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建築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동언
『
옆구리에서 아까부터
무언가가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내려다보니 작은 할머니 였다.
만원의 전동차에서 내리려고
혼자 헛되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승객들은 빈틈없이 할머니를 에워싸고
높고 튼튼한 벽이 되어 있었다.
할머니가 아무리 중얼거리며 떠밀어도
벽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있는 힘을 다하였으나
태아의 발가락처럼 꿈틀거릴 뿐이었다.
전동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고 닫혔지만
벽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할머니가 필사적으로 꿈틀거리는 동안
꿈틀거릴수록 점점 작아지는 동안
승객들은 빈틈을 더 세게 조이며
더욱 견고한 벽이 되고 있었다.
(김기택, "벽")
』
우리가 설계하는 도시, 건축이 '승객들이 빈틈을 갈수록 더 세게 조이는 것'처럼
도시의 빈틈을 필사적으로 조이어 더욱 높고 견고한 벽을 만들지 않을까요?
"할머니"가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도시 및 건축이 되어야 합니다.
할머니가 살기 힘들어 떠나버린 도시와 건축은 인간을 수용하는 구조물에 불과할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