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대한 소고 2.> 집값은 왜 이렇게까지 오를까?

건축. | 2020-08-05 오전 12:12:52 | 조회수 : 702 | 공개

 

"신입사원 때 처음으로 <아파트에 대한 소고1.>을 쓰고, 이제 거의 10년이 되어 갑니다. 아직도 아파트 설계를 하고 있고, 중간에 운이 좋아서 한국형 아파트를 기본으로 한 신도시를 해외에 짓고, 또 기획하는 업무도 경험하였습니다. 지금은 건설사에 속해 있지만, 여전히 아파트 설계 기획, 공모, 인허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아, 현재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신도시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비록 임대아파트지만, 첫 회사에서 설계한 아파트라 직접 살아보면서 일할 때와 다르게 또 많은 것을 느낍니다. 1년 직접 사용해보니 가지고 있던 생각과 의견이 더 확실해져서 다시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부동산 폭등의 시기를 보며, 제 작은 생각이 지금의 혼란을 해결하는데 조금이나마 다른 시각을 열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 문제는 아파트야.
 
정확히 말하면 집값이 아니고 아파트값이라고 해야 한다. 정말 지금 문제가 아파트로 돈을 벌려는 나쁜 ‘투기꾼’인 다주택자들이 문제일까? 나는 지금 상황은 문제 설정이 잘못되어, 제대로 된 해결 성과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누가’ 잘못한 건지부터 찾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아이가 혼자 뛰다가 넘어져도 엄마 아빠가 달려와하는 말이 “아이고, 누가 그랬어? (땅을 내려치며)때치 때치.” 하지 않나...
 
우리 이제 진짜 제대로 된 질문을 해보자. 왜,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은 아파트에 미치게 되었는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보다 ‘왜’와 ‘어떻게’에 집중해야 한다.
 
2. 좋은 집은 부족하다.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긴 지 10년이라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의 부동산의 문제는 심각하다. 이는 또한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닌, 혼인율, 출생률, 불평등지수 등 전반적인 우리 사회의 고질병들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살 만한 집을 살 만한 가격으로 살 수 없는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계속해서 오르나, 일부 돈이 많은 투기세력이 시장을 교란해서 이렇다? 내가 보기에는 경제의 기본 원칙이라는 희소성의 문제이다. 지금 2020년 여전히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결혼하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놀이공간과 질 높은 교육을 안겨줄 양질의 집은 아직도 부족하다. 이는 공교롭게도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확대’나 저녁이 있는 삶’ 같은 선진적 정책의 정착도 한 역할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어느 집이든 아빠는 야근을 하고 늦게 들어오고 집안일은 엄마가 온종일 돌보는 사회 문화였으니 퇴근하고 일찍 들어오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빠의 안정된 소득만큼이나 집에 들어오는 시간도 중요해졌다. 이제 많은 가정이 예전처럼 ‘그렇게’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양질의 집’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교통 인프라가 이미 잘 형성되어 있거나(강남 출퇴근 30분~1시간 거리), 또는 예상되는 미래에 그렇게 될 신도시의 ‘아파트’ 일 수밖에 없다.
 
3. 아파트 vs 비아파트
 
여기서 왜 집이 아닌 ‘아파트’라 할까.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비유하자면, 이 문제는 ‘왜 젊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고, 다들 죽기 살기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하려고 하나?’의 문제와 유사하다. 일자리는 실제로 넘치고 있다. 통계를 보지 않아도 피부로 느낀다. 글쓴이는 1년 전에는 중소기업, 중견기업에서 근무하고 3층 빌라에 거주했지만, 지금은 대기업 그룹사 건설사에 근무하고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 이직 후 주변을 돌아보고 스스로 느꼈을 때 그렇다. 이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러니 한쪽에서는 사람 없다 아우성이고, 한쪽은 사람을 여유 있게 고른다. 그런 현상이 아파트와 비아파트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기존 대기업이 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수혜를 누리는 네이버, 카카오 등 신생 대기업이 있듯이, 도시 차원에서 서울 강남, 강북이 있고 분당, 판교, 위례, 광교 등이 있는 것이고, 건물 차원에서는 아파트가 있고 비아파트가 있다. 내가 규정하는 비아파트(법정 용어도 학문적 구분이 아닌 개인적 견해에 따른 구분)에는 다세대 빌라뿐 아니라 오피스텔, 주상복합, 심지어 단독주택도 포함된다. 이 둘은 좁힐 수 없는 심각한 구조적인 격차가 있다. 이는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다. 10년 동안 일로서 겪어보고 공부한 결과, 1960년대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태어나게 된 이유와 맞닿아 있다. 그것은 선진 건축기술을 우리 주거방식에 접목하다 보니 일어난 돌연변이 현상,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고안된 여러 경제적 장치들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당시 전후에 지독히도 인프라가 부족했다. 그냥 1960년대까지는 아프리카와 비슷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어떠한 과정을 통해 무척 독창적인 해법이 탄생하게 됐다. 그리고 50년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치료제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점점 어려워지는데 앞으로 하나하나 설명하겠다. 아무튼 일자리 문제와 비슷한 양상이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또한 현대 우리 사회문제의 핵심인 대기업-중소기업의 격차, 불공정의 문제처럼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특유의 불평등 문제를 아파트는 가진다.
 
3. 아파트는 다르다.
 
아파트는 특별하다. 아파트가 지어지는 곳은 따로 있으며, 상가나 오피스 같은 다른 건물과 다르게 아파트가 지어지는 과정도 사람들에게 공급되는 과정도 거래되는 방식도 다른 건물들과 구별된다. 특히 그 공급방식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
 
서울 출퇴근 시간 당겨줄 잘 갖춰진 교통 인프라, 유초중고 가까운 교육환경 저출산 시대에 애지중지 키우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전거 킥보드나 유모차를 탈 수 있는 현관 밖 보행 환경, 눈이 와도 비가 와도 걱정 없는 지하주차장 유무(신축 아파트)등 따지면, 수요자가 살만 하다고 느끼는 집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 아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지금의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보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기본적인 아파트의 개념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피나는 노력에 진정성은 확실히 느껴진다. 하지만 절대 쉽게 되지 않을 일을 되지도 않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안 되지 않은가?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서 하나하나 짚어보고 싶어 졌다.
 
아파트값이 왜 이리 오르고 있는지를 알려면 아파트를 왜 짓는지 더 정확히는 그동안 왜 어떻게 지어왔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이전과 어떻게 다르게 짓고, 공급하고, 거래하게 해야 할지를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나쁜 놈을 잡는다고 이 문제가 잘 해결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아파트는 ‘왜 특별한가?’와 그리고 ‘어쩌다 그렇게 됐나?’이다. ‘누가 잘못했나’가 아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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