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數) 원리가 협상에 적용된다

기본카테고리 | 2017-07-15 오후 2:39:49 | 조회수 : 1721 | 공개

수(數)의 원리가 협상에 적용 된다

 

개는 색맹이라 이 세상을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본다. 이 사실을 떠 올리면 갑자기 궁금해

지는 것이 있다. 인간과 달리 붉은색 바깥의 적외(赤外)선과 보라색 너머의 자외(紫外)선을

볼 수 있는 외계인이 있다면 그의 눈에는 세상이 어떻게 모일까 하는 점이다.

평생토록 2차원 평면을 기어 다니는 개미는 입체공간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렇

지만 3차원을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개미가 한심하기만 하다. 이 처럼 우리가 절대적이

라고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인간의 제한된 감각과 인식 범위 내에서 포착한 주관적

인 것이다. 우리가 배워온 수학의 많은 공식과 원리가 일상의 협상에 묻어 들어있다.

2003년 4월에 이라크 전에 파병하는 우리 군의 숫자가 666과 일치한다고 해서 한바탕 논

란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7’이란 숫자는 행운의 숫자이나 ‘6’이란 숫자는 악마의 숫자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원래 파병 편성 안에 따르면 공병부대 장교 56명, 부사관

123명, 일반 병 387명을 합해 566명과 의료지원단으로 장교 38명, 부사관 26명, 일반 병

36명을 합해 100명으로 총 666명으로 파견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

위에서는 ‘종교전쟁’, ‘문명의 충돌’로 불리는 이라크 전쟁에 악마의 숫자로 간주되는 666명

의 파병군의 숫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이 제기 되었다. 이런 여론이 잇따르자 국방부는 우

물을 파는 기술 병 7명을 추가해 총 673명으로 논란을 마무리 한 적이 있었다.

기운 잃고 쓰러진 소에게 낙지 한 마리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고 하여 낙지를 보양식으로

접하지만 낙지의 다리가 몇 개인지는 잘 모르고 있으며 큰 관심도 없다. 그러나 서양사람

들은 낙지의 다리가 8개인지 누구나가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영어로 낙지를 ‘옥토퍼스

(octopus)'라고 하는데, 여기에 8을 의미하는 어원 ’oct‘ 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외래어에는 수를 나타내는 어원을 포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1을 나타내는 모노(mono)와 2를 나타내는 바이(bi)가 포함된 단어로는 독백을 나타내

는 모노로그(monologue), 독점을 나타내는 모노폴리(monopoly), 자전거(bicycle), 이진법

(binary) 등을 들 수 있다. 3, 5, 8을 나타내는 트리(tri), 펜트(pent), 옥트(oct)가 포함된 단

어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트라이앵글(triangle), 트리오(trio)라는 단어. 또 미국의

국방성 펜타곤(pentagon)은 오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386, 486 으로 명명되던 컴퓨터

가 500대로 올라가면 팬티엄(pentium)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카메라 펜탁스(pentax)는

카메라 안에 5각형의 프리즘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서도 옥타브(octave)는 도에서 그 다

음 도까지의 8도를 나타낸다. 또한 10월인 옥토버(october)는 10을 나타내지 않는가 생각

할 수 있겠지만, 로마 구력에서는 3월을 1년의 시작인 첫 달로 간주했기 때문에 10월은 3

월을 기준으로 하여 8번째 달이 된다. 이와 같이 수를 나타내는 어원을 알고 있으면 외래어

의 뜻을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흔한 진법은 10진법이다. 일, 십, 백, 천, 만 과 같이 단위가 커지는 것이

나, 금 10돈은 1냥 하는 식으로 10이 되면 단위가 바뀌는 것은 모두 10진법에 따른 것이

다. 또 야구선수의 타율을 표시하는 할, 푼, 리 역시 10진법이다. 10진법이 가장 대표되는

진법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손가락이 10개라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손가락의 개

수와 수의 연관성은 우리말에서도 나타난다. ‘다섯’과 ‘닫힌다’ 와 ‘열’과 ‘열린다’라는 발음

의 유사성이 그것이다. 손가락으로 수를 셀 때 하나부터 다섯까지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기

