 끝난 몇일 후,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앉아서 팝콘을 먹던 중, 그 당시에 늘 있던
'대한 뉴우스'가 태극기를 펄럭이면서 먼저 상영되었다.
대한 뉴우스는 박대통령 국장 모습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뉴우스가 끝날 무렵,박근혜 당시 큰영애가 도열한
비서진을 향해 정중히 인사하고 잠시 청와대를 향해 눈길을
주다가 차를 타고 떠나는 마지막 장면이 있었다.
비서실 직원들은 떠나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그 장면에
마음이 아파왔다.
아니 저려온다 표현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박대통령이 저렇게 끝나야 하는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추억이
깃든 나무를 큰 영애는 보고 간 것일까, 아님 이제 마지막이
될 가족의 둥지를, 그 장면을 애써 자신의 눈속에 담아 두려
했을까, 온갖 상념에 본 영화를 다 보지도 못하고 나와야 했다.
컴컴한 당시 종로길을 걸으며, 무엇인가 이루지 못하고
서둘러 떨어지는 낙엽, 갑자기 정전으로 끝나버린 박정희,
뭔가 조금더 시간이 있어야 함에도 서둘러 종영을 해버리는
야속한 드라마를 보듯 마음이 착잡하고 아려왔다.
그리고 감수성 예민하든 20대 초반 그 날의 기억은, 그 후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큰영애 박근혜, 그가 비록 한사람의 자연인으로 돌아가 청와대
를 떠나야 했지만, 언젠가 그녀의 이름으로 당당히 청와대를
다시 입성하리라 굳게 믿는 신념이 그 날 그렇게 우연히 생겼다.
이제 그 날 그 영상처럼 큰 영애의 눈에 담아두고 떠난
청와대의 추억, 그 애잔함이 변하여 개선장군으로 입성할
날이 도래했다.
실로 33년 만의 일이다.
박근혜여, 그 날 떠난 아픔을 결코 잊지 않았듯, 청와대를
대통령의 이름으로 박수와 축복 속에 당당히 귀환하시라.
그리하여 못다이룬 박대통령의 나라사랑과 육여사의 눈물을,
그 한을 씻기우시고 역사에 기리 남는 위대한 대통령이 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