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신건축 07 길의 개념을 도입한 '코펜하겐의 8 House' 아파트(8 Tallet)

외국의 신건축 | 2014-08-28 오후 5:24:04 | 조회수 : 49987 | 공개

유럽신건축 07 길의 개념을 도입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파트 '8 House'(8 Tallet)


1. '8 House' 개요

덴마크 코펜하겐의 신도시개발지역인 외레스타드(Ørestad)에 비야케 잉겔스(BIG – Bjarke Ingels Group)가 세 번째로 설계한 ‘8 하우스’는 위에서 보면 8자를 닮은 건물의 형태도 특이하지만 공동주택이면서도 모든 주택에 경사로를 도입하여 마치 단독주택단지의 골목길처럼 만든 독특한 개념의 건물이다.


남측 인공호수 건너편에서 본 '8 하우스'

빅하우스로도 알려져 있는 이 건물은 세 가지 유형의 주거와 연면적 10,000㎡의 상점 및 사무실로 이루어진 나비넥타이 모양의 복합용도건축물로서, 전체 연면적이 61,000㎡, 총 476세대이며 저층부의 상점지역에 카페와 주간보호센터 및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덴마크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진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간개발단지이다. 외레스타드 신도시개발지역은 크게 4개 지구로 구분되는데, 신도시 중심인 외레스타드(Ørestad) 시티지구는 코펜하겐의 새로운 부도심지역으로, 이 지구가 완성되면 약 5000여 명의 주민들과 약 2만명의 직장인을 수용가능하다. 이 지역에 비야케 잉겔스는 이미 두 건의 주거건물, VM하우스와 Mountain Dwellings를 설계하여 준공한 바 있다.


4개 지구로 구분되는 외레스타드 신도시 개발지역


비야케 잉겔스의 첫 번째 외레스타드 주거건축물 'V 하우스'


비야케 잉겔스의 두 번째 외레스타드 주거건축물 'Mountain Drelling'


덴마크 코펜하겐 외레스타드 개발지구 현황


2. 8 House의 건축특성
 
2006년에 세인트 프레데릭슬룬트 홀딩(St. Frederikslund and Per Hopfner)사에서 의뢰받은 ‘8 하우스’의 부지는 외레스타드의 가장 남쪽 끝자락인 도시의 외곽에 위치해 있다. 주변은 대부분 공동주택 건립예정지로서 코펜하겐 도심과는 바로 인접해 있는 메트로와 자전거도로로 연결된다.


외레스타드 지역과 연결되는 지상 교각으로 만든 메트로


메트로 내부


'8 하우스'에 인접한 메트로역


코펜하겐 메트로 노선도
 
2010년에 준공된 이 건물의 특징은 모든 주민들이 10층의 옥상층까지 자전거를 타고 테라스 가든 옆으로 나있는 거리를 따라 올라갈 수 있다는 점으로, 전통적인 블록 대신 도시 근린생활권의 모든 삶의 요소들을 연속적인 보행로(promenade) 및 자전거를 타고 10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길과 연결되는 수평적인 형식의 켜(layer)로 층층이 쌓고 있다. 이는 교외의 삶이 한 도시의 에너지와 융합되는, 그리고 업무와 주거가 공존하는 3차원적인 도시 근린생활권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이제 외레스타드에서 세 개의 괄목할만한 건물들, 즉 VM하우스, 마운틴, 그리고 마지막으로 8하우스를 완성하였습니다. 이것은 경제적 측면을 잘 이해한 재능있는 젊은 건축가과의 건설적인 협업의 결과인 것이지요.”라고 호프너(Per Hopfner)는 말한다.
 
건물 매스와 디자인의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건물매스와 디자인 전개과정
 
덴마크의 전통적인 도심주거형태는 1층은 상업시설들이 들어서 있고 2층부터 수직으로 연결되는 계단식 공동주택이 서로 벽을 공유하면서 여러 개 연접하여 만들어지는 중정형의 건축형태이다. 비야케 잉겔스는 이와 같은 전통적인 수직형의 주거형태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형태로 동선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수직적으로 중첩시켜 형태적으로는 전통주거형태와 유사하나 개념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주거상업 복합건물로 변환하였다. 