때문에 다섯에서는 손바닥이 닫히게 되고, 여섯부터 열까지는 접었던 손가락을 하나씩 펴기

때문에 열에서는 손가락이 모두 열리어 손바닥이 열린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10진법만 존재하는 것일까? 수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대와 지역에 따라

10진법 이외의 다양한 진법이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잘 알고 있는 대로 컴퓨터는 2

진법을 사용한다. 또 남아메리카의 한 종족은 5진법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마야에서는 20진법을 사용했다. 우리나라도 담배 1갑은 20개비, 오징어 1축은 20마리, 한

약 1재는 20첩, 조기 1두릅은 20마리 등은 모두 20진법과 관련이 있다. 바빌로니아에서는

60진법을 사용하였다. 관측에 의해 지구의 공전 주기가 360일 정도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바빌로니아인들은 태양인 모습인 원을 360으로 생각하고 360을 6등분한 60을 단위

로 택했던 것이다. 그래서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네델란드의 미술가 에셔(Escher)는 수의 원리를 이용하여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그림을 많

이 그렸다. 특히 기하학적으로 특이한 모양과 공간 착시현상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장면

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미술의 장르를 ‘테셀레이션(tessellation)'이

라고 한다. 테셀레이션은 동일한 모양을 이용해 틈이나 포개짐 없이 평면이나 공간을 완전

하게 덮는 것을 말한다. 테셀레이션의 사례로 바닥과 벽에 깔린 타일과 모자이크 등을 들

수 있다. 순 우리말로는 ’쪽매 맞춤‘이라고 한다.

테셀레이션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을 꼽을 수

있다. 궁전의 벽과 천장의 모자이크는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제공하는 보고(寶庫)이다. 명품

회사들이 새로운 스카프를 만들 때 디자이너를 출장 보내는 곳이 바로 알함브라 궁전이라고

한다. 에셔 역시 알함브라 궁전에 매료되어서 테셀레이션 기법에 몰두하여 만들어 낸 그의

대표작인 ‘천국과 지옥’도 그 영향이 지대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웬만한 상점에서는 물건의 가격을 일일이 계산기에 찍지 않고 바코드를 스캐닝하여 가

격이 자동적으로 입력되도록 한다. 바코드라고 부르는 이유는 검은색의 막대(bar)가 배열되

어 물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코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구매자의 입장에서 혹 바코드

가 잘못 인식되어 엉뚱한 가격이 입력되지 않을까 우려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 할 필요는 없다.

바코드에는 체크 숫자라는 안전장치가 있어 대부분의 오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바코

드는 물건의 가격을 찍는 기능만을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바코드는 어떤 국가의 어느

회사가 생산한 물건인지에 대한 정보가 종합적으로 담겨있다. 우리나라 상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 KAN(Korean Article Number)은 유럽 상품 번호 방식을 따르고 있다. 대체로 13

자리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바코드 중 제일 앞의 세 개의 숫자는 제조국가를 나타내는데

우리나라는 880이다. 그 다음의 네 개 숫자는 제조업체를 나타낸다. 그 다음의 다섯 개의

숫자는 어떤 상품인지를 나타낸다. 마지막의 숫자는 앞의 코드에 의하여 결정되는 체크 숫

자이다. 이 체크 숫자에 수학적 원리가 담겨있다. 바코드의 13자리 중 홀수 번째 자리에 있

는 수들은 그대로 더하고 짝수 번째 자리에 있는 수들은 더한 다음 3배하여 전체의 합이

10의 배수가 되도록 체크 숫자를 정하게 된다.

간디를 무척 존경하는 아이를 둔 어느 어머니가 간디를 찾아가서 간곡하게 부탁을 하였다.

아이에게 사탕을 먹지 말라고 이야기해 달라는 것이다. 간디는 그 어머니의 요청에 즉답 하

지 않고 1주 후에 오라고 했다. 1주 후 다시 찾아 갔을 때 또 다시 1주 후에 오라고 미루

었다. 결국 2주 후에 아이에게 사탕을 그만 먹으라고 말 했다. 그 이유는 간디 자신이 사탕

을 먼저 끊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다고 고백했다. 즉 실천하고 있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

에게 권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수(數)의 원리를 직접 이해하고 경험 한 후에 협상

에 임하면 만족된 결과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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