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바로 알아야 제대로 살린다 (한겨레신문 서창원 칼럼)

암각화 칼럼 | 2015-12-03 오후 8:26:13 | 조회수 : 1213 |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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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구대 암각화, 바로 알아야 제대로 살린다
 
              ‘식수원 확보’ vs ‘보전해야’ 의견 팽팽... “훼손 극심” 일반화가 과잉진단 불러

                       '암각화'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정신적·물리적 영역 정의해야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가 뜨겁다. 당장이라도 댐 속에서 건져내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그러나 대체 식수원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어렵다며 차수벽 설치나 수로 변경안을 낸 울산시와 사연댐에 수문을 내어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는 문화재청과 첨예하게 갈렸다.
    급기야 중앙의 정치권 고위인사들이 차례로 암각화를 둘러보고 관심을 나타냈다. 시민들은 당연히 수위조절이어야지 주변 경관을 망치는 차수벽이 무슨 소리냐며 했지만 울산시민의 식수문제가 겹쳐있음을 아는 여론은 비등하게 갈리는 듯 했다.

    최근 불거진 암각화 훼손과 붕괴우려 소동은 암각화 보존용역을 수행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공주대학교 산학협력팀이 암각화 풍화정도와 암석의 성분을 조사하면서 암각화를 고의로 훼손했다는 암각화 연구학자의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암석 파편을 타격을 가해 채취했을 것이라는 한국전통문화학교 김호석 교수의 주장과 수위가 내려 갔을 때 탈락한 조각을 수습했을 뿐이라는 공주대학교 산학협력팀의 주장이 맞섰다.

    한편 김호석 교수는 여러 언론의 기고를 통해 암각화가 무너진다고 하더니 급기야 지난 달 20일 전후로 극단적인 두 장의 암각화 사진을 비교 제시하면서 암각화 전체 형상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주장했지만 김교수가 제공한 사진의 출전과 촬영년도에 대해 의혹이 불거져 또 다른 논란으로 남아 있다.

   암각화를 사이에 두고 논쟁은 계속됐다. 암각화 암면의 암석성분에 관한 것인데 울산대학교 조홍제 교수팀이 암각화에 풍화가 빠른 ‘스멕타이트’ 성분이 존재한다고 해서다. 이에 맞서 암각화 보존용역을 수행중인 공주대 연구팀은 비전공자의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으나 조교수는 학술지 발표를 통해 암각화를 지탱하고 있는 상부 구조의 붕괴우려를 제기했다.

    이 뿐만 아니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암각화 표면이 1cm두께의 단단한 호온펠스 성분으로 덮혀 있어 탈락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라 주장하는가 하면, 울산대학교 문종규 박사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풍화 5단계를 넘어 흙으로 이행하는 단계라고 주장해 화제를 낳았다.

    이처럼 암각화를 둘러싸고 각계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을 살펴 보면서 지난 십 수년동안 암각화 조형활동을 해 온 필자는 의구심이 들었다.
   수천만년을 견디어 온 암석이 왜 갑자기 흙이 되어 무너진다고 하는걸까? 풍화가 잘되는 무슨 성분이 있다는데 왜 하필이면 선택적으로 암각화에만 해당이 되는걸까? 물속에 잠긴 암석은 모두가 파손된다면 사연댐 자체가 위험한건 아닐까? 더군다나 정말 암각화 형상이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훼손된 것인가?

    암각화 조형연구활동을 하면서 누구보다도 자세히 형상을 살핀 바에 따르면 암각화의 훼손정도는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 근거로는 암각화 최초 발견자 문명대 교수가 펴낸 공식보고서의 사진자료(1974, 1984년)를 기준으로 암각화 사진작가 김종호씨의 사진 자료(2000년)를 정밀 비교한 결과다. 2004년 촬영된 지역작가의 암각화 사진자료를 살펴 보아도 세부적인 형상에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사진촬영기술의 차이로 후대의 사진형상이 더 선명하다는 것이다. 2004년 문화재보호당국에서 수행한 3디(D)영상 채록자료가 남아 있으므로 갈수기 때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암각화 최초 발견자 문명대 교수도 지난해 말 지역언론과 통화하면서 미술사학자의 눈으로 볼 때 별다른 훼손의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렇게 암각화를 다른 시각에서 보려는 뜻은 암각화가 물 속에 두어도 괜찮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나 공감하듯이 암각화를 항구히 보존하는 길은 당연히 원래의 모습대로 사연댐 물 속에서 건져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반구대 암각화가 극심하게 훼손되었다는 주장이 일반화되면 연구자들이 이에 편승, 과잉진단을 할 가능성 때문이다. 차수벽을 설치한다든지 암벽 절개부 폐쇄 및 표면 코팅처리, 암벽절취 후 박물관 이전 등 과잉 처방을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암각화는 다른 석조 문화재와는 달리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걸작이므로 인간의 생각과 기술만으로 섣불리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외형적 겉보기 보존문제에 국한할게 아니라 먼저 ‘암각화’의 지켜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그 정신성과 물리적 영역을 명확히 정의해 두어야 한다.

    암각화훼손은 발견 당시의 상태가 기준이 된다. 암석보존 공학자 뿐만이 아니라 양식있는 암각화 연구자와 함께 분석해야 한다. 한편 다른 국보급 석조문화재와 마멸지수를 비교 분석하여 변화된 정도를 정확히 판별하고 그에 합당한 보존계획을 수립할 때 비로소 암각화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잦아들게 될 것이다.


서 창 원 울산 암각화 조형 연구가   (한겨레신문, 2010. 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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