숫자 8의 모양으로 생긴 '8 하우스' 항공사진(출처 : 인터넷자료)


북측 중정


남측 중정


중앙 교차부의 공공통로에서 남측중정을 바라본 전경

수직적으로 중첩된 건물의 저층부는 전통적인 도심주거건물과 유사하게 상업업무시설들을 배치하는 반면 상층부는 주거건물들을 두면서 길다란 박스형의 건물 중앙부를 밧줄처럼 꼬아 교차부를 만들고 이 곳에 연면적 500㎡의 편의시설들(상점, 레스토랑 등)을 계획하였다. 그 결과 ‘8 하우스’는 이 교차부를 중심으로 두 개의 중정으로 나누어지며 교차부에는 폭 9미터의 공공통로가 건물을 통과하게 되었다. 이 통로를 통해 사람들은 누구든지 서쪽 끝의 공원에서 동쪽의 운하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8 하우스' 중앙 공공통로 입구


'8 하우스' 중앙에 있는 폭원 9미터의 공공통로


두 개의 중정으로 나누어지\는 교차부의 과일 및 야채가게

아파트를 상업시설 위에 배치한 결과, 아파트는 조망과 일조, 신선한 공기 확보가 유리해지고 임대사무실은 거리의 생활과 융합되었다. 건축물의 북동쪽 모서리를 들어올리고 남서쪽 모서리를 낮춤으로써 빛과 공기를 남쪽의 중정으로 유입하도록 한 ‘8 하우스’의 형태는 이러한 기능적 장점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8 하우스’는 남서쪽 모서리를 낮추어 일조와 신선한 공기를 확보하는 한편 북서쪽 모서리는 높여서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하였던 것이다. 일조량이 부족한 덴마크에서 이와 같은 건물의 형태와 매스는 각 단위세대에 균질한 채광과 공기순환 및 조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겨울의 추운 북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층을 높인 '8 하우스'의 북서쪽 모서리


햇빛을 잘 받아 들일 수 있도록 남측 모서리를 낮춘 '8 하우스'

연속되어 있는 공공의 길은 거리의 레벨에서 꼭대기 층에 이르기까지 펼쳐지며, 사람들은 정원이 있는 타운하우스를 따라 지상에서 꼭대기층까지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다. 총 면적 1,700㎡의 경사진 두 옥상녹화 지붕은 이 프로젝트의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제공하고 남쪽방향으로 인접해 있는 농지와 연결되는 한편, 도시의 열섬효과(heat island effect)를 감소시킬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배치된 것이다.


총 면적 1,700㎡의 경사진 두 옥상녹화 지붕

비야케 잉겔스에 의하면 ‘8 하우스’는 건축적 오브제라기보다는 3차원의 근린생활권이 볼 수 있다. 150세대의 로우하우스를 따라 나 있는 소로는 블록 전체로 뻗어나가 거리꼭대기로, 다시 아래쪽으로 선회하며, 사회적인 생활과 자발적인 만남, 이웃과의 상호작용이 일반주거에서는 대부분 지면에서 이루이지지만 ‘8 하우스’에서는 그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꼭대기층까지 확장된다.


길의 개념을 도입한 10층의 가로


길의 개념을 도입한 1층의 진입부


길의 개념을 도입한 북측 중정의 공동주택 주거와 가로


높이 차를 극복하기 위해 경사로와 계단이 복합되어 설치된 '8 하우스'

또한 ‘8 하우스’는 엄청난 높이 차이를 활용하여 이탈리아 언덕도시의 친밀함을 입주자들에게 상기시키는 조그만 정원과 통로를 만들어 독특한 분위기의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있다. 코펜하겐의 인공수로와 칼베도르 파엘레드(Kalvebod Faelled)의 잘 보존된 오픈스페이스가 보이는 멋진 조망이 사무실과 다양한 규모의 아파트, 펜트하우스, 타운하우스로 이루어진 476세대의 주거상업복합건축물에 제공된다.


'8 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주변의 멋진 조망
 
건물 남측에는 인공수로와 연결되는 작은 인공호수가 있으며, 이 인공호수에 면하여 작은 카페가 설치되어 있다. 이 카페는 ‘8 하우스’ 남서측 모서리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면서 이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따라 내려오는 결절점에 있어 이용의 편의성을 높여준다.


인공호수에 면하여 설치되어 있는 작은 카페 '8 Tallet'


인공호수에 면하여 설치되어 있는 작은 카페

남동측 모서리로는 건물을 관통하는 작은 통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이 통로는 코펜하겐 도심으로 갈 수 있는 작은 인공호수 건너편의 자전거도로 및 산책로와 연결된다.


