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建築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동언
『
내가 산에 저 험한 산에 오르는 까닭은
눈빛, 그 서늘한 눈빛 때문이다.
내가 산에 저 험한 산에 오르는 까닭은
모든 것의 등뒤를 비추는
그 서늘한 눈빛때문이다
나의 이 장난 같은 일상 가운데
엄습해오는 그 눈빛
모든 것의 등뒤에 와
퍼부어대는 소나기 같은 눈빛 때문이다
내가 산에 저 험한 산에 오르는 까닭은
내려다보는 산은 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 백무산, 『길은 광야의 것이다』「 내려다보는 산」)
』
그렇습니다. 건축이 시로 간 까닭은 상기 시인이 험한 산에 오르는 까닭과 동일합니다. 모든 것의 등 뒤를 비추는 '그 서늘한 눈빛(빚) 때문입니다."(빛은 혜택이자 우리가 갚아야할 부채이기도 하지요) 서늘한 눈빛(빚)을 건축가도 자주 경험합니다. 한 작품, 한 작품 끝낼 때마다 등 뒤를 비추는 서늘한 눈빛(빚)이 아니라 매섭게 차가운 눈빛(빚)을 경험합니다. 그 눈빛(빚)은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혹은 타 장르의 예술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요? 한마디로 우리의 삶의 지혜(눈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요? 여기서 명심할 점은 타인들에게 두루두루 빚짐을 아는 자만이 눈물이 모여 지혜가 됨을 깨닫는 것입니다.
(사진 작가 윤준환 / 태안 모켄팬션, 건축가 곽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