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alog.auric.or.kr/home/jc.aspx
AURIC
|
LOGIN
홈
|
포스트
|
태그
[
총적립P :
237,370 P
]
jpchoi
안녕하세요? 최재필입니다. 여기 ALOG에서 건축계의 모든 분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친구 신청 부탁 드립니다.
친구신청
98 명
포스트 카테고리
건축학회 부회장 후보 최재필
(4)
짧은 생각
(4)
Essays
(10)
새해인사
(1)
서울의 삶터
(32)
AURIC 등록자료
My 저서
(236)
사진·답사
(0)
최근 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지쮸님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
밴쿠버
지속가능한 환경이 가장 ...
행운
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
tempus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 ...
Justin
RSS
총 방문:
325136
명
(오늘:
90
명, 어제:
13
명)
[서울의 삶터] 김포국제공항
서울의 삶터
|
2012-01-03 오후 11:12:36
| 조회수 :
3177
|
공개
국제화, 세계화라는 구호가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게다가 91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여행 연인원이 천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해방 후에서 지금까지의 통계라고 하는데, 잘 따져보니 우리 국민 중 어림잡아 여섯명 중의 한명은 해외여행을 해 보았다는 셈이 된다. 대부분의 해외여행은 비행기로 하고 그것도 거의가 다 서울의 김포공항을 통하게 된다. 김포공항은 옛날 해외여행이 소수 특수계층의 전유물이던 시대에서 해외여행의 대중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서울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해 온 나름대로 유서깊은 서울의 삶터라 할 수 있다.
김포공항에는 국내선 청사, 국제선 제1청사, 제2청사 이렇게 모두 세 건물이 있다. 그중 가장 최근에 생긴 국제선 제2청사로 가보기로 하자. 이 건물은 크게 세부분으로 되어있다. 1층은 도착승객이 내려 입국수속을 밟아 밖으로 나오는 곳이고, 2층은 떠나는 승객이 좌석을 지정 받는 항공사 카운터가 있는 공간이다. 3층은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실제로 탑승구역으로 나가는 대합실 공간이 된다.
이 중에서 가장 북적대는 곳은 2층이다. 이것저것 짐을 잔뜩 들고 카운터로 가서 여권, 비행기표와 큰 짐을 건네주고 좌석표를 받는 시간이 제법 걸리는데, 한꺼번에 수백명이 여기 몰리기 때문이다. 곧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한다는 기대감에 들떠 공항에 도착한 사람들도 일단 좌석표를 배정 받기까지는 정신없이 바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주위를 살펴볼 겨를이 없다. 눈에 띄는 것은 그저 카운터 뒤에 붙여놓은 여러 항공사의 간판들과 카운터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과 짐수레뿐이다.
모든 수속이 끝이나면 큰 짐은 비행기 화물칸에 맡기고 작은 가방 한두개와 좌석표를 받아 이제 3층으로 올라간다. 비행기 출발시간까지는 대개 한시간 반쯤이 남아있다. 이제야 좀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살펴볼 수가 있다. 3층 공간은 실제로 3층과 4층을 툭 터놓은 공간이다. 3층에는 사람들이 기다릴 수 있도록 의자를 둔 대합공간과 시내 유명백화점의 간이매장이 있고, 4층 부분은 3층을 내려다보는 발코니 위에 커피숖과 카페테리아가 있다.
그러니 이 3층 출국장은 한마디로 아주 크고 화려해 보인다. 이에 비하자면 2층이나 특히 승객이 입국하게 되는 1층 공간은 초라하다. 여기는 천장 높이도 낮고, 환영나온 사람들이 앉아 기다릴 수 있는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 것도 마련해 놓은 것이 없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멋진 첫인상을 줄 수 있는 건축적 배려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반면, 3층 출국장은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화려하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있다. 90년대 들어 맹렬히 불기 시작한 「너도나도 해외여행」의 바람이 여기에서도 느껴진다.