작은 인공호수 건너편의 자전거도로 및 산책로와 연결되는  '8 하우스'의 남동측


작은 인공호수 건너편의 자전거도로 및 산책로와 연결되는 '8 하우스'의 남서측


작은 인공호수의 보트

외관상 별로 특징적이거나 개성있는 건축물로 보이지는 않지만 수직의 주상복합건축물에 길의 개념을 도입하여 수직적인 형태가 아닌 수평적인 형태의 거리를 만들었다는 점과, 그러면서도 기능적으로 덴마크의 추운 겨울에 대응하고 주변의 자연환경과 순응하는 형태의 친환경적 공동주택을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이 건축물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인접한 메트로 역에서 보이는 '8 하우스' 전경(2010년 촬영사진)


'8 하우스' 1층평면도


'8 하우스' 2층평면도
 

'8 하우스' 3층평면도



'8 하우스' 옥상층평면도


'8 하우스' 단면도


'8 하우스' 단면도



3. 건축물의 의미와 의의
 
필자는 2010년 7월 막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던 이 주거단지를 방문한 바 있으며, 2년 뒤인 2012년 7월 다시 방문하였다. 첫 방문때는 비야케 잉겔스의 VM하우스를 보기 위해 갔었기 때문에 이 건축물이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건축가는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건축물에 대해 조사하면서 이 또한 VM하우스 설계자와 동일 인물이며, 이 건물이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VM하우스 못지 않은 매우 복잡한 주거 및 업무 복합건축물로서 새로운 개념이 접목된 건축물임을 알게 되었다.


2010년 당시 마무리 공사중인 '8 하우스'

외레스타드 지역 자체가 코펜하겐 도심에서 남쪽으로 꽤 떨어진 곳이어서 사실 이 건축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찾아가기 쉽지 않으나 필자의 경우는 VM하우스를 방문하면서 이미 한 번 가봤던 곳이고 특히 메트로가 지나가고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덴마크 코펜하겐 외레스타드 위치도

유럽의 주거건축물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들의 주거건축물은 획일성과 이기주의로 대변되는 한국의 아파트와는 달리 다양성과 공공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몇 종류 되지 않는 단순하고 획일적인 평면타입, 일조권과 인동간격, 용적률에 의해 기계적으로 결정되는 단지배치방식, 주변환경에 대한 배려와 조화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기적인 주거단지, 그리고 아파트 건설회사의 브랜드로만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개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대표적 주거양식이자 중상류층의 주택으로 인식되고 있는 초고층화된 아파트에 비해 유럽의 아파트는 일단 높이가 대부분 낮고 평면형 또한 매우 다양할 뿐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비싸지 않으며, 자연이나 주변과의 조화를 중시하면서 친환경성을 확보하고 있는데다가 아파트의 브랜드는 건설회사가 아니라 건축가의 브랜드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우리의 주거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덴마크의 전통적인 중정형 주상복합주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추운 북유럽지역의 환경에 대응하는 형태이자 공동주택에서는 보통 생각하기 어려운 길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8 하우스’는 매우 의미있는 주거건물이다. 총건설비는 미화 1억 3,300만 달러가 소요되었으며 설계비는 미화 1,500만 달러이다.
 
독특하고 창의적이며, 친환경적인 8 하우스는 ‘8 House’는 2010년 ‘Scandinavian Green Roof Award’를 수상하였으며, 2011년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World Architecture Festival’에서 최고 주거 건물상을 수상하였다. 2012년에는 미국건축가협회(AIA)의 ‘Award for architecture’를 수상함으로써 건물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게 된다.
 

참고문헌

1. http://www.archdaily.com/83307/8-house-big/
2. http://en.wikipedia.org/wiki/8_House


저작권(Copyright) : 여기에 기술된 글과 사진은 일부 도면과 사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 기술한 것으로 저작권은 블로그 관리자인 본인에게 있으며, 무단전재를 금합니다.



댓글 : 1
콩새   2015-06-24 17:24 [ Modify ]  [ Delete ]
제주에서 공동주택 계획안을 위해 사례조사를 하는 중입니다. 게시하신 글,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개념 설정과 주거에 대한 고민, 도시적 맥락에서 필요한 건축적인 고민들에 대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구 결과물 게시하여 큰 도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