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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삶터] 지하공간 이용의 변화
서울의 삶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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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오후 11:08:16
| 조회수 :
4633
|
공개
육십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서울에는 지하도가 한군데밖에 없었다. 남대문 지하도가 바로 그것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이 지하도 내부는 좁고 어두컴컴하였고 빗물과 지하수가 새어나와 바닥이 항상 질펀하였다. 그래도 차가 질주하는 차도 바로 밑으로 사람이 다닌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었다. 다음으로 생긴 것이 광화문 지하도이다. 남대문 지하도에 비해 아주 넓고 깨끗했던 지하도로 기억이 된다. 또 지금은 없어졌지만 지하도 입구에는 거대한 조개껍질 모습의 지붕이 있었다. 커다란 이순신 장군 동상과, 당시 네거리 한복판에 설치되어 있었던 거대한 홍보용 아치와 이 조개껍질이 함께 어우러져 광화문 네거리의 명물이 되어 있었다.
위의 두 지하도는 목적이 단 한가지이다. 네거리를 건너야 하는 보행인들을 땅 밑으로 보내어 거기서 길을 건너게 하는 것이다. 남대문 로타리나 광화문 네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아주 많은 차들이 지나는 곳이다. 좀처럼 믿겨지지 않겠지만 육십년대에 간행된 잡지를 보면 그 당시에도 서울의 가장 큰 문제로 교통지옥을 들고 있다. 결국 보행인을 희생한 채, 보다 효율적인 차량 통행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남대문 지하도와 광화문 지하도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이 두 지하도에는 잡상인들이 많이 있었다. 만병통치약 장사에서부터 수출용 넥타이 장사에 이르기까지. 이들에게는 지하도야말로 기가막히게 좋은 「목」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지하도 통로를 오간다. 게다가 땅 위 人道에는 좌우로 연속되는 상점들이 있고 볼거리도 많지만, 땅 밑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통행인들이 모두 잡상인 차지이다.
이러한 지하도의 장점을 장사하는 사람들이 가만 놓아둘 리가 없다. 서울의 세번째 지하도는 소공동에 만들어진다. 여기서는 지하도를 보행인의 통로만으로 쓰질 않고, 통로 좌우로 상점을 주욱 지어놓고는 이름도 아예 소공동 「지하상가」로 부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 서울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지하상가의 효시가 된다.
칠십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서울 지하철 건설은 지하상가의 성숙기를 가져다 주었다. 1호선 종각역 지하상가가 처음 생길 때만 하더라도 이왕 파낸 지하도이니 여기에 상점이나 만들어 분양하자는 식이었다. 그래서 그저 지하도를 따라 조그만 상점들을 열지어 붙여 놓았다. 그런데 2호선 강남역에 이르러서는 대규모 지하상가가 나타난다. 지하도라기보다는 지하광장인 이곳에는 양품점․레코드 가게 같은 소규모 상점뿐만 아니라 음식점, 심지어는 대형 서점도 들어서게 된다. 그 한 복판에는 분수대와 휴게시설까지 갖추어 놓았다. 보행인이 단순히 길을 건너거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내려갔다가 우연히 들르는 상가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쇼핑을 하기 위한 지하상가가 된 것이다.
팔십년대 후반에는 초대형 건물을 짓고는 그 지하를 몽땅 상가로 만들어 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잠실의 롯데월드 지하상가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이곳의 상가는 한층 더 고급스러워진다. 통로가 널찍하고 조명이 밝아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주 좋다. 여기에는 고급 패션의류점이 늘어서 있고 군데군데 예쁘게 장식된 휴게시설과 찻집이 마련되어 있다. 더구나 중앙에는 실내 스케이트장이 있고 그 주변으로 식당가도 있으며 영화관까지 있어 마치 거대한 지하도시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자연히 이곳은 매우 혼잡스럽다. 사람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워낙 넓은 공간에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 아니 몇번씩 가 본 사람들도 길을 잃기 십상이다. 지하철 잠실역에 내려서 롯데월드 어드벤쳐를 찾아가보자. 지하철 승강장에서 계단을 올라오면 잠실역 지하상가가 된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여기서부터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 지하에 있는지라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땅 위에 있을 때는 낯선 곳에 가더라도 그리 답답하지 않다. 눈에 익은 서울의 스카이라인 때문이다. 멀리 보이는 북쪽 북한산 봉우리, 남쪽 관악산 봉우리, 중앙의 남산과 한강 등 서울의 자연요소들을 기준으로 하여 동서남북을 구별할 수가 있다. 또 63빌딩이나 잠실종합운동장 등 높고 잘 알려진 건물을 기준으로 하여 내가 서있는 곳이 상대적으로 서울의 어디쯤에 위치하는 가를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단 지하로 들어오면 이것이 쉽지 않다. 십자형으로 뚫린 보통 지하도 같으면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올 때 이미 갈 곳의 방향을 파악하고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 그런데 롯데월드 같은 지하도시에 들어서면 통로가 거미줄처럼 나있고, 지상의 풍경이 보이질 않으니 방향감각을 잃게 되는 것이다.
