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長壽) 나무

기본카테고리 | 2014-07-21 오후 4:38:06 | 조회수 : 1821 | 공개

장수(長壽)나무

 

레드우드(Readwood)숲. 태멀파이어스 산 계곡의 뮤어(Muir)숲속엘 들어서면 진초록 첨탑지

붕을 이고 아름드리 십자가상 기둥들이 옹기종기 서 있는 중세의 성당처럼 숲은 깊고 정결

하다. 그 속에 홀로 숨어든 아이마냥 숲의 크고 경건함에 숨죽이고 나무 뒷 곁에 비켜선다.

 

숲 속엔 잘 익은 흙냄새, 촉촉한 이끼 내, 또 새로 깍은 연필 내같은 적송향이 향불 내음

처럼 깊게 배어 있다.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면 그 청정한 적막 속에서도 바람에 묻어오는

나무들의 따뜻한 숨소리. 또 간간히 푸드득 거릴 뿐, 날개 짓마저 삼가며 영혼을 닦는 새

들의 지저 김들이 들린다. 신의 숲에 와서 그의 늠름한 나무, “레드우드”에 기대어 모처럼

마음을 쉰다.

 

모든 나무들이 다 신의 작품이겠지만 그의 손길이 가장 가까이 머문 나무가 있다면 미국

“삼나무”라 불리는 레드우드가 아닌가 싶다. 우선 레드우드는 땅위의 어느 나무보다도 크고

수려하며, 우람하고, 오래 산다. 현재 지구상엔 3종류의 레드우드가 존재하는데 *오레곤에

서 캘리포니아 해안 몬트레일 남쪽 지방까지 서식하는 코스트(Coast)레드우드, *시에라 산

맥 1,200m ~1,800m 기슭 세코이야 국립공원에서 보호되고 있는 세코이야 거목(Giant

Sequoia), *그리고 멸종된 줄 알았다가 1948년 중국대륙에서 발견된 던(Dawn)레드우드

등이다.

 

레드우드는 키가 무려 70m이상 곧게 뻗어 어느 나무보다 하늘에 가깝고, 둥지 지름도 6m

정도나 돼 장정 서넛이 둘러서야 겨우 아름으로 안을 정도다. 수명도 물경 천년에서 이천년

을 넘는다. 가장 오래된 수장 격은 “셀먼(Sherman)장군”이라 불리는 3,500년 된 세코이야

거목으로, 신선의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청청하다. 사실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다는 신의 햇수로 지금껏 변함없이 살아온 나무는 이 세상에 레드우드밖에 없다.

이들은 1억 년 전 온 북미 대륙을 뒤덮었었고 그 숲 사이로 지금은 멸종되고 없는 공룡들

이 뛰어 다녔다는 것이다.

 

신이 레드우드를 특별히 총애한 증거는 이외에도 여럿 있다. 첫째로 수백, 수천 년이 가도

썩지 않고 병들지 않는 특수한 강성 체질이다. 나무 섬유질속에 천연 방부제인 독한 탄닌산

이 듬뿍 들어있어 벌레나 곰팡이류가 얼씬도 못하는 까닭이다. 보통 참나무 같은 나무에는

300여종 이상의 해충이 나무를 상하게 하는데 키 커서 싱거울 것 같은 레드우드엔 거의 천

적이 없다. 그래서 죽은 레드우드도 잘 썩지 않는다. 또한 나무껍질에 송진 같은 수지가 없

는데도 유달리 섬유질이 두텁고 탄닌 성분이 많아 왼 만한 산불은 그 껍질을 좀체 뚫지 못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특징은 100m이상 되는 높이까지 속속들이 물을 나를 수 있는 능력이다. 보통 나

무들도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한 모세관 인력과 대기 압력을 이용하여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

을 나무 위까지 올린다. 그러나 100m이상은 끌어올리기가 불가능 하다는 게 통설이다. 그

높이만큼 물을 올리려 최소 한 기압의 12~13배에 달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레드우드 잎 새는 정상에서도 늘 푸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누구도

시원스런 답을 못하고 있다. 단지 물 분자를 연합시키고 있는 수소결합 때문에 생기는 힘,

즉 확산력과 삼투력(Osmosis) 때문이 아닌가하고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눈여겨보면 대개의 레드우드는 혼자 자라는 축보다 너 댓 그루가 가운데 빈자리

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서 그로브(grove)를 형성하며 자란다. 그 이유는 어미나무가 어린 묘

목 싹을 처음 틔울 때 씨 발아보다는 어미나무 뿌리에서 직접 내는 뿌리발아법(Root

Sprouting)을 쓰기 때문이다. 어미나무는 햇볕이 잘 안 드는 숲속에서 씨 발아가 어려움을

알고 2세의 어린뿌리들을 자기의 긴 뿌리에 심어 묘목을 먹이고 키운다. 2세 묘목들이 충분

히 성장하면 영양을 다 빨린 어미나무는 결국 그 자리에서 생을 다하고 죽는다.

 

안타까운 일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배워야 할 이 멋진 레드우드들이 지구상에서 점점 멸종

돼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무차별한 벌목으로 이젠 옛 숲 면적의 5%도 남지 않았다. 이 시

대에 레드우드의 사라짐은 무엇을 예고하는 것일까? 신의 성품에서 한없이 멀어져만 가는

사람들로부터 신이 점점 떠나가는 징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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