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산들 산들,’ 그 너머 존재하는 낯섦의 세계가 어렴풋이 보인다.

건축 外 | 2012-02-07 오후 4:46:47 | 조회수 : 2569 | 공개


(빨래방망이)




박주현: ‘산들 산들,’ 그 너머 존재하는 낯섦의 세계가 어렴풋이 보인다.



박주현의 작품이 지향하는 곳은 도구의 세계 너머 존재하는 예술의 세계이다. 도구는 하나의 닫힌 시스템을 만든다. 그렇다고 그 시스템이 폐쇄된 것은 아니고 더 더욱 열린 것도 아니다. 열린 것이냐, 닫힌 것이냐? 그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도구의 세계다. 도구의 세계는 하나의 시스템을 지향하는 점에서 닫힌 세계이다. 그러나 시스템 안으로 다른 세계를 끌고 들어온다는 점에서는 열린 세계다. 언제 다른 세계가 도구의 세계로 흡입되는가? 바로 차단현상(blocking)이 일어날 때이다.

박주현이 말하는 ‘망치’ 즉 도구가 부러질 때 차단현상이 일어난다. 책상을 만들고 있을 때 망치는 목재, 못, 대패, 페인트, 붓 등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책상을 만들고 있다. 망치가 책상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에 속하는 것처럼 박주현도 망치를 따라가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망치의 자루가 부수어질 때에 책상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이 멈추어 선다. 이것을 ‘차단현상’이라 부른다. 차단현상이 일어날 경우, 선택의 귀로에 선다. 시스템을 멈추고 더 이상의 책상 만들기를 멈추어야 하는가, 아니면 그럭저럭 시스템을 가동시켜 책상을 마무리 하느냐, 그도 저도 아니면 망치를 아예 새로 갈아서 시스템을 완성시키는가 등등 몇 가지 사례들이 있다.

박주현에게서 차단현상이 일어나면 도구의 세계, 즉 익숙함의 세계가 일부 사라진다. 도구의 세계 주목한다. 그 너머 존재하는 낯섦의 세계가 어렴풋이 보인다. 차단현상이 일어나는 곳에는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한다. 여태껏 도구의 세계를 흐르던 기(氣)가 현재의 기(氣)인 작가를 만난다, 작가는 기 대신에 ‘소통’이라는 말을 쓴다.

기를 운반하는 역할을, 즉 도구로서 역할을 마치거나 부러진 도구들은 더 이상 익숙함 속에 안주하지 않는다. 장인의 익숙함에 따라 기로서 흐르던 부분이 막힘에 따라 현재라는 시점을 근거로 하여 감성이 촉발된다. 여기서 ‘손-안에-있음’(ready-to-hand)과 ‘눈-앞에-있음’(present-at-hand)이 서로 만난다. 전자와 후자가 서로 만날 때, 그 만남의 세계가 풍요로워지면서 예술의 세계로 성큼 나아간다. 왜냐하면 ‘손-안에-있음’(순수기억)은 ‘눈-앞에-있음’(지각)을 통해 재활성화(기억이미지)가 되기 때문이다. 즉 지각이 순수기억을 통해 기억이미지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이 작가의 작품의 작업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존”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순수기억과 현재의 산복도로 간의 공존이다. 과거, 현재, 미래와 산복도로의 달동네가 공존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적어도 현재 모습의 재현은 아닐 것이다. 그 때 그곳을 재현적으로 추억만 한다면 우리는 과연 예술작품이 작품으로서 탄생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예술작품이 되려면 그냥 도구인 것을 그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도구로서 그냥 지나갈 ‘놈’이 뭔가 큰 덩어리(individual texture)가 되어 나타났을 때 우리는 예술작품이라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의 ‘언니네 이발관’의 ‘산들 산들’을 되새김질 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세상으로 가면’으로부터 뭔가 큰 놈이 있어 보인다. 낯섦의 세계가 산들 산들 보인다. //그렇게 사라져 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네/잊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순간도 희미해져 갔어/영원히 변하지 않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었지/하지만 잊을 수 없는 게 어딘가 남아 있을거야/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누군가의 별이 되기엔/아직은 부족하지 그래도 난 가네/나는 나의 길을 가/소나기 피할 수 없어/구름 위를 날아 어디든지 가/외로워도 멈출 수 없는 그런 나의 길/다가올 시간 속의 너는 나를 잊은 채로 살겠지/하지만 잊을 수 없는 게 조금은 남아있을 거야/새로운 세상으로 가면/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맘처럼 쉽진 않겠지만 꼭 한번 떠나보고 싶어/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많은 세월 살아왔지만/아직은 부족하지 그래서 난 가네/나는 나의 길을 가/소나기 두렵지 않아/구름 위를 날아 어디든지 가/외로워도 웃음 지을 수 있는 곳이면/어디든 가고 싶네/그게 나의 길//(오브제 느낌을 주기 위해 전문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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