출국장 가운데에는 탑승장으로 향하는 문이 두군데 있는데 바로 앞에 금속탐지기가 있고 경비원이 지키고 서 있다. 여기가 실제 출국하는 사람과 환송나온 사람을 갈라놓는 경계선이다. 이 문은 불투명한 유리로 된 자동문인데 출국승객이 다가서면 문이 열리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재빨리 닫힌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비정한(?) 문을 사이에 두고 애틋한 장면이 자주 연출되곤 했다. 2,3년 동안 중동의 건설현장으로 일하러 가는 아빠, 남편이 있었고, 단돈 몇백불의 현금과 두개의 이민가방만을 지닌 채 미국으로 남미로 이민길에 나서는 자식과 형제들이 있었다. 2층에서 출국수속을 정신없이 끝내고 3층에 올라와 함께 비행기 출발 시간을 기다릴 때만 하더라도 실감이 나지 않더니, 이제 떠날 시간이 되어 3층 탑승구 문 앞에 서니 만감이 교차한다. 「부디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아이들 데리고 혼자 남아 고생이 많겠구려...」 「우야든가 잘 살으레이...」 「어무이요, 걱정마이소. 내 돈 많이 벌어가지고 어무이랑 헹님 가족이랑 모두 초청하겠심더...」 마지막으로 주고받는 대화는 끝을 맺을 수가 없다. 이내 자동문이 열리고 이제 그리 들어서야 한다. 돌아서서 다시 한번 가족들을 쳐다본다. 손을 들어 흔들며 가족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잘 되질 않는다. 문 앞의 경비원도 차마 빨리 들어서라 재촉은 하지 못한다. 숨을 한번 깊게 들이쉬고 문턱을 넘는다. 또 한번 돌아서 가족을 보는데 자동문은 스르르 닫히기 시작한다. 「아빠-」 막내가 외치는데 눈에 눈물이 가득찬지라 막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감정이 없는 자동문은 이내 닫혀버린다.
요즈음은 이런 이별장면보다는 가족들의 해외나들이 장면이 더 많이 눈에 뜨인다. 간편한 옷차림에 모자를 쓰고 가족들이 웃으며 자동문을 들어선다. 자동문은 비정한 존재가 아니라 양손에 가방을 든 이들에게 마냥 편한 존재일 뿐이다.
이제 1층의 입국장으로 내려가 보자. 역시 가운데에 불투명 유리로 된 자동문이 있다. 그 너머에는 세관 카운터가 있어 입국승객의 짐검사가 끝나면 이 문으로 승객들이 나오게 된다. 문 앞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고 울타리 너머로 환영객들이 기다리고 서있다.
환영객들은 천태만상이다.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는 가장을 기다리는 가족도 있고, 외국 바이어를 기다리는 오퍼상 직원도 있는가 하면, 일본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는 여행사 안내원들도 있다.
입국 승객들은 한꺼번에 나오지 않는다. 이따금 생각난 듯이 회색 자동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입국 승객들이 짐이 가득찬 손수레를 밀며 한두명씩 나온다. 그럴 때마다 울타리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쏟아지는 시선을 받으며 어색한 미소와 조금은 불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며 나오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일본 관광객이다. 내국인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긴 여행 끝에 내 나라에 돌아와서 내 가족과 동료를 다시 보게되었다는 일종의 안도감 때문인지 여유만만,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 있다.
출국장이나 입국장이나 모두 불투명한 자동문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이 문은 여러가지를 상징한다. 우선 이 문은 실제 승객과 환송, 환영나온 사람들을 갈라놓는다. 물리적으로도 갈라놓지만 시각적으로도 그리 한다. 문 자체가 불투명 유리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문 저편에서 일어나는 일은 환송, 환영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떠나는 사람이 자꾸 이쪽을 돌아보며 미적거리면 출국수속 업무에 지장을 줄 터이고, 도착한 사람도 자꾸 이 쪽을 쳐다보며 자기 가족을 찾으면 이도 또한 통관업무를 지체시키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이 문은 이쪽과 저쪽의 情을 끊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 문이 자동문인 것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손으로 여닫는 문은 내 의지대로 열고 닫을 수 있다. 문을 열다말고 돌아서서 남겨두고 떠나는 아내의 손을 한번 더 잡아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공항의 자동문은 그게 아니다. 자동문에 다가가면 거역할 수 없는 기세로 문은 스르르 열린다. 떠날 때가 되었으면 떠나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는 이별의 애틋함을 잊고 떠나라고 명령(?)하는듯안 느낌을 주는 것이다. 입출국은 個人의 소관이 아니라 국가의 소관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면 너무 지나친 유추가 될까.
국내 같으면 어디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우리들도 공항에 와서는 여권을 제출하고 금속탐지기를 지나야 하고, 문이 열리면 들어서야 하며, 들어서면 문은 자동으로 닫히고 만다. 그제야 우리는 비로소 내 나라를 떠나서 다른 나라로 가는 일이 그리 간단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공항은 참 이상한 방법으로 국가의 권위를 느끼게 해주는 재미있는 장소이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phyoung0126의 블로그
--------------------------------------------------------------------------------------------------------------------------------
'
서울의 삶터'는 제가 지난 1990년대 중반 서울 정도 600주년을 기념하여 서울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당시의 서울 상황과는 달라진 것들도 많겠지만, 그래도 과거를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여기 그 씨리즈를 포스팅 합니다.
태그 :
국제화
,
김포공항
,
비행기
,
공항
댓글 :
0
개
*댓글을 입력하세요
다음 포스트 ::
[서울의 삶터] 길과 거리의 풍경
이전 포스트 ::
[서울의 삶터] 늘어나는 문화예술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