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깔사탕을 한번 빨아보고 싶었던 아이
소영 씨네 가족은 시어머니 칠순 잔치 때문에 시골에 내려가는 길이었다.
운전석 옆에서 무료하게 앉아있던 소영 씨는
남편 영철씨에게 '배우자의 어린시절 이해하기' 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당신이 먼저 얘기해 봐요. 어린 시절 어땠어요?"
남편은 잠시 생각을 하는것 같더니 이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큰 눈깔사탕을 입에 물고 나오는 거야.
그때만 해도 가난한 시절이어서
사탕이 정말 귀했지.
함께 놀던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그 친구에게 한
입만 달라고 사정을 하는데.
나도 얼마나 먹고 싶던지 그 친구들과 함께 한 입만 달라고 했어."
"정말? 그걸 먹었어?"
"부러운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친구들을 놀리기만할 뿐. 그 친구는 깨물어 먹지도 않고 야금야금 혼자 열심히
사탕을 빨고 있는 거야."
"정말 못됐네. 그래서?"
"그 친구가 혼자 다 먹어버릴까 봐 애가 탄 나와 친구들은 계속해서 한 입만 달라고 사정을 했어.
그랬더니 그 친구가 사탕을 뱉어서옆 친구에게주는 거야.
옆 친구는 얼른 사탕을 받아서 입에 넣고 한번 빨아먹고
다시 빼서 옆 친구에게 주고,
또 그 친구도 그렇게 하고 옆 친구에게 주고 네 번째인
내 순서가 되어 그 사탕을 받아 막 입에 넣으려고 하는데
사탕 주인인 친구가 갑자기
'저 거지같은새끼는 주지마!'
하는 거야."
"......."
"깜짝 놀라서 침이 잔뜩 묻은 사탕을 손에 들고 멍청하게 그 친구를 바라보고 있는데
옆 친구가 얼른 내 손에서 사탕을 뺏어 자기 입에넣는 거야.
그렇게 여섯 친구가 돌아가며
모두 한번씩 사탕을 빨았는데 나만 빨지 못했어."
영철씨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듯했다.
"그때 기분은 정말... 뭐라고 해야 하나.
정말 묘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들은 다 한번씩 먹었는데
나만 먹지 못했다는 소외감과 수치심 그런 것이었을거야.
그런데 이 친구들이 계속해서
'한 입만 더주라'며 그 친구 곁을 떠나지 않고 조르는 거야.
그 친구는 다시 한번
'한번씩만 더 먹어'하면서 작아진 사탕을 입에서 빼서 돌리는데 역시내 순서가 되어서
얼른 입에 넣으려고 하니까 또
'저 거지같은새끼는 주지 말라니까!' 하는 거야 ."
자동차 안에는 한참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무튼 그렇게 또 친구들은 사탕을 한번씩 더 먹게 되었어. 친구들이 미안했는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그 사탕을 돌아가면서 빨아먹는 데
얼마나 쑥스럽고 창피했는지..........,
결국 마지막 친구로부터
그 작아진 사탕을 건네 받은 사탕주인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서 씩웃고는
남은 사탕을 와작 깨물어 먹어버렸어.
그때 내 기분 어땠는지알아?
그때 그 자식... 정말 죽이고 싶었어."
남편은 어느새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고속도로 임시 정류장에 차를 세우고 소영 씨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냥 울고 있는 남편의 등을
어루만지며 함께 울었다.
그리고 흐르는 남편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여보. 나 당신이 어렵게 자랐다는 말을 고모들에게 들어서 알고는있었지만
정말 이렇게 힘들었는지는 몰랐어요.
위로가 필요하고 격려가 필요한 당신인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돈밖에 모른다고 당신에게
불평하고 잔소리만 했으니...., 여보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때 갑자기 뒷좌석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뒤 를 돌아본 소영 씨 부부는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와 4학년 아들 녀석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는 줄만 알았던 녀석들이 아빠의 어릴적 이야기를 듣고는
울음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소리 없이 흐느끼던아이들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영철 씨와 눈이 마주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영철 씨의 목을 부등켜 안았다.
"아빠가 불쌍해. 우리 아빠 불쌍해."
그 소리에 소영 씨는 더욱 소리내어 울었고. 영철 씨도 아이들을 부등켜 안았다.
그렇게 고속도로 위 자동차 안에서 소영 씨의 가족은 한
덩어리가 되어 눈물 바다를 이루었다.
그일이 있은 후 소영 씨네 가족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세상에 불행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불행으로 내 삶의 행복을 시들게 할지,
내 삶의 행복을 키우는 밑거름으로 삼을지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