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의 경제적 논리(20031120 경남신문)

건축도시관련글 | 2016-05-09 오후 2:47:25 | 조회수 : 1574 | 공개

1987년과 1988년에 주택건설촉진법 및 그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면서 법적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된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15여년이 흐른 지금 부동산 가격상승의 주역으로, 부동산 투기의 주요 대상으로 화려하게 등장하였다.

아파트 재건축이 법제화되던 1980년 후반기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이렇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아파트 가격이 2~3배 급등하면서 집없는 서민들의 자살이 속출하는 등 주택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정부에서는 신도시 건설을 비롯하여 각종 주택공급 확대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주택가격의 안정을 꾀하고자 하였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미루어 아파트 재건축의 법제화는 순수하게 주거환경의 개선이라는 목적보다 저층저밀도 아파트단지의 고밀화를 통하여 도심지내에 주택공급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시도된 측면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짐으로써 당시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 제4조 2항에 “건물이 준공된 후 20년이 경과되고 그 부근 토지의 이용상황 등에 비추어 주거환경이 불량한 경우로서 건물을 재건축하면 그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하여 현저한 효용의 증대가 예상되는 주택” 등이 노후불량주택의 범주로 삽입되었는데, 이들 조항으로 말미암아 향후 노후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주거환경의 개선이라는 측면보다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투기적인 대상으로 변모되었다.

그 결과 노후아파트 재건축은 사회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아파트 재건축이 과연 주택공급의 확대를 통하여 주거생활의 안정에 기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아파트 재건축은 대부분 소형평형을 대형화함으로써 용적률의 증대만큼 세대수의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특히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용가능한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지음으로써 많은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서민층이 살고 있던 소형아파트의 대형화는 궁극적으로 이들의 주거영역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재건축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이들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파트 재건축이 주거생활의 안정에 반드시 기여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 논란은 주거환경의 개선이 아파트 재건축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낡고 오래된 아파트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재건축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주민들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의 용적률로 고층아파트를 건립함으로써 일조권이나 조망권, 또는 프라이버시의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주거밀도 상승에 따른 단지내 교통문제, 상하수도 문제, 각종 간설시설의 수용력 문제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단위세대의 측면에서 보면 소형평형의 대형화가 바람직한 주거환경 개선이 될 수 있겠지만 단지내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저밀도의 저층아파트가 주거환경에 훨씬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경제정의의 측면에서 볼 때 재건축이 과연 바람직하냐 하는 것이다. 재건축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재건축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없이, 혹은 적은 경제적 부담으로 넓고 새로운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겠지만 이러한 재건축 주민들의 독점적 개발이익이 도시환경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특히 개발이익의 성격이 불로소득에 가깝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에 주력하고 있으며, 새로 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도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을 통하여 주거환경을 정비하고 개선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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