다시 잠실역 지하상가로 돌아가자. 롯데월드로 가는 방향을 알려면 내키지는 않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거나, 상가 천장에 인색하게 붙어있는 표지판을 이것저것 살펴보아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월드로 향하는 지하 분수광장에 갈 수 있었다 치자.
이곳 분수광장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롯데월드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는 사람들 대개가 다 여기 분수대 앞을 약속장소로 정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로마의 트레비 분수를 정확하게 모사(模寫)한 분수대는 광장 한쪽 귀퉁이에 있다. 그 앞은 약속상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장막이 만들어진다. 이 사람들은 비싼 돈을 들여 만들어 놓은 분수대에는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이제 곧 올 약속상대를 쉽게 발견하기 위해서 오히려 분수대에 등을 돌려 서 있는 것이다. 멋진 조각들을 한군데 몰아놓은 분수대 대신 차라리 이 조각품들을 지하광장 여러 곳에 흩어놓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우리는 노인상(像)에서 만나고, 다른 이들은 인어상(橡) 앞에서 만나기로 하는 등 훨씬 수월한 약속과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지하 분수광장에서도 아직 롯데월드 어드벤쳐를 향한 우리의 길찾기는 계속된다. 유감스럽게도 여기서도 아무런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광장 한쪽에 있는 안내양에게 가서 물어보아야 한다. 안내양의 대답을 그대로 옮겨적어 보자. ࡔ저기 백화점 입구 오른쪽으로 길이 하나 있죠? 그 길로 계속 걸어가시면 텔리비젼을 여러개 모아놓은 곳이 나와요. 거기서 좀더 가시면 에스컬레이터가 나오거든요. 그걸 타고 올라가셔서 이번에는 왼쪽으로 좀 가시면 다시 에스컬레이터가 나와요. 그걸 타세요. 그러면 어드벤쳐 매표소에 도착합니다.ࡕ 이 말을 듣는 우리는 안내양의 두번째 문장에서 벌써 막막해진다. 그렇지만 워낙 공손한 우리인지라 더 이상 캐물을 생각을 못하고 아쉬운 표정을 지닌채 안내양이 가리켜준 길에 들어선다. 언젠가는 어드벤쳐를 찾게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채.
만약 우리가 어드벤쳐에 취직하려고 면접시험 시간에 맞추어 서둘러 가는 중이었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스트레스가 쌓일까. 그렇지만 우리는 놀러가는 길이니 좀 헤메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헤메면서 하게되는 윈도우쇼핑도 어찌 생각하면 즐거울 수도 있지 않은가. 재수 좋으면 괜찮은 모조품 팔찌 하나쯤 건질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가뜩이나 동서남북을 구분키 어려운 지하상가 공간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여기 오가는 사람들이 최대한의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 또 그래서 무어라도 하나 더 구입하게 하는 것은 기가 막힌 상술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이렇게 해놓은 것이 의도적이었는지 아니면 하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는 분간할 도리는 없지만 말이다.
단지 하나 걱정스러운 것은 만약 이곳에 화재라도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것이다. 점점 번져가는 불길과 연기를 피해 수많은 사람들이 출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다 불행을 당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단순히 지하도에서 시작된 서울의 지하공간은 해를 거듭할 수록 점점 그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부족하기만 한 서울의 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긍정적인 면만 보지 말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지혜를 갖추어야 할 시기가 왔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hoony3691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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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삶터'는 제가 지난 1990년대 중반 서울 정도 600주년을 기념하여 서울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당시의 서울 상황과는 달라진 것들도 많겠지만, 그래도 과거를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여기 그 씨리즈를 포스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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