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호(Hahoe) 호수(湖水)

기본카테고리 | 2013-12-15 오후 5:00:37 | 조회수 : 2593 | 공개

타호(Tahoe) 호수(湖水)

 

시에라 네바다 깊은 산속에 건장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청년의 수려한 용모와 비범한 재능을 시샘한 악령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청년을 아끼던 숲의 정령(精靈)이 청년에게 잎이 무성한 긴 나뭇가지를 꺾어 주며 말했다. “악령이 올 때마다 나뭇잎 하나씩 뜯
어 던지게나. 그 자리에 연못이 생겨날 것일세. 악령이 허우적 거릴사이 몸을 피하게”

청년이 산 정수리에서 곤히 잠든 어느날 밤 악령이 덮쳤다. 화들짝 놀란 청년은 엉겁결에 나뭇가지를 송두리째 그에게 던지고 만다. 나뭇가지가 떨어진 자리에는 순식간에 바다같이 넓고 끝을 알 수 없게 깊은 호수가 생겨났는데, 이것이 지금의 ‘레익 타호’란 것이다. 악령은 호수의 심연 속에 영영 수장되었다. 착한 정령 덕분에 악령을 물리친 청년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다가 손끝에 묻어있는 나뭇잎 하나를 발견한다. 청년은 그 잎을 살며시 큰 호수 곁에 내려놓는다. 아담하고 푸른 호수가 금방 눈앞에 펼쳐진다. 그는 이 호수를 ‘낙엽호반’

(Fallen Leaf Lake)이라 이름 짓는다.

이 동화 같은 얘기는 ‘레익 타호’ 근처에 살던 와슈(Washoe)인디언의 전설이다. 바다같이 넓은 레익타호도, 그 옆의 낙엽호반도, 옛 전설 따라 지금도 여전히 신비롭다. 타호(Tahoe)란 말은 와슈 인디언 말로 “큰물(Big Water)"이란 뜻이다. 레익 타호는 세계에서 1.8Km이상 알파인(Alpine)호수들 중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호수다. 길이가 36.8Km이고 폭이 19.2Km, 제일 깊은 곳의 수심이 500m로 북미 대륙 저수지중 제일 깊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35m 물속에 잠길 만큼 많은 양이다.

크기도 크지만, 레익 타호의 빼어남은 단연코 눈이 시리도록 투른 청정성(淸淨性)에 있다. 연봉에서 사시사철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는 레익 타호는, 오레곤주의 크레이터(Crater)호수와 함께 맑기가 세계 으뜸이다. 1844년 백인으로 타호를 처음 본 서부개척 파이오니어“프리몬드”는 수백 미터 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알같은 호수가 너무 아름다워 일지에 그 감격을 기록하고 있다. “마크 트웨인”도 레익 타호의 투명함에 반해 천사가 숨 쉬는 호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수정 같은 타호 물빛이 청정성을 급속도로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타호연구소의 2003년 여름 보고서를 보면 물밑을 들여다볼 수 있는 최장 투시거리가 매년 45Cm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60년대만 해도 30m 아래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던 호수가 올해는 20m 이하를 내려다볼 수 없을 정도로 탁해졌다. 이러한 수치를 놓고 계산해보면 코발트빛 푸른 타호는 앞으로 40년을 못 넘기고 투시불능의 녹색호수로 변한다는 결론이다.

레익 타호를 병들게 만드는 주요인은 말 할 것도 없이 인간들이 만든 공해이다. 호수가 초록빛을 띄는 것은 “부영양화(富營養化 : Eutrophication)란 오염현상 때문이다. 부영양화란 호수에 질소와 인(燐)과 같은 식물 영양소가 과다하게 들어오면서 수초류(Algae)가 번성하게 되어 물빛과 질이 변하는 현상이다. 무성한 수초의 번식은 물속의 산소를 소모해 물고기등이 살수 없게 만들고 물을 썩게 한다. 부영양화가 바다에서 일어나면 이를 적조(赤潮)현상이라 부르는데 이유는 녹색 수초대신 풀랑크톤이 급작스럽게 늘어나 바닷물이 붉게 보이기 때문이다.

인의 주오염원은 레익 타호 주변마을에서 흘러드는 생활하수, 합성세제, 인근 골프장에서 비만 오면 쏟아져 들어오는 잔디비료, 주변의 축산 폐수 등이다. 질소는 하수에도 섞여있지만 일 년에 수백 만 대가 타호분지로 들어오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주범이다. 배기가스가 대기 중에 떠돌다 초기우수와 함께 호수로 흘러드는 까닭이다. 이런 끊이지 않는 인간들의 공해 때문에 현재 레익 타호내의 수초증가율은 연 5~7%에 달한다고 한다.

또 하나 레익 타호의 오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호수주변 타호 원시림의 벌목이다. 옛날같이 하루사이 산 하나를 헐어내는 대규모 벌목은 없어졌지만 아직도 죽은 나무를 치운다는 명목으로 국지적인 벌채가 활발하다. 이 벌목이 문제가 되는 것은 토양 침식 때문이다. 나무가 잘려나간 산에서 토사가 계속 호수로 흘러 들어와 바닥을 메우고 투명도를 떨어뜨린다.

원래 고산(高山)원시호수의 생태계에 속한 레익 타호는 그 모양새부터 오염에 극히 취약하다. 타호는 시에라연봉에서 63개나 되는 크고 작은 강물이 흘러드는 반면 빠져나가는 배출로는 단 하나, 트러키(Truckee)강 밖에 없다. 또 워낙 수심이 깊어 지난 수십 년 간 호수바닥에 퇴적된 침전물을 자연적으로 거둬내려면 7백년의 장구한 세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레익 타호는 일단 망가지면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레익 타호와 더불어 살던 와슈 인디언들. 그들의 이름 ‘와슈’는 아름다운 사람이란 뜻이라는데 그들이 떠나버린 타호 숲에 이젠 그 옛 정령들의 신통력도 다 사라진 것일까? 호수 바닥밑에 가라앉았던 악령이 떠오르듯 타호의 혼탁해짐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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