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거리 살기 좋은 도시(20020301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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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5-09 오후 2: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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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창원광장 주변에 건립되는 대형유통점 때문에 창원시 교통문제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논쟁의 핵심은 이들 대형유통점의 개점으로 창원광장앞 교통체증이 심화될 것이라는데 있다. 물론 창원광장 주변에 이들 시설물이 들어서면 교통량이 증가되고 이에 따라 교통체증과 혼잡도가 지금보다 심화될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대형유통점을 건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느니 지하차도를 설치해야 한다느니 또는 도로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느니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은 오직 차량위주의 교통문제 해결에만 관심을 두고 있을 뿐 도시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창원광장 주변의 도시문제를 교통에다 초점을 맞춘다면 대형유통점의 건립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도심지역에는 차량 못지 않게 자전거나 보행자를 위한 환경도 중요하며 또한 쇼핑이나 휴식,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시설들도 필요한 것이다. 즉 교통문제 해결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도심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지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이러한 차량위주의 도시정책은 우리의 보행환경을 크게 훼손할 뿐 아니라 이는 궁극적으로 도시의 생활환경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을 한번 둘러 보라. 어릴 적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골목길은 넘쳐나는 차량들 때문에 주차장으로 변한 지 이미 오래이고, 심지어 보도 위에까지 진출한 차량들로 인해 사람은 차도로, 차는 보도로 다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시내 주요 도로에는 불법주차차량들이 차선을 점거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단속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차도는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반면 보도나 자전거도로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으로서 사람들은 여전히 차량위주의 문제해결에만 집착할 뿐 다른 대안을 모색해 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진정으로 살기 좋은 도시란 차를 타기보다는 걷기에 편한 도시이다. 걸음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도시의 건강도 함께 되찾을 수 있다. 빼앗긴 우리의 보행권을 되찾자. 이제 더 이상 차량들로 위협받지 않는 보행자만을 위한 전용도로를 만들자. 야외 카페에서 차량소음과 공해에 시달리지 않고 한 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그런 거리를 만들어 보자. 가을낙엽을 밟으며 조용히 사색에 잠겨 거닐 수 있는 도시, 차량이 아닌 사람 위주의 거리를 만드는 것은 바로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의무이며 권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