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싸움

기본카테고리 | 2013-12-21 오후 4:28:02 | 조회수 : 8028 | 공개

물 싸움

 

“캘리포니아에서 술은 마시기 위해, 물은 싸우기 위해 있는 것이다”

일찍부터 캘리포니아의 어려운 물 사정을 잘 간파한 ‘마크 트웨인’의 날카로운 풍자이다. 옥의 티처럼 모든 것이 풍요로운 캘리포니아엔 물이 귀하다. 비가 1년에 한국의 1/3도 안 되는 고작 500mm 정도밖에 오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에 비가 적은 이유는 제트기류라고 불리는 일종의 무역풍 때문이다.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고온다습한 구름이 무역풍에 실려 캘리포니아 북쪽 오래곤 주와 시애틀 쪽에만 비를 쏟아 놓는다. 그래서 그쪽 동네는 우울증에 걸릴 만큼 비가 잦은 반면 캘리포니아에는 마른버짐 같은 푸석푸석한 바람만 불어온다.

캘리포니아 물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그나마 적은 강우량의 3/4이 인구가 적은 북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 전체 인구의 3/4이 몰려있는 남가주와 물이 필요한 곡창지대인 샌츄럴 밸리 쪽은 겨우 250mm 정도의 비가 그것도 겨울에 고양이 오줌만큼 찔끔찔끔 온다.

이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정부는 1930년경부터 “샌츄럴 밸리 프로젝트”라는 대규모 관계 사업을 벌렸다. 근 30년간 계속된 이 사업은 북쪽의 강들을 막아 연간 엄청난 물을

장장 960Km의 대동맥 수로와 3,500Km의 枝수로로 연결해서 남쪽으로 실어 나른다.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총 208개의 강중에 207개를 막아 1,300여개의 댐과 저수지를 만들었는데 댐이 없는 유일한 강은 맨 북쪽의 스미스 강뿐이다.

이런 실정이니 북가주 주민들은 남쪽에서 물을 너무 많이 퍼간다고 아우성이고 남쪽에서는 인구증가를 내세워 한 방울이라도 더 가져가려고 야단이다. 일컬어 물비린내(?)나는 치열한 물의 남북전쟁인 것이다. 여기에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이 농촌과 도시와의 갈등이다.

북쪽에서 관개수로를 통해 실어 나른 물위 80%가 LA로 가기도 전에 샌츄럴 밸리의 農水 로 쓰인다. 농촌은 공사당시부터 정부의 重農 정책에 힘입어 지금도 고작 10여 불만 내고 물을 펑펑 쓴다.

반면에 목이 타는 도시에서는 같은 양을 400불정도 내야하니 도시의 농촌과 정부에 대한 반발심이 여간 큰 게 아니다.

1980년대에 들어와 혹독한 6년 가뭄을 겪으면서 캘리포니아의 물 전쟁은 더욱 더 복잡해진다. 완벽한 관개수로의 건설로 반사막의 캘리포니아가 오아시스가 될 줄 알았는데 더 크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첫째는 댐으로 막힌 강에 물이 흐르지 않아 물고기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고 둘째는 샌프란시스코 만으로부터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하는 현상이다. 십 수 년 전만해도 산란기 때마다 바다에서 새크라멘토 강으로 강 전체를 하얗게 덮으며 올라오던 연어 떼가 점점 줄어 들더니 이제는 손가락으로 셀 정도이다. 또 짠 바닷물이 거꾸로 올라와 상수원과 베이

델타지역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요 정복자라는 생각에 오래 물든 미국사람들에게 진짜주인은 자연 스스로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물싸움을 겪으면서 인간은 역시 참주인인 자연을 지키는 겸허한 ‘청지기’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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