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성장할 때 환경과 협상한다

기본카테고리 | 2017-04-14 오후 5:29:43 | 조회수 : 346 | 공개

식물도 성장(成長)할 때 환경과 협상 한다

 

라스베가스(Las Vegas)로 가기위해 베이커스필드(Bakersfield) 근처에서 프리웨이 58번을

동(東)으로 타고 시에라네바다 산맥 꼬리를 막 넘어서면 왼편으로 우주선 착륙장인 에드워

드 공군기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에 광활한 모하비(Mojave)사막이 펼쳐진다.
 

지형적으로 볼 때 험준한 시에라 산맥과 산 가브리엘 산맥 줄기에 막혀 물기를 머금은 비는

모두 산맥 서쪽 줄기에 막혀 물기를 머금은 비는 모두 산맥 서쪽 치미자락에 쏟아지게 되고

마른버짐 같은 바람만 넘어간다. 그리하여 산 넘어 동쪽 편은 끝없이 열사의 뜨거움을 뿜는

사막과 돌산으로 변했고 그 사막 끝 쪽은 세상에서 가장 낮고 버림받은 땅 「죽음의 골짜기

(Death Vally)」로 불린다. 그 모하비사막을 건너면서 이곳 특유의 「조수아」나무를 만난

다.

언뜻 보면 선인장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자라다만 팜츄리 같기도 하여 그리 잘 생겼

다고는 할 수 없으나 단단하고 도전적인 인상을 풍기는 것이 나는 이 나무를 보는 순간 이

국땅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교민들과 유사함을 느꼈다.
 

조수아 나무는 선인장류가 아니고 놀랍게도 고급 수종인 백합과(혹은 나리과)에 속하는 종

이어서 식물로서는 뼈대(?)가 있는 셈이다. 이 나무는 1800년경 몰몬 교도들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그들이 유대민족을 이끌어 낸 모세의 후계자 조수아(여호수아)를 따라 이름을

붙였는데, 이 나무를 알면 알수록 “끈기와 지혜”를 잘 표현한 적합한 이름이라 생각한다.
 

조수아 나무의 끈기는 놀랍다. 이 나무는 매우 천천히 자라는데 첫 1~2m 정도의 몸통이

자라기까지 보통 20~30년이 걸린다. 또한 첫 꽃이 피기 전까지는 가지를 뻗지 않고 뿌리와

줄기만 키운다. 일단 가지가 뻗기 시작하면 성장이 빠르고 수명이 길어 보통 천년을 넘게

산다고 한다.
 

조수아 나무는 또 선인장류처럼 물을 스스로 저장하는 능력을 가져서 그 잎들은 길쭉한 단

검(短劍)형인데 끝 쪽으로 날카로운 침들이 있어 동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 흰빛을 띈

꽃들은 사오월에 활짝 핀다.
 

이 나무의 성장과정을 의인화해서 보면, 먼저 자기 충실을 위하여 수십 년을 각고하며, 서

두르지 않고 천년대계(千年大計)를 세우는 대범한 인내심을 볼 수 있다. 당대보다 후세를

위하여 때를 기다리며 겉치레나 실속 없는 성장을 절제한다. 또한 스스로의 푸름을 유지하

기 위하여 물을 체내에 저장하듯이 영적인 양식으로 정신건강을 지키고 육체의 건강을 스스

로 돌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혜와 슬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조수아 나무의 지혜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그가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천년의

대를 이어 가는가에 있다. 뜨거운 사막에는 꿀벌과 나비들이 드물기 때문에 이 나무는 “유

카모스”라는 나방과의 특수한 공생 법을 이용하여 후세를 잇는다. 나무는 나방으로 하여금

꽃 속에 알을 낳게 하고 그 애벌레들을 꽃가루를 먹이며 키운다. 이 애벌레가 자라면서 다

른 나무들에게 꽃가루를 전한다.
 

조수아 나무는 최상의 환경을 억지로 따라다니지 않고 현재 내가 처한 곳에서 내가 가진 것

만으로 가장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터득해서 산다. 이웃과 더불어 살 때 내 희생을

통하여 두루두루 덕을 끼치며 천년을 하루같이 사는데 가히 지혜로운 삶의 진수이다.
 

조수아(여호수아)는 “끈기와 지혜”위에 담대한 추진력으로 가나안 땅을 쟁취한 지도자였다.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전, 조수아(여호수아)는 몇몇 정탐꾼과 함께 그곳에 사는 이민족들의

동정을 살핀다. 대부분이 이민족들의 기골이 장대함에 기가 질려 있을 때 조수아(여호수아)

와 갈렙만은 가나안이 틀림없이 우리의 땅이 될 것이라 선포한다. 그 조수아(여호수아)의

비전으로 조수아 나무들은 광활한 모하비사막에 오늘도 주인으로 서 있는지 모른다.
 

