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란?(1)
시와 건축
| 2012-02-01 오후 6: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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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란?(1)
단풍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 하나 솟았습니다
불두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 둘 솟았습니다
목련나무 밑에 어제 있던 풀 둘 뽑았습니다
배롱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 하나 솟았습니다
라일락나무 밑에 어제 없던 돌 하나 뽑았습니다
조팝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 하나 뽑았습니다
날아가던 나비 한 마리는 허공이 뽑았습니다
(오규원, 오규원 시집,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풀과 돌멩이,” 문학과 지성사, 2006, p.50)
모든 것이 원인과 결과의 인과의 법칙에서 생겨난다고 믿는 사람은 위의 시를 이해를 하지 못 합니다. 왜 단풍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 하나 솟고, 불두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 둘이 솟아났는지. 더군다나 날아가던 나비 한 마리는 허공이 뽑았다는데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허공이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나비 한 마리가 생겨났을까요? 여기서는 더 이상 기존의 인과법칙으로 설명하려는 태도를 버려야합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복잡한 세계가 있어 그 세계 스스로가 자신을 조직화해나가기 때문이지요. 인간이 참여하는 이 복잡계는 자기조직(self-organization), 자기생성(autopoiesis)의 원리에 의하여 확대되어 나가지요. 창조란 바로 자기조직, 자기생성을 행하는 행위이지요. 창조는 결코 원인, 결과의 인과의 법칙에서 설명될 수 없지요. 우리의 관습화된 세계가 창발적으로 일으키는 자기조직, 자기생성에 의한 확장이 곧 창조이지요. 그러므로 기존의 것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 창조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이지요.
건축에서는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납니다. 일상적인 시스템에만 바탕을 두었는데 그 시스템 속에서 홀연히 나타나는 것이 창조적 건축의 대표적 예이죠.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교회당,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 등이 바로 그 예입니다. 홀연히 나타나는 것 같지만 실은 자기조직(self-organization), 자기생성이라는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맥락(context)이 바탕이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