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39사단 부지의 바람직한 활용방향(20041012 경남신문)

건축도시관련글 | 2016-05-09 오후 2:51:18 | 조회수 : 1903 | 공개

창원 도심지에 위치해 있던 39사단이 함안으로 이전한다고 한다. 기존 시가지 개발이 완료되어 더 이상 신규 택지를 공급할 길이 없던 창원시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일 것이다. 특히 창원시의 주택보급률이 86%(2003년 기준) 정도로 낮은데다가 아파트 가격이 매우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39사단 부지를 대규모 아파트 단지 위주로 조성하고자 하는 것은 명분이 있을 뿐 아니라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발 압력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39사단 이전부지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된다면 창원시의 재정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고, 도심지 택지공급부족으로 허덕이던 지역 건설사들 또한 큰 위험부담없이 사업성이 확실하게 보장된 택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약간의 프리미엄을 기대하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는 희망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고, 한 번 손을 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39사단 이전부지의 개발방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측면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부지 그 자체에 대한 미시적 측면보다는 도시 전체의 거시적 차원에서 39사단 부지의 활용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39사단 부지의 개발은 단기적으로는 그 주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 전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도시계획 전체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즉 39사단 부지 자체만의 개발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창원시 전역의 도시계획 차원에서 재검토하는 한편, 무엇보다도 아파트 위주로 개발되고 있는 현재의 택지 개발방향을 지속가능하면서도 친환경적인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시개발의 정책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39사단 부지가 갖는 도시의 상징적인 측면을 감안하여 활용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창원시에는 많은 공원녹지들이 산재해 있지만 용지공원을 제외하고는 특색있는 공원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특히 대부분의 공원이 평지가 아닌 산지에 위치해 있어 실질적인 공원 기능을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선진국에 가보면 공원은 대부분 도심지 가장 한복판에 위치해 있으며, 많은 돈을 투자하여 문화시설과 복합적으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그 수준이 매우 높고 편리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39사단 부지 역시 이전 후에 공원녹지 위주의 도심휴식공간으로, 창원시민들과 우리의 후손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서울의 용산가족공원 못지 않은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대상 부지의 개발이 초래할 주변 지역에의 파급효과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부지를 개발하게 되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주거밀도나 건물밀도가 높아지게 되어 상하수도를 비롯한 도로, 전력 등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를 수반하게 되며, 도시 전체의 경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하면 군부대 등 대규모 시설물의 이전 또는 폐지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지와 그 주변지역은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여 계획적 개발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비계획적 개발로 인한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지구단위계획 수립시 주변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충분히 검토, 분석하여 도시환경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대상 부지의 개발에 있어 사적인 이익은 배제하고 공적인 이익을 철저하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당장 주택용지나 상업용지로 개발하는 것이 창원시나 지역 건설업체, 시민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소수의 이익을 위하여 다수의 이익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게 될 우려가 크다. 39사단 부지는 특정한 소수들이 독점해서는 안될, 창원시민 모두의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39사단 부지는 창원시에 남아있는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서, 창원신도시가 개발되기 전의 구 창원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신시가지에 비해 열악한 구 창원지역의 도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미래의 도시환경에 대한 신중한 고려없이 고밀도 위주의 아파트 단지나 상업용지로 개발하게 된다면 현재의 이익을 위해 미래의 귀중한 자산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도시환경은 사업성 위주의 도시개발 정책으로는 결코 좋아지지 않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내를 가지고 진정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길만이 도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길임을 선진국들의 사례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39사단 부지는 시민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도시 전체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한 후에 개발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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