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건축_ 미스터 버티고

시와 건축 | 2012-06-13 오후 4:37:55 | 조회수 : 3157 | 공개





 詩와 建築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동언






『                                                                                                                               

 지금껏 꽤 많은 의사를 만나보았지만
기억에 남는 이는 단 두 사람, 공교롭게도 모두 장애
인이었다
한 사람은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한 사람은 교통사고로 한 팔을 쓰지 못했다
 
원인 모를 어지러움 때문에
요즈음엔 자주 산에 오른다 약수터 근처
윗몸 일으키기 기구에 누워
한참 동안 거꾸로 뒤집힌 숲을 바라보면
내가 아프기에, 거꾸로 선 것들의 고통도 어렴풋이 보
이는 듯하다
그리고 가끔은, 이 바로 선 세상이
눈물겹게 경이롭다
 
장애의 눈으로 보면
모든 정상적인 움직임은 분명한 기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적의 일상에 젖어 사는 까닭에
그 눈부신 기적에 대해 한껏 방자해 있는 것이다



 
(유하, 천일마화: 유하 시집, "미스터 버티고,“ 문학과 지성사, 2003, p. 62)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불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적의 일상"을 깨닫는 계기가 됩니다. 창조란 일상에 젖어 일상을 망각하고 있을 때 장애를 체험함으로써 기적의 일상을 깨닫고 그 후 장애 대신에 '그 무엇‘을 대체함으로 일상의 눈부심을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일상의 눈부심이란 마치 사물들을 그 자리에 처음 체험하는 것 같은 새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장애를 겪고, 극복하고 (장애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그런 새로움을 체험하고 이로 인해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이 바로 건축을 포함하는 예술입니다. 대지조건, 경제여건 등등의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해결하여 일상의 눈부심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건축이란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건축가의 출발점은 바로 일상입니다. 그가 일상의 눈부심을 겪기 시작할 때 비로소 새로운 건축이 시작됩니다.





 
 출처: a+u 99.12 P39/43; Arcitect Calos Puente; The House of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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