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와 김구라, 그리고 커피숍

건축도시관련글 | 2018-08-11 오후 8:28:42 | 조회수 : 1954 | 공개

우리나라 TV채널을 틀면 어느 방송이든 온통 먹방 아니면 여행프로그램이다. 셰프라는 이름의 출연자들은 실제 본업인 식당운영을 내팽개치고 마치 TV출연이 주업인 것처럼 보이고, 여행프로그램들은 외국에 나가서 시끄럽게 웃고 떠들고 민폐끼치는 천박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특히 더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TV채널을 틀면 어느 방송이건 프로그램 쟝르를 불문하고 전현무나 김구라가 나와 프로그램 자체를 개그프로그램처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구라와 전현무가 온갖 채널에 나와 먹방과 여행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방송채널 대부분이 희화화, 획일화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런 현상이 왜 한국방송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일차적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피디의 낮은 수준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한국사회 전반에 획일주의와 적당주의가 뿌리깊이 박혀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수준낮은 피디들은 새로운 포맷과 출연진으로 새로운 주제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따른 위험을 회피하고, 적은 비용과 적은 노력으로 다른 방송에서 이미 성공한 프로그램을 모방함으로써 그나마 안전하게 어느 정도의 시청율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한때는 강호동이, 지금은 김구라나 전현무가 약방의 감초처럼 우리나라 방송을 장악하고 채널을 돌리는 곳마다 나오는 것이다.
 
시청자들 또한 획일적인 이런 프로그램에 환호하고, 그들이 소개하는 식당과 음식, 여행지를 가보고 싶어하며 그들이 입는 옷과 액세서리를 사려고 하니 피디들은 막대한 출연료를 주고서라도 그들을 방송출연자로 섭외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의식있는 국민이 훌륭한 지도자를 가질 수 있듯이 의식있는 소비자가 좋은 방송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를 만든다. 소비자의 수준이 낮고 획일적인데 다양한 출연진이 소개하는 다양하고 수준높은 프로그램이 존재하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획일적인 커피숍, 획일적인 식당이 대부분이고 프랜차이즈가 성업중인지 이해할 수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많은 외국여행의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들의 욕구는 다양해지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도 한국사람들의 기질이 없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이다.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분홍색 립스틱을 칠하거나 똑같은 등산복을 입고선 방송에 나온 유명관광지나 식당에 몰려가서 한국에서 하듯이 시끄럽게 떠들고 다른 나라 관광객들은 안중에도 없이 민폐를 끼치고 다닌다.
 
이러한 한국사람들의 낮은 의식과 한국사회의 획일성 때문에 서비스와 아이템과 인테리어가 획일적인 커피숍이 난무하고, 커피숍이 차별성없이 똑같은 커피종류와 똑같은 서비스다보니 유명브랜드 커피숍에 몰려가게 되고 개인의 취향이나 기호는 무시되는 것이다. 방송이건 카페이건 식당이건 똑같은 서비스와 종류만으로 운영하게 되면 제일 많은 자본을 가진 유명 브랜드만 살아남고 작은 가게는 문을 닫는다. 호주에서는 장사가 안돼 철수한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제일 장사가 잘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완전히 안볼수는 없겠지만 이제 더이상 전현무와 김구라는 방송에서 좀 덜 봤으면 좋겠다. 셀프서비스가 아닌 종업원이 서빙하는 수준있는 커피숍도 있었으면 좋겠다.
흘러간 옛 연예인이나 빚더미에 올라앉은 연예인들을 방송에 출연시켜 구제하는 것도 좋겠지만 다양하고 수준높은 신인 방송인들을 발굴해서 획일화된 프로그램의 수준도 높이고, 먹방프로그램도 음식 에티켓이나 다양한 커피문화도 소개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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