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의 공공성(20020324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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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5-09 오후 2: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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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건축물은 개인 소유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건축물은 개인의 사유재산권에 해당되며,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성불가침의 권리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건축물은 거의 예외없이 높이나 규모, 외관이나 용도 등에 대한 도시관리상의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사적 부문에 속하는 건축물을 이와 같이 규제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요? 혹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내 건물을 내가 어떻게 사용하건 무슨 상관이냐고, 내 건물을 내가 어떻게 고치던 왜 간섭하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면 건축물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아니면 개인의 필요에 따라 외관이나 용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그림이나 장식품 같은 것인가요?
물론 아닙니다. 사실 건축물은 그림이나 장식품과 달리 원하건 원하지 않건 대부분 외부로 노출됩니다. 이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 건축물을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건축물이 가져야 할 공공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특히 개인주택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는 아파트나 상업건축물이 되면 그 건물이 가져야 할 공공성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불특정 다수가 보거나 이용하는 것, 이러한 건축물은 이미 개인의 사적 권리를 넘어서는 공적 책임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건축물은 공공성을 지닌 대상으로서, 아무리 한 개인의 소유라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건물의 규모나 용도, 외관을 제한받게 됩니다. 이를 위해 도시계획법에서는 지역, 지구 및 구역을 지정하여 각종 행위를 제한하거나 특정 시설물의 설치를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을 수 있는 것과 지을 수 없는 것,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 그 곳에 있음으로써 건축물이 책임져야 할 의무사항들을 미리 법으로 규정해 놓은 것입니다.
도시의 건축물은 한 척 외로이 떠 있는 바다 위 돛단배 같은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과도 같은 것입니다. 담장을 허물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옥외공간을 공유하는 것, 나 자신의 취향보다는 다른 사람의 취향이나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우선하는 것, 나 개인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의 불편함을 먼저 생각하는 것, 건축물의 공공성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 이웃에 대한 자그마한 배려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