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그늘을 지나간다 가재가 나를 꽉문다
많이 본 녀석 같다 맑은 혼들이 돌들 사이로
지나가는 때 본 녀석 같다 아득히 먼데서
걸어온 녀석이다
(문태준, 수런거리는 뒤란, "그늘 속으로," 창작과 비평사, 2000, p.27.)
』
건축도 "많이 본 녀석"처럼 우리를 꽉무는 경우가 있지요. 그것은 맑은 혼들이 과거와 미래를 들락거릴 때 본 녀석이죠. 그래서 왠지 낯설면서 본 듯하지요. 우리의 혼들이 한번 봄직한 건축,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한국현대건축이 되겠지요. 소수의 한국 현대 건축가들의 작품을 보면 간혹 "아득히 먼데서 걸어온" 느낌을 종종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득함 속에 숨어있는 새로움이야 말로 한국현대건축이 추구해야 할 바이죠. 전혀 낯설게 느껴지는 새로움은 우리의 현대건축이 아닐 확율이 높습니다. 외국의 유명 건축가들, 피터 아이젠만, 프랭크 게리, 다니엘 리벤스킨트 등의 작품에서 우리는 "아득히 먼데서 걸어온" 느낌을 받지 않습니다. 그들의 새로움은 전혀 낯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