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왜 항상 배고플까요?

기본카테고리 | 2012-11-13 오전 8:19:06 | 조회수 : 7920 | 공개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뉴욕 프렛 건축대학원을 다니는 학생입니다. 실무는 한 3년정도 했고요 여기서 Master of Architecture 1 과정을 밟는 중인데 올해가 마지막 학년입니다. 현재 듣는 과목중 Professional Practice라는 과목이 있는데 실무에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토론하고 정보를 얻는 수업입니다. 학부에서는 접해본적이 없는 과목이고 또 제가 한국에서 실무를 하고 왔더라도 미국 실무는 또 별개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밌게 듣고 있는 중입니다. 학기말까지 어떤 주제로 논물을 제출하던지, 뉴욕에 있는 건축물을 세세히 조사(심지어 건축가와 인터뷰도 해야 합니다.)하던지 둘중 하나를 해야 합니다. 저는 현재 건축물 보다는 이 과목을 들으면서 제가 건축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가졌던 의문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왜 항상 가난해야 할까요? 흔희들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돈 벌려면 건축하지 마라'라고 저도 어느정도는 동감합니다. 설계사무소의 봉급자체가 낮은 수준이고 또 투잡을 하기에는 설계사무소에서 할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전에 나름 이름있는 아뜰리에 사무실을 다녔습니다. 소장님이 한국에서도 해외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으신 분이시기에 해외 프로젝트도 많이 해봤고, 또 재미있는 프로젝트도 많이 해봤습니다. 월급도 밀려본적도 없고요. 그래서 재미없는 일을 하면서 월급도 매번 밀리는 분들에 비하면 호강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곳에서 다니던 동안 평균 12시간에서 18시간을 일했습니다. 주말에 거의 쉬어본적이 없고요 집에 가는 시간이 안까워서 회사 바로 밑에 층에 방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3년을 일했는데도 막 올라온 후배가 갓 입사할때 받은 월급보다 적게 받는 현실에는 어느정도 좌절을 했던게 사실입니다. 저는 지금 건축 현실의 척박함을 하소연 하고자 함보다는 그냥 진지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건축가는 그리고 설계사무소는 언제까지 밤은 밤대로 새면서 월급은 쥐꼬리 밖에 받을수 밖에 없을까요? 건설회사와 디벨로퍼들은 우리가 디자인 해놓은 것들을 갔다가 고 수익을 올리는데 말입니다. 건축 디자인은 경제적인 수익과는 별개로 생각해야 할까요? 뭔가 수익구조를 만들수는 없을까요? 제가 미국으로 유학 온 이유중 하나도 미국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이러한 비지니스 구조에 있어서는 정확하게 계산하는 편으로 알고 있어서 입니다. 그러나 막상 어떻게 주제를 잡고 또 정보를 찾아 할지 막막합니다. 밤을 새는 것도 좋고, 고생하는 것도 좋습니다. 돈을 많이 못버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고생한 만큼의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건축 디자인은 다른 여타 산업 디자인들과 달리 부가가치가 너무나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폰 하나만으로도 다른 기업 몇개를 살수 있는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계는 한번 하고 돈을 받으면 그만이고 그 얼마 안되는 돈을 하청업체에 주고 나면 남는게 없습니다. 즉 일이 떨어진 시점에서 설계사무소는 위기가 시작됩니다. 한달 버티는 것도 간당간당 하지요 저희 아버님도 설계사무소를 하시는데 월급날이 가까워지면 항상 얼굴이 어두우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다시 한번 정리 하자면 저는 건축 디자인이 경제적 수익구조를 가질수는 없는지, 디자인 비지니스로서의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이러한 정보에 대해 아시거나 자료를 어디서 구할수 있는지 아시는 분 있으시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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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7
제우가리온   2012-11-17 22:37 [ Modify ]  [ Delete ]
장거리 경주라고 하지만 문제는 장거리 경주를 하려 해도 제대로된 신발과 옷이 필요하죠.
물론 그걸 견디고 끝까지 갈수야 있겠지요. 대신 무릎나가고 골병드는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좋은디자인이 대접을 받지 않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장기간의 안목을 보기보단 단기적인 해결에 급급하고.. 그래서 공공기관 설계도 무조건 싸게...

예술가들도 우리나라에선 대우가 이렇지 외국에서는 적어도 우리보단 나은것 같더라구요...
일단.. 저희집 앞 절에서 매년 연등 만드는데 알바를 뽑는데 그런 알바를 하시는 미대생 분들이나.. 이야기를 건너서 들어보면 매우매우매우매우 힘들어 보이거든요... 하지만 외국도 당연히 힘들고 경기도 어렵지만 제도적으로는 좀더 낫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건축만이 아니라 눈에 바로 한눈에 잡히지 않는 것을 하는 모든사람들은 대부분 대우가 짜죠.
그렇기 때문에 절망적이지만..
대우를 하면서 힘든 상황보다는 대우 안하면서 힘든상황이 더 희망적인건 아닌가 싶네요.