또 다른 하나 레드우드(Readwood)숲. 태멀파이어스 산 계곡의 뮤어(Muir)숲속엘 들어서면

진초록 첨탑지붕을 이고 아름드리 십자가상 기둥들이 옹기종기 서 있는 중세의 성당처럼 숲

은 깊고 정결하다. 그 속에 홀로 숨어든 아이마냥 숲의 크고 경건함에 숨죽이고 나무 뒷 곁

에 비켜선다. 숲 속엔 잘 익은 흙냄새, 촉촉한 이끼 내, 또 새로 깍은 연필 내같은 적송향이

향불이 향처럼 깊게 배어 있다. 마음을 열고 귀 기울이면 그 청정한 적막 속에서도 바람에

묻어오는 나무들의 따뜻한 숨소리. 또 간간히 푸드득 거릴 뿐, 날개 짓마저 삼가며 영혼을

닦는 새들의 지저 김들이 들린다. 신의 숲에 와서 그의 늠름한 나무, “레드우드”에 기대어

모처럼 마음을 쉰다.
 

모든 나무들이 다 신의 작품이겠지만 그의 손길이 가장 가까이 머문 나무가 있다면 미국

“삼나무”라 불리는 레드우드가 아닌가 싶다. 우선 레드우드는 땅위의 어느 나무보다도 크고

수려하며, 우람하고, 오래 산다. 현재 지구상엔 3종류의 레드우드가 존재하는데 오레곤에서

캘리포니아 해안 몬트레일 남쪽 지방까지 서식하는 코스트(Coast)레드우드, 시에라 산맥

1,200m ~1,800m 기슭 세코이야 국립공원에서 보호되고 있는 세코이야 거목(Giant

Sequoia), 그리고 멸종된 줄 알았다가 1948년 중국대륙에서 발견된 던(Dawn)레드우드 등

이다.
 

레드우드는 키가 무려 70m이상 곧게 뻗어 어느 나무보다 하늘에 가깝고, 둥지 지름도 6m

정도나 돼 장정 서넛이 둘러서야 겨우 아름으로 안을 정도다. 수명도 물경 천년에서 이천년

을 넘는다. 가장 오래된 수장 격은 “셀먼(Sherman)장군”이라 불리는 3,500년 된 세코이야

거목으로, 신선의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여전히 청청하다. 사실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다는 신의 햇수로 지금껏 변함없이 살아온 나무는 이 세상에 레드우드밖에 없다.

이들은 1억 년 전 온 북미 대륙을 뒤덮었었고 그 숲 사이로 지금은 멸종되고 없는 공룡들

이 뛰어 다녔다는 것이다.
 

신이 레드우드를 특별히 총애한 증거는 이외에도 여럿 있다. 첫째로 수백, 수천 년이 가도

썩지 않고 병들지 않는 특수한 강성 체질이다. 나무 섬유질속에 천연 방부제인 독한 탄닌산

이 듬뿍 들어있어 벌레나 곰팡이류가 얼씬도 못하는 까닭이다. 보통 참나무 같은 나무에는

300여종 이상의 해충이 나무를 상하게 하는데 키 커서 싱거울 것 같은 레드우드엔 거의 천

적이 없다. 그래서 죽은 레드우드도 잘 썩지 않는다. 또한 나무껍질에 송진 같은 수지가 없

는데 유달리 섬유질이 두텁고 탄닌산 성분이 많아 왼 만한 산불은 그 껍질을 좀체 뚫지 못

한다는 것이다.
 

겉보기엔 오만할 정도로 독야청청할 것 같은 레드우드가 사실은 함께 모여, 서로 희생하고,

의지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나무임을 알게 된다. 오히려 약하고 편협하여 항상 상부상조 하

며 살도록 지음 받은 사람들은 거꾸로 제 것만 챙기고 남을 예사로 짓밟는 독불장군들이 되

어 간다.

안타까운 일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배워야 할 이 멋진 레드우드들이 지구상에서 점

점 멸종 돼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무차별한 벌목으로 이젠 옛 숲 면적의 5%도 남지 않았

다. 이 시대에 레드우드의 사라짐은 무엇을 예고하는 것일까? 신의 성품에서 한없이 멀어져

만가는 사람들로부터 신이 점점 떠나가는 징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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