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vs. ‘나는 건축가다’

시와 건축 | 2012-02-06 오후 1:31:45 | 조회수 : 2663 | 공개

나는 가수다’ vs. ‘나는 건축가다’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동언

부산다운 건축을 거론할 때마다 사람들은 곤혹스러워 한다. 뭐라 정의내리기엔 너무나 괴물 같다. 그래서 아예 〇〇다운 건축은 〇〇다 라고 하면서 즉답을 회피한다. 〇〇다운 건축이 그만큼 복합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보는 순간 저기에 지역다운 건축이 될 요소들이 다 숨어 있구나할 정도로 복합적 이였다.
그 프로가 분명히 인기예능물이 될 것을 직감했다. 내가 이 프로를 보고 인기프로가 될 것이라고 직감한 이유를 분석해보았다. 심사위원은 10대에서 50대까지 각 100명으로 총원이 500명이다. 심사위원 구성이 TV를 애청하는 연령대에 맞게 구성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인기프로가 되기 힘들다. 그 보다는 사람을 TV앞에 몰리게 하는 데는 우선 흥미진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프로를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게끔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장르의 파괴다. 즉 융합형의 프로다. 가수와 개그맨의 묘한 결합이다. 동시대 공존하는 장르들의 융합에다 심지어 정치에 사용하는 투표까지 동원했다. 묘한 경쟁심리의 유발이다. 이것은 아마 10대, 20대, 30대를 TV앞에 앉히는 요인이다. 40대, 50대는 흘러간 명곡을 다시-만들기 했다는 것이, 과거의 기억에 살아 있는 가수가 어떻게 자기 색깔을 지닌 채 과거의 틀에 박힌 곡을 새롭게 구성할지 자못 궁금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TV 앞에 달려간다. 이 프로의 백미는 가수가 어떻게 자기정체성을 갖고 흘러간 곡을 멋들어지게 부르는가 하는 것이다. 이 프로에서 6인의 선발기준의 핵심은 어떻게 다른 가수의 정체성만으로 채색된 노래창법을 달리하여 자기만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소위 말해서 벤치마킹을 창조적으로 하는 것이다. 노래를 부른 원래가수의 틀을 깨고 다시-만드는 것이다.
위의 이야기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요즈음 지역건축의, 더 나아가 현대건축의 경향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준다. ○○다운 건축의 앞으로의 경향은 융합형 건축이 대세일 것이다. 융합형이란 함은 여러 가지의 장르가 융해하여 그중 하나의 장르가 또렷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경우 나머지 두 장르로 인해 하나의 장르가 훨씬 부드럽게 그러나 강하게 자기의 아이덴티티를 연다. 장르들이 서로 융해된다. 직업으로 치면 가수와 개그맨이 서로 융해된다. 그러나 가수 쪽으로 직업이 기운다. 자기정체성을 확실히 갖기 위해 흘러간 노래 뿐만 아니라 요즈음의 노래도 자기 식으로 녹아야 한다.
건축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진다. 과거의 건축의 정체성이 현재의 상황으로 새롭게 정체성을 확보한다. 그것도 건축가의 아이덴티티를 지닌 채로 말이다. 과거의 것을 현재 상황의 자신에 맞추어 새롭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과거의 재활성화이다. 임재범, 이소라 등이 과거의 노래를 자신의 현 상황에 맞추어 융해시킬 때 새롭게 임재범, 이소라 등의 과거 정체성이 재창조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대중은 바로 이런 점을 열광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간을 관통하는 축인 통시적 맥락축에 맞추어 자신을 포함한 현 상황을 녹여내는 행위가 역설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또렷이 드러내야 한다. 과거의 노래는 단지 과거의 흔적에 불과한 것. 과거의 흔적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의 흔적을 자신의 현 상황이라는 정체성으로 융해시킬 것, 단 자신의 것이 과거를 통해 재활성화 될 것, 다시 말하면 자기의 정체성을 현 상황이라는 공간을 통해 압축되는 공시적 맥락축과 시간을 통해 압축되는 통시적 맥락축이 합쳐지는 곳이 바로 가수 자신의 정체성의 압축을 드러내는 장소다.
이제 ○○다움을 논할 때가 되었다. 〇〇다움의 뜻을 알기 위해 한글사전을 통해 그 의미를 한번 알아보자. ‘○○답다: 일부 체언 뒤에 붙어, 그 체언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의 형용사를 만드는 말.’예를 들어 ‘임재범’ ‘이소라’에다 ○○다움을 붙이면 그들이 지니고 있는 성질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 이미자의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임재범이나 이소라가 편곡해서 부르면 각각의 성질이나 특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뜻. 그들의 노래가 아무리 새롭게 해석되는 성질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임재범이나 이소라의 특유의 정체성은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별도의 시간흐름과 별도의 공간흐름이 압축되어 포개지는 곳이 바로 ○○지역다운 시공간이다. 지역만이 지니는 시공간흐름의 특성을 건축가 자신만의 표현을 통해 표출하는 건축이 바로 지역건축이다.
어떤 가수의 노래가 임재범, 이소라 등에 의해 편곡되어 불릴 때 임재범답다, 이소라답다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외국의 건축사조에 물들었을지라도 건축이 〇〇이라는 지역의 맥락에 맞추어 건축이 들어설 때 〇〇답다 라고 말한다. 건축은 음악이 편곡·열창되는 것처럼 설계·시공이 된다. ‘임재범다운’ ‘이소라다운’ 시공간이 형성되는 것처럼 어떤 지역다운 건축’이 설계·시공되어 시공간을 형성시킬 수 있을 때, ‘나는 건축가이다’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다.
will my husband cheat again go what makes married men cheat



태그 :
댓글 : 0
이전 포스트 :: 건축이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