사실 어릴적에 부조리들을 접할때 분노하고 그것이 영원히 갈것 같았는데 
커서 보니 우리나라는 부조리에 대해 잘 분노하고 빨리 바뀌는 (냄비근성도 있긴 하지만) 사회라고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사회적으로 이러한 눈에 딱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지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금세 좋아질거라 생각하지만... 언제 인지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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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n5283   2012-11-17 18:55 [ Modify ]  [ Delete ]
  설계를  하지마십시오! 
설계를 장사로 하십시오!
건축만세   2012-11-15 09:53 [ Modify ]  [ Delete ]
대웅이구나.. 잘 지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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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울   2012-11-14 11:28 [ Modify ]  [ Delete ]
조금 거시적인 관점으로 말씀을 나눠보고 싶은데, (참고로 저는 학부생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사회인식적인 그리고 제도적인 불합리함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봅니다. 하나의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설계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낮게 인식된다거나 '공사하는거면 몰라도 무슨 설계하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드나' 식의 건축주들의 인식,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 관례적으로 설계비를 저렴하게 받았던 일부 사무실들 때문에 업계 전반적인 설계비 자체가 낮아졌다고 봅니다. 악순환이죠. 많은 사무실들이 있고, 일은 한정되어 있으면 디자인에서 엄청난 성과를 바라지 않는다면 싼 곳을 찾기 마련이니까요. 시장가격이 하향조정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공식적인 협회가 없는 것도 문제가 지속되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와 대한건축학회, 그 어느곳도 대한민국 건축사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단체는 아니라고 저는 들었습니다. 힘있는 공식기관에서 소위 '최저설계비'설정 또는 선의의 '담합'을 추진한다면 모든 건축가들이 지금과 업무량은 같더라도 보수를 많이 받을 수 있을텐데요.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거시적인 관점은 사실상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축디자인은 돈을 벌기에 유리한 직종이 애초에 못됩니다. 건축디자인이란 대량생산을 해서 팔린만큼 수익을 거두는 구조도 아니고 아이디어를 팔아 로열티를 버는 특허도 없습니다. 일반적인 산업디자이너 또는 대중음악가와 달리 수익구조는 거의 순수미술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주 먼 옛날 귀족 후원자들이 예술가들을 지원하던 사회구조가 근대를 거치면서 없어지고 시장경제가 자리잡은 뒤로는 건축설계는 수익구조적인 측면에서 그 원리에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 직종인 것 같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저도 설계를 사랑하고 계속하고 싶어하는 건축학도입니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직업이 유일하지 않다'는 계몽적인(?) 고등학교 은사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위 글에 대한 이 댓글의 결론은 -제 생각에는 이래서 배고픈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해결책은 기다린다고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입니다. 저도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첫번째 댓글에서 설계사무소의 미진한 재정관리도 설계인들의 상황에 중요한 포인트라고 교수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링크해주신 자료 잘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선   2012-11-14 11:18 [ Modify ]  [ Delete ]
문화예술이나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좋은 대우를 받기까지는 재능이 있다는 전제아래에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건축이 예술인 한 비슷하다 할 수 있지요. 운동선수나 화가나 디자이너들의 극히 일부만 좋은 대우를 받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출발선상에서 작은 불평등구조가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싸이의 짧지만 파란만장한 시간이 우리를 일깨웁니다. 건축은 대체로 늦게 꽃피우고 오랫 동안 시들지 않는 구조입니다. 장거리경주이지요. 벌써 정신적으로 고달파해서는 결코 오래 달릴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마라톤에서 아직 운동장도 벗어나지 않은 셈이지요. 관중들의 환성을 뒤로 하고 골인지점까지 어떻게 달릴까 .. 그 동안 공부했던 것을 어떻게 멋지게 펼칠까... 달리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때이지요. 체력이 중요합니다. 잘 드시길 바랍니다.      샹하이에서 건축가 최부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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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te   2012-11-14 08:45 [ Modify ]  [ Delete ]
제가 요즘 하고 있는 고민과 너무나 유사한 생각을 하고 계시네요. 일의 고됨을 떠나서 타 직종과 봉급을 비교하는 순간 좌절하게 되는 건축가의 현실이 너무나 괴롭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좋다는 학교들 중 하나를 졸업했고, 그리고 열심히 건축을 고민하고 작업하면서 기쁨과 보람도 느끼지만, 사회에서 저를 평가하는 잣대는 연봉이더군요. 이러한 비교는 지금까지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받고 있는  댓가는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 두명이 발버둥처봐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이니깐요. 결국 무력해진 개인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이것을 계속 하느냐 마느냐'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건축디자인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스템 속에서 치열하고 묵묵하게 맞서 이겨내서 명성을 쌓는 정공법을 택하거나 혹은 그것을 부정하고 건축의 경계를 넓히는 변종이 되는 방법 두 가지밖에 보이지 않네요. 전자는 개인의 디자인적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가정할 때에, 그나마 좋은 클라이언트를 유지할 수 있는 인맥과 버틸 수 있는 재산을 소유해야 유리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사회구조에서 기득권 층의 가정에 포함된 이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이보이고요. 그렇지 않다면 교수 건축가가 되어야 겠지요. 후자는 꼭 맞는 예는 아닌것 같긴 하지만 NHN을 나와 브랜드 컨설턴트로 독립한 조수용 대표가 떠오르네요. 제 생각이 짧아서 그런진 몰라도 두 가지 길 모두 고됨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른 여러 분들의 조언과 당신의 결론이 궁금합니다...
김진호   2012-11-14 06:07 [ Modify ]  [ Delete ]
http://www.schiffhardin.com/design-build/lecture-notes/architecture-544---spring-2011

UIC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Professional Practice를 가르치는 SchiffHardin LLP소속의 Mark C. Friedlander변호사의 홈페이지입니다. 2월 9일자 PDF 강의록을 다운하시면 건축가 John Macsai, FAIA의 실무경험(OWP&P, now Cannon Design)을 통해 건축디자인 오피스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정관리 및 노하우를 참고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강의록을 함께 들으시면 더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