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방향(逆 方向)

기본카테고리 | 2018-11-29 오후 12:18:27 | 조회수 : 1052 | 공개

역 방향(逆 方向)

KTX 열차의 좌석에는 순 방향과 역 방향 좌석이 있다. 이는 열차의 진행 방향인 순 방향과
는 반대 방향으로 좌석이 설치되어 있는 자리이다. 물론 순 방향 좌석보다 요금이 조금 싸
다. 정해진 순 방향으로 주행하는 것과는 반대로 가는 것을 역 주행이라고 한다. 역 주행이
란 사회적 상식과는 반대인 개념으로 썩 달갑지 않은 단어이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 적용
을 시킨다면 도로교통법 위반이면서 대형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불법적인 의미를 지닌 행위
가 된다.

전략적으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이 있다. 전진에 비해 후퇴라는 역 방향을 선
택하지만 결과는 전진보다 몇 배 더 앞지르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작전 상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역 방향으로 잠시 물러선다는 의미라서 역 방향을 격
하게 거부할 만 단어라고만 할 필요는 없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표현도 역 방향의 이미지를 좋은 뜻으로 받아지게 하는 말일 것이
다. 노마지지란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
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다.

춘추시대 오패(伍敗)의 한 사람이었던 제(齊)나라 환공(桓公)때의 일이다. 어느 해 봄, 환공
은 명재상 관중과 대부(大夫) 습봉을 대동하고 고죽국을 정벌하러 나섰다. 그러나 전쟁이
의외로 길어지는 바람에 그 해 겨울에야 끝이 났다. 그래서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
하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대가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서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
했다. 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전군대가 늙은 말의 뒤를 따라 행군하면서 지름길로 귀국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기차가 가는 순(順)방향만 고집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이제야 자리를 털고 역 방
향으로 옮겨 앉아야 할 의미를 알아 차렸다. 역 방향에서 보니 예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세
상이 보인 것이다.
처음 KTX가 운행 했을 때 경마처럼 빠르게 갈 목적으로 만들어진 최신형 초고속 기차였다.
처음엔 고속력이 신기했지만 그 속도감에 차창을 스쳐가는 풍경은 볼 수가 없었다, 산천의
정겨운 모습들과 색깔들이 채 눈길에 닿기도 전에 여우 꼬리처럼 살아진다. 객차의 중간에
위치한 4인석 순 방향과 역 방향의 자리가 있다. 맞은편에 있는 역 방향의 자리로 옮겨 앉
아 본다. 그제야 아름다운 산천의 모습이 천천히 흘러간다. 마치 활동사진을 보듯 풀과 나
무 그리고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까지 오랫동안 볼 수가 있다.

역 방향은 시각도 시간도 공간도 다르다. 슬로우 모션이다. 순 방향이 나와 풍경만 있는 2
차원이라면 역 방향은 나와 풍경과 마주 앉은 사람의 동공에 비치는 3차원의 세계가 된다.
순 방향이 현재의 시간이 지나는 평면이라면 역 방향은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넘나드는 입
체적 공간인 것이다. 세월의 속도감에 멀미가 나면 일어나 역 방향으로 옮겨 앉을 일이다.
좀 더 삶과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서라도.
정상적인 직설적 표현은 크게 와 닫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같은 의미라도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의미는 아주 강하게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우리 인체는 역 방향이 되어서는 위험한 경우가 있다. 위장에서 음식을 소화시키는 기능이
주요한 역할이다. 위장에서 소화시키고 소장으로 보내지는 것이 순리인 순 방향이다. 이것
이 다시 거꾸로 가는 경우가 있다. 바로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는 원인인 것이다. 신장(콩
팥)에서는 여러 기능 중 몸을 순환하는 혈액속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모여지는 곳이 방광이다. 소변으로 배출되기 전에 위치하는 곳이다. 인위적으로 소변을 오
래 참거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여 소변을 정상 배출하지 못할 경우가 있다. 이 때 모여
있던 소변이 거꾸로 신장으로 역류 되는 수가 있다. 신장염을 일으키고 심하면 신장투석을
해야 되는 상황까지 가게도 된다. 역 방향의 이미지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박쥐는 항상 우리가 접하는 세상을 거꾸로 보고 있다. 박쥐에게는 그러한 현상이 정상인 것
이다. 호주의 한 소년이 현재의 세계지도를 거꾸로 보면 어떨까 하고 지도를 뒤집어 놓고
보았다고 한다. 이렇듯 순 방향과 역 방향은 환경과 여건과 형편에 따라서 해석하고 선택
하기 때문에 옳고 거름은 없다.

영어 단어 중 evil(악) 을 역 으로 나열하면 live(삶) 이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나타난다.
“내 힘들다”라는 말을 역 으로 배열하니 “다들 힘내”가 된다. 역으로 바꾸니 상당히 긍정적
이고 적극적인 표현으로 바뀐다.
베토벤과 비틀즈의 존 레논은 자곡한 곡을 거꾸로 연주해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고 처음
작곡하여 불렀던 곡을 거꾸로 연주 해 보았다. 그 곡이 베토벤의 ‘월광’ 이었고 비틀즈의
‘Because'라는 완전히 또 다른 곡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삶의 모든 일들도 규율과 방식이 있다. 그것 은 각자 순리대로 생활해가는 습관에서
옳다고 생각되어지는 방법들이다. 그러나 그 생활도 어떠한 공동체에 들어와 생활하다보면
나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움직여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 때마다 우리는 나와 다르다고
하여 틀린 것이라고 단정 짓게 된다. 하지만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일 뿐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법이다.
협상에 임해서도 역 방향으로 상대를 이해하면 서로에게 옳고 